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GANTIGER

디자이너 양윤아

동물 학대 없는 패션을 지향하는 비건 패션 브랜드로
모피와 가죽, 울, 거위 털, 앙고라를 포함해
단추에 사용되곤 하는 뿔에 이르기까지
모든 동물성 소재를 배제한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하는
K패션 오디션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비건 패션 브랜드를 론칭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10년 전 고양이 앙꼬를 만난 이후 동물들의 삶에 귀 기울이게 됐고 결국 NGO(비영리단체)에서 동물 보호 활동가로 3년 동안 활동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던 중 패션 산업이 야기하는 동물 학대 문제와 생명 경시에 경각심을 가지게 됐다. 이후로 겨울마다 모피 반대 캠페인과 잔인한 방식으로 착취한 울을 사용하지 말자는 취지의 캠페인도 진행했고. 그런데 막상 겨울옷을 사려고 보니 동물성 소재를 사용하지 않은 ‘멋진 옷’을 찾기가 생각보다 힘들었다. 무작정 반대만 외쳐서는 변화가 없겠다는 생각에 대체할 것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흔히 실크, 앙고라 같은 소재는 동물 학대와 연관 지어 생각하지 않는데. 비건 패션은 작은 생명도 착취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예를 들어 실크는 누에가 뽕잎을 먹은 후, 열심히 고치를 만들어 나방으로 탈피하는 과정에서 채집해 만드는 소재다. 앙고라는 토끼의 사지를 결박해 털을 강제로 뽑기 때문에 토끼의 고통 없이는 얻을 수 없다. 섬유 산업이 아직 발전하지 못했고, 대체재가 없다면 동물로부터 얻은 것들을 쓰는 일에 반대할 사람은 드물었을 것이다. 그러나 기술이 많이 발달하지 않았나. 충분히 바꿀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비건타이거는 내가 입는 옷이 그 누구도 해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한다.

원하는 제품을 구현하는 데 제한은 없나? 브랜드를 막 론칭했을 때는 정말 힘들었다. 사용할 수 있는 소재가 한정돼 제작 과정에서 변동 사항이 많을 수밖에 없으니까. 한번은 우연히 울 느낌이 나는 소재를 구한 적이 있다. 울이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소재 업체 측의 설명을 믿고 생산 직전까지 갔지만 원단 테스트 중 울이 포함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결국 샘플을 폐기하고 원단도 반품했다. 그래도 다행인 건 그 후로 혁신적인 비건 소재가 많이 출시됐다는 점이다. 선인장 가죽, 와인 가죽 같은 종류가 대표적이다. 워낙 품질이 좋기 때문에 원하는 디자인으로 구현했을 때 결과물도 훌륭하다. 하루빨리 세상에 선보이고 싶다. 최근 <놀면 뭐하니>의 지미 유 캐릭터가 비건타이거 제품을 유니폼으로 택해 화제가 됐다. 지미유가 입은 제품은 비건타이거의 시그니처 셔츠로 평소에도 인기가 많았다. 그런데 방송 이후로 옷의 대중성이 달라지더라. 특히 남성 고객들은 평소 과감한 프린트나 색이 들어간 옷을 입는 걸 쑥스러워하는 경향이 있는데, 지미 유가 착용함으로써 그 경계가 허물어진 것 같다. 중년 이상의 남성, 부부 등으로까지 고객층이 넓어져 행복한 경험이었다.

동물 복지 외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패션계 이슈가 있나? 환경문제에도 주목하고 있다. 동물성 소재를 배제하다 보니 식물성 소재나 재생 소재, 합성 소재를 쓰게 될 때가 많다. 합성 소재라고 하면 흔히 비환경적이라고 생각할 테지만, 소재별 환경 부담 요인을 지수로 나타낸 히그 인덱스에 따르면 알파카나 가죽 같은 소재에 비해 그 수치가 3분의 1 이하로 확연히 적다. 신뢰 가능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소재를 선택하고, 생분해 포장재를 사용함으로써 내 브랜드 제품이 지구에 덜 해로울 수 있도록 항상 노력 중이다.

패션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나? 물론이다. 무엇을 입고 쓰는지가 자신을 대변하는 시대다. 내가 바뀌면 내가 사는 세상도 바뀌는 것 아니겠나. 인간이 소비 방식을 바꾸면 어떤 동물들의 세상은 완전히 평화로워질 거다. 밍크코트 한 벌을 입지 않는 것만으로 50마리가 넘는 밍크의 목숨을 살릴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디자인적인 측면도 많이 변화해, 코르셋처럼 여성의 몸을 조이는 옷을 거부하는 게 당연해졌다. 이처럼 패션이야말로 세상의 변화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지표라고 생각한다.

비건 패션 브랜드를 론칭한 일에 후회는 없나? 조금의 후회도 없다. 매일 감사할 뿐이다.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것이 기적처럼 느껴지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수 있어 행복하다. 물론 너무 피곤하고 일이 많아서 울고 싶을 때도 있지만, 그조차도 행운이 아닌가 싶다.

마지막으로, 비건타이거가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 비건 패션과 비건 라이프스타일을 함께 보여주는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고 싶다.

비건 패션 브랜드 오픈플랜 OPENPLAN 디자이너 이옥선 지속 가능한 패션

OPENPLAN

디자이너 이옥선

‘패션이라는 이름으로
더 이상 쓰레기를 만들지 않겠다’
는 신념을 지닌 오픈플랜은
플라스틱 프리와 비건 패션을 지향한다.

패션 산업이 지구를 오염시킨다는 오명을 벗고
사회 변화에 의미 있는 역할을 하는
메신저로 거듭나고자 한다.

비건 패션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멋진 스타일이란 무엇일까? 우리가 패션을 위해 누군가에게 해를 가하면, 과연 그게 멋이라고 할 수 있을까? 물론 나 역시 한때는 멋진 결과물을 최고의 가치로 여겼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지구 위 모든 생명의 삶과 조화를 이루며 살기 위해서는 옷을만들거나 사용, 폐기하는 동안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에 대해고려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패션을 위해 많은 동물이 희생된다. 가죽과 모피부터 울, 캐시미어, 앙고라, 모헤어, 거위 털, 오리털, 자개, 소뿔까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환경역시 마찬가지다. 다양한 형태의 축산업이 지구온난화, 열대우림 파괴, 생물 다양성 훼손 등의 문제와 직결돼 있고, 이미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이런 상황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지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패션은 사회변혁, 시민의식 제고에 나름의 역할을 해왔다. 패션이 시대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다면,기후 위기의 시대에 맞는 패션이란 무얼까 고민해봤다. 그게오픈플랜이 비건 패션 브랜드를 지향하게 된 계기다.

비건 패션을 지향하며 겪는 어려운 점이 있다면? F/W 시즌을 위해 개발한 소재들은 대부분 동물성이거나 플라스틱 소재다. 오픈플랜은 식물성 자연섬유와 재생섬유만을 고집하기에 플라스틱 프리와 비건 패션을 함께 지켜낼 수 있는 컬