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온라인 편집숍에서 테이블웨어 세트를 구매했다. 평소 좋아하는 패션 브랜드에서 출시한 것으로 옷이 아닌 인테리어 제품을 산 건 처음이었다. 예전에는 스타일을 보여주기 위해 멋진 옷과 액세서리에 치중했다면 이제는 내 취향에 맞게 집을 꾸미기 위한 소비가 더 필요하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는 경험이었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소비의 형태가 바뀌고 있다. SNS에서도 이러한 변화를 어렵지 않게 감지할 수 있다. #집스타그램과 #Stayathome, #wfh(working from home)이 올 상반기 최고 인기 해시태그였고, 자신의 취향을 온전히 드러낼 수 있는 리빙 제품을 온라인상에서 공유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통계에 따르면 코로나 시대에 유일하게 라이프스타일 제품군만 매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패션 브랜드들도 이 같은 변화를 감지하고 재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벽지부터 가구, 식기까지 의류 외의 제품 판매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오래전부터 홈 데코 부문에서 이력을 쌓은 럭셔리 브랜드들은 존재해왔다. 하지만 그전엔 높은 판매율을 목표로 한다기보다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담은 제품으로 브랜드 정체성을 확고히 하는 데 중점을 둔 데 비해 지금은 트렌드를 이루는 영역으로 새롭게 인식되고 있다. 또한 패션 브랜드가 선보이는 리빙 제품은 예술성과 기능성 모두 만족시킨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높다.

이름만 들어도 알 법한 브랜드나 디자이너의 제품이라는 친숙함과 기존 패션 제품과 컨셉트가 일맥상통하는 감각적인 리빙 제품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하다. 구찌와 랄프 로렌, 질샌더 등 하우스 브랜드부터 자라나 H&M 같은 SPA 브랜드까지 다양한 가격과 디자인의 제품을 선보여 선택의 폭도 넓다. 다수의 패션 브랜드 홈 컬렉션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온라인 편집숍 매치스패션의 한 바이어는 “인테리어 제품의 매출이 전년 대비 150% 이상 증가했다. 고객들이 패션 디자이너들의 홈 컬렉션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패션과 인테리어 컬렉션 사이의 강한 연결 고리를 만들고자한다”며 인테리어 제품군을 계속 성장시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최근 리빙 제품을 출시한 마르니 역시 화제다. 7월 초 콜롬비아의 장인들과 협업해 완성한 주테리코(Zooterico) 컬렉션을 온라인 편집숍 파페치와 함께 선보였는데, 알록달록한 색감으로 디자인해 집에서도 휴양지 느낌을 내고 싶은 소비자의 마음을 간파했다는 평을 받았다.

이제 패션은 단순히 ‘입는 것’에 한정된 영역이 아니라 감성을 드러낼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지칭하는 듯하다. 패션과 리빙의 경계가 점차 모호해지고 있고, 트렌디해지고 싶다면 옷이 아니라 자신의 스타일을 반영한 소품을 구매하는 것이 더 중요한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제 수많은 ‘좋아요’를 부르는 포스팅을 원한다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세팅된 컬렉션 풀 착장이 아닌 침대 옆에 자연스럽게 놓을 블랭킷이 필요하다는 것을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