19th century VICTORIAN DRAMA

19세기 빅토리아 시대 여인들의 복식은 그 어느 때보다 화려했다. 잘록한 허리 라인과 풍성한 가슴선을 만들기 위해 몸에 꼭 낀 코르셋을 갖춰 입었고, 바닥에 끌릴 만큼 긴 길이의 드레스 안에 페티 코트를 겹겹이 입어 풀 스커트 특유의 매력을 한껏 부각시켰다. 2020 F/W 시즌, 구찌부터 알렉산더 맥퀸, 로에베, 안토니오 마라스까지 내로라하는 디자이너들의 캣워크에도 빅토리아 시대에 성행한, 이 로맨틱한 드레스의 향연이 펼쳐지며 관객의 눈을 즐겁게 했다. 굽이치는 프릴과 정교한 레이스, 봉긋한 소매 등 오트 쿠튀르 컬렉션을 방불케 할 만큼 드라마틱한 드레스들은 팬데믹에 빠진 현실을 잠시나마 잊게 할 만큼 아름다웠다.

 

1940RETRO ELEGANCE

2차 세계대전이란 엄청난 재난이 있었음에도 크리스찬 디올의 뉴룩이 탄생했을 만큼 1940년대는 패션의 황금기로 통한다. 각진 패드가 달린 팬츠 수트, 여인의 관능적인 보디라인을 강조한 아워글라스 실루엣의 원피스, 피터팬 칼라 블라우스, 색색의 긴 장갑, 베일과 모자 등 1940년대에 유행한 복식은 우리 시대 디자이너들에게 매우 흥미로운 보물 창고인 모양이다. 미우미우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미우치아 프라다는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 속 주인공을 연상시키는 구불구불한 웨이브 헤어 모델들을 등장시켰고, 원색 맥시 코트부터 주얼 장식 이브닝 가운까지 1940년대의 글래머러스한 옷들을 우아하게 변주한 레이디라이크 룩을 선보여 호평받았다. 로다테 쇼에 등장한 벨라 하디드는 또 어떤가. 도트 무늬 새틴 원피스에 메시 소재 장갑과 베일까지 완벽한 1940년대 룩으로 치장한 그녀는 당대를 주름잡은 배우 잉그리드 버그먼을 연상시킬 만큼 고혹적이었다.

1970NEW WAVE

트위기부터 제인 버킨까지, 1970년대엔 유독 패션계의 전설로 기억되는 아이콘이 대거 등장했다. 이뿐 아니다. 찢어진 청바지와 미니스커트, 벨보텀 팬츠, 크롭트 티셔츠, 페전트 블라우스 등 1970년대 패션을 대변하는 아이템도 시즌을 거듭할수록 진화하고 있다. 1970년대 프렌치 부르주아 룩에 심취한 에디 슬리먼은 지난 시즌에 이어 이번에도 다채롭게 변주한 1970년대 룩을 선보였다. 애니멀 프린트 실크 원피스에 벨트와 타이츠로 포인트를 준 후 오버사이즈 선글라스를 쓴 오프닝 룩에 이어 리본 장식 블라우스와 진 팬츠, 미니스커트 등 그 시절을 회상하게 하는 아이템이 우후죽순 쏟아졌다. 생 로랑의 안토니 바카렐로는 레트로 무드를 관능적으로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조명에 따라 반짝이는 색색의 스판덱스 레깅스가 한몫 단단히 했다!). 이 밖에 프랑스 여배우 아누크 에메의 흑백 포스터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지방시, 1970년대에 영화 <미스트레스>를 위해 칼 라거펠트가 디자인한 코스튬을 현대적으로 구현한 펜디, 당대 슈퍼모델 페넬로페 트리 의상을 본떠 미니스커트와 사이하이 부츠를 메인 아이템으로 앞세운 빅토리아 베컴도 눈여겨보길.

1990MINIMALISM & FUTURISM

돌아보면 1990년대는 참 흥미로운 시대다. 간결한 미니멀리즘과 드라마틱한 퓨처리즘이 사이좋게 공존했으니까. 다시 말하면, 군더더기 없는 실루엣과 모노톤룩으로 동시대 여인들에게 귀감이 된 캐럴린 베셋 케네디 그리고 장 폴 고티에의 콘브라와 보디수트로 파격적인 패션을 선보인 마돈나가 모두 사랑받는 시대였다는 말씀! 이 덕분에 1990년대는 다양한 각도에서 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을 준다. 2020 F/W 시즌에도 어김없이 캐럴린 베셋 케네디의 미니멀리즘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아뇨나와 푸시업 브라, 애니멀 패턴 보디수트를 누구보다 힙하게 디자인한 와이 프로젝트가 주목받았다. 1990년대 공상과학영화 <가타카>에서 영향을 받은 사카이, 볼드한 아세테이트 프레임 선글라스와 메탈 컬러 수트를 선보인 발망, 소녀 같은 오간자 룩에 1990년대 분위기를 더해 흥미로운 레이어드 패션을 선보인 몰리 고다드도 주목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