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프라다 관계자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프라다는 프라다에서 영감을 받는다.”
미우치아 프라다 역시 비슷한 뉘앙스의 말을 여러 차례 했다.
그만큼 남다른 역사, 버릴 것 없는 아카이브를 갖고 있다는 자부심이 드러난다.
도대체 그 아카이브엔 뭐가 보관되어 있을까?
프라다에서 최근 이런 궁금증을 조금이나마 풀어주는 콘텐츠를 공개했다.
이름하여 프라다 리믹스(Prada Remix).
밀라노와 발비냐(Valvigna)에 꼭꼭 숨어 있는 프라다 그룹의 아카이브에 대한
짧은 설명과 사진이 프라다 공식 홈페이지와 SNS채널을 통해 공개된 것.
에디터가 순수한 팬심으로 자료를 모아 프라다의 아카이브에 대한 기사를 준비했다.
과연 프라다는 어떤 보물을 간직하고 있을까?
프라다라는 브랜드.
프라다는 1913년 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미우치아 프라다(Miuccia Prada)의 조부인
마리오 프라다(Mario Prada)가 창립했다.
밀라노에 위치한 갈레리아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II 아케이드에
첫 스토어를 오픈했고, 당시만 해도 가죽 가방, 트렁크, 뷰티 케이스 같은
럭셔리 액세서리를 판매했다.
당시 프라다는 우아하고 세련된 제품을 찾는 왕가와 유럽의 상류층에게 인기였다.
그 덕분에 1919년 이탈리아 왕가 공식 공급업체만 받을 수 있는
사보이 왕가의 ‘밧줄 로고’ 장식을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았다.
프라다가 대중에게 인기를 얻기 시작한 건 창립하고 꽤 오랜 시간이 지난 후다.
1978년 브랜드의 수장이 된 미우치아 프라다는
최고경영자 파트리치오 베르텔리에게 사업을 맡기고 본인은 디자인에 몰두했다.
우리가 익히 아는 검은색 나일론 가방은 1979년에 처음 선보였다.
당시에는 군용 소재로 제작해 가격이 만만치 않았고,
마케팅도 뒤따르지 않아 큰 성공을 거두진 못했다.
정작 히트를 친 건 1984년 발표한 나일론 토트백이다.
같은 해 프라다는 본거지인 밀라노를 넘어
파리, 마드리드, 뉴욕에 매장을 오픈했고
이듬해 론칭한 클래식 백 역시 큰 주목을 받으며
많은 여성들에게 사랑받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다음 단계는 컬렉션이었다. 미우치아는 가방의 인기에 힘입어
1989년 프라다 여성 레디투웨어 컬렉션을 론칭했고,
미우미우는 1992년에 첫 컬렉션을 선보였다.
곧이어 프라다 남성복, 짧게나마 미우미우 남성복도 소개하며
밀라노를 대표하는 럭셔리 브랜드로 도약한다.
프라다 그룹에는 총 5개의 브랜드가 있다.
프라다, 미우미우, 처치스(Church’s)와 고무 스터드를 장식한
페이턴트 솔(sole)이 특징인 카슈(Car Shoe).
2015년에는 이탈리아 밀라노의 유명 페이스트리 숍 겸 카페
‘마르케시’를 인수하기도 했다.
프라다 그룹은 럭셔리 산업을 주도하는 기업답게
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보호하는 사업에도 남다른 열정을 쏟고 있다.
지금 전국 주요 매장의 디스플레이를 점령하고 있는
‘리나일론 프로젝트’도 그 일환이다.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 폐그물 등을 수집해 만든
‘영원히 재생 가능한 나일론’으로 만든 컬렉션으로
최근에는 슈즈 라인에도 이를 사용했다.
프라다 그룹이 진행하는 다양한 환경보호 사업에 관한 정보는
이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프라다의 역사를 보관한 아카이브
프라다 본사가 있는 토스카나의 아카이브에는
프라다 그룹에 속한 모든 브랜드의
레디투웨어 제품, 슈즈, 가죽 소품, 컬렉션 피스,
자료 조사용 의상 그리고
영화를 위해 특별 제작한 의상까지 모두 보관되어 있다.
