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 런던 컬렉션에서 가장 눈에 띈 건 사랑스러운 컬러들! 팬데믹으로 침체된 분위기를 전환하고 싶었는지 디자이너들은 담합이라도 한 듯 밝고 사랑스러운 컬러들을 선보였다. 핑크, 라벤더, 오렌지 등 선뜻 손이 가지 않던 로맨틱한 컬러들이 대거 등장했으니, 내년 여름엔 간지러운 컬러들을 마음껏 누려도 될 듯하다. 이 중 에디터가 사심을 담아 뽑은 베스트 룩은? 빅토리아 베컴의 실키한 라벤더 컬러 드레스!
ERDEM
ERDEM
ERDEM
BURBERRY
BURBERRY
NO SEAT
버버리와 에르뎀은 기존 방식을 고수하며 런웨이를 준비했다. 달라진 게 있다면 현장에 관객이 없다는 점. 실제로 지켜보는 사람이 없어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든 것도 잠시 여러 각도에서 촬영한 영상으로 생중계된 이들의 컬렉션은 마치 프런트 로에서 보는 것처럼 생생했다. 또 장소에 제약이 없는 덕분에 두 브랜드 모두 도심과 떨어진 웅장한 숲에서 쇼를 진행했다. 스케일은 이전보다 훨씬 더 커진 셈이다. 성대한 쇼로 패션위크를 화려하게 장식한 두 컬렉션은 코로나19 시대에도 런던 패션위크가 여전히 건재하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CHRISTOPHER KANE
DRAWING BY CHRISTOPHER KANE
크리스토퍼 케인은 셧다운 기간에 그림을 그리며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 것 같다. 그리고 이 시간이 새로운 컬렉션의 영감이 됐다. 기쁨, 두려움, 사랑, 지루함 등을 주제로 직접 그린 추상화와 꼭 닮은 룩을 선보였는데, 그림과 마네킹이 한 공간에 있는 프레젠테이션 현장은 마치 파인 아트 갤러리처럼 느껴졌다. 디자이너의 열정과 예술성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컬렉션이었다.
MAXXIJ
FROM KOREA
이재형 디자이너가 이끄는 막시제이가 이번 시즌 런던 패션위크에 데뷔하며 글로벌 브랜드로 첫발을 내디뎠다. 서울디자인재단과 브리티시 패션카운슬(BFC)이 함께 선정해 우리나라 디자이너의 해외 진출을 돕는 해외 교류 패션쇼 프로젝트의 주인공이 된 것. 첫 해외 컬렉션은 현 상황에 맞춰 패션 영상 형식의 디지털 런웨이로 공개됐다. 국내에서 해체와 재구성, 과장된 실루엣 등 과감하고 실험적인 룩으로 호평받고 있는 그의 컬렉션이 앞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어떤 성장을 이룰지 기대를 모은다.
JW Anderson
JW Anderson
LIKE A TOY
더 새롭고 더 기발하게. 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가는 디자이너들은 더욱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로 자신만의 세계를 표현한다. 이 중 새로운 룩의 착장 이미지와 직물 견본, 포토그래퍼 볼프강 틸만스의 사진 등을 나사로 조립해 책으로 제작한 JW 앤더슨의 아이디어가 특히 돋보였다. 쉽게 해체할 수 있는 이 책은 자유롭게 조합하거나 재구성하며 본인만의 방식으로 감상할 수 있다. 마치 어린 시절 즐기던 종이 인형 놀이 세트 같기도 한 이번 컬렉션의 쇼 박스는 갖고 싶을 정도였다.
크리스찬 시리아노의 투표 독려(?) 컬렉션, 신선한 기획력을 바탕으로 전 세계 패션 관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신진 디자이너 콜리나 스트라다, 코리안 파워의 주인공 신혜영 디자이너의 분더캄머(Wnderkammer), 얼킨(ul:kin), 자렛(Jarret) 등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소식으로 가득했던 2021 뉴욕 패션 위크 이모저모.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뉴욕의 디자이너들이 투표 장려에 앞장섰다.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야외 오프라인 쇼를 강행한 크리스찬 시리아노가 대표적인 예. 그는 ‘VOTE’라는 문구를 반복적으로 새겨 넣은 드레스와 모자, 마스크, 장갑 등을 선보였으며, 마크 제이콥스와 프라발 구룽역시 비슷한 시기에 인스타그램을 통해 선거를 촉구하는 메시지가 담긴 가방과 티셔츠의 출시 소식을 알리며 화제를 모았다.
COLLINA STRADA
COLLINA STRADA
A STAR IS BORN
랄프 로렌, 마크 제이콥스 등 뉴욕을 대표하는 빅 쇼의 부재는 그동안 관심에서 소외됐던 신인 디자이너들에게 기회로 작용하는 결과를 낳았다. 자본력보다는 신선한 기획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컬렉션에 목마른 전 세계 패션 관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 특히 주목받은 인물은 지속 가능성에 기반을 둔 컬렉션을 선보이는 디자이너 콜리나 스트라다였다. 그녀는 전통적인 런웨이 쇼를 대신해 상어와 젖소가 춤을 추고 과일이 쏟아져 내리는 독특한 컨셉트의 패션 영상을 공개했으며 다양성에 관한 화두를 던지기 위해 장애인 활동가인 에밀리 바커(Emily Barker), 시인이자 예술가인 프레셔스 오코요몬(Precious Okoyomon), 프로 육상 선수인 시에이라 브라운(Ce’Aira Brown) 등을 출연시키며 존재감을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CONCEPT OF KOREA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개최한 컨셉코리아의 일환으로 세 개의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가 뉴욕 패션위크 공식 스케줄에 이름을 올렸다. 미니멀하고 정갈한 디자인을 추구하는 신혜영 디자이너의 분더캄머(Wnderkammer)와 성별과 시간의 경계를 뛰어넘은 미감에 중점을 둔 이성동 디자이너의 얼킨(ul:kin), 여성의 당당한 태도를 디자인으로 풀어내는 이지연 디자이너의 자렛(Jarret)이 그 주인공이다. 고유의 개성이 녹아 있는 컬렉션은 현지 디자이너들의 작품 못지않은 완성도를 자랑하며 한국 패션의 위상을 한층 드높였다.
TOM FORD
TOM FORD
YOUTHFUL MEMORIES
“코로나19를 맞닥뜨린 순간, 패션계가 적어도 1년간은 긴 동면에 들어갈 것을 직감했습니다.” 공장과 아틀리에, 사무실까지 폐쇄한 상황에서 톰 포드는 좌절하는 대신 자신의 전성기를 돌아보고 무탈했던 젊음의 기록을 재해석하기로 결심했다. 밝고 긍정적인 색감과 깊게 판 네크라인, 강렬한 인상의 프린트와 실키한 소재는 패션계의 전설로 남은 톰 포드의 구찌 컬렉션을 떠올리게 했고, 그의 의도를 성공적으로 뒷받침했다. 지난 시즌 같은 강렬함이나 톰 포드 고유의 직선적인 디자인은 찾아볼 수 없었지만, “이 컬렉션은 행복한 시간에 대한 희망을 가져다준다. 가볍지만 우리를 웃게 하는 옷이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라는 그의 말에는 충분히 공감하게 만드는 쇼였다.
JASON WU
JASON WU
JASON WU
TAKE A REST
제이슨 우는 야자수를 비롯한 열대식물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쇼장으로 관객을 초대했다. 코로나19와 캘리포니아 산불로 미국 전역이 혼란스러웠던 탓에 고조됐던 우려의 목소리는 쇼가 공개되자 이내 잠잠해졌다. 자연에서 온 색감과 담백한 실루엣이 사치스럽거나 화려하기보다는 희망적인 분위기를 자아낸 때문일 터. 또 제이슨 우는 쇼 노트를 통해 쇼의 대미를 장식한 마스크 룩이 남성 동성애자 건강 위기 지원센터(Gay Men’s Health Crisis)와 합작한 작품이며, 수익금은 소외된 지역사회에 음식과 방역 물품을 제공하는 데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히며 비판의 목소리를 완벽하게 잠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