숫자로 따지면 레디투웨어 7만3천 벌,
신발 6만3천 켤레,
액세서리와 가방 5만3천 점이며,
자료 조사용으로 보관하고 있는 피스도
1만3천5백 점에 이른다.
7만3천 벌의 레디투웨어에는 프라다 그룹의 가장 의미 있는 룩이 포함되어 있다.
컬렉션 피스는 브랜드별, 남녀별로 나눠 보관하고,
커머셜 피스는 니트, 저지, 팬츠, 스커트, 타이, 속옷 등으로 나뉘어 있다.
영화 등 특별 프로젝트를 위해 제작한 의상,
이를테면 <위대한 개츠비>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 등장하는 룩 역시 모두 아카이브에 보관되어 있다.
프라다의 가방과 신발
발비나에는 프라다 그룹의 신발 컬렉션이 보관되어 있다.
1986년 제품부터 찾아볼 수 있으며 프라다, 미우미우는 물론
카슈와 처치스의 제품도 포함된다.
브랜드와 신발의 종류에 따라 분류되어 있으며
2백70개의 슬라이딩 장에 정리되어 있다.
슈즈마다 부여된 바코드를 이용해 기본 정보를 열람할 수 있다.
5만3천 점의 가죽 제품에는 핸드백, 여행용품, 모자,
벨트, 장갑, 지갑, 우산 등이 포함된다.
바즈 루어만의 영화 <오스트레일리아>에 등장했던
러기지 세트처럼 특별 제작한 제품도 보관하고 있다.
프라다의 원단 보관소
원단은 토스카나 레바넬라(Levanella)에 보관되어 있다.
프라다 남성/여성 컬렉션과 미우미우 제품에 사용한 프린트,
레이스, 마크라메, 엠브로이더리, 니트 등 모든 원단이 여기에 포함된다.
컬러와 디자인을 총망라해 가로x세로 1.5m 샘플 사이즈로 재단해 보관한다.
신발과 마찬가지로 고유 바코드를 부여해 제조업체와 원단 특징 등을 정리해두었다.
프라다 디자인 보관소
디자인 보관소는 토스카나 아레초(Arezzo)에 위치해 있다.
600m2 달하는 보관소에는 특별한 윈도 디스플레이,
프로젝트성 건축물 등에 사용한 오브제, 샘플, 가구 등을 찾아볼 수 있다.
프라다 그룹에서 진행한 건축 프로젝트의 디자인 샘플,
도면, 모델하우스 등 건축과 관련한 모든 것도 이곳에 보관하고 있다.
특별한 시즌 또는 새로 오픈하는 매장이나, 컬렉션은 물론
프라다 그룹의 프로젝트성 건축물에 사용한
나무, 유리, 대리석, 납화 페인팅, 원단, 금속을 테마별로 분류했다.
이 외에도 매장이나 그룹에서 사용한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디자인의
최고급 가구, 집기, 비품 등을 보관한다.
이는 지금도 프라다 그룹의 디자인 과정에
큰 영감을 주는 보물로 개수로 따지면 1만여 점에 이른다.
프라다의 서재
토스카나에 있던 작은 규모의 서재를 2001년부터 조금씩 밀라노로 옮겼다.
현재 밀라노 본사에 위치한 서재에는 4만 권의 도서가 보관되어 있다.
1894년에 발간한 패션 매거진부터 프라다 그룹 소속 브랜드의 룩 북,
DVD, 카탈로그와 패션, 관습, 풍습, 사진, 건축, 디자인, 장신구, 원단,
프린트에 관한 전문 서적이 주를 이룬다.
체계적인 조사를 바탕으로 구한 서적들은 지금도 조금씩 그 수가 늘고 있다.
전문 서적은 물론 패션 매거진 역시 주제, 출판사, 연도에 따라 구분해둔 프라다의 서재는
이제 그룹을 대표하는 공간이 되었다.
프라다 아카이브에 관한 더욱 자세한 정보와
다양한 사진은 프라다 인스타그램 @prada 또는
www.pradagroup.com/en/group/remix.html에서 찾아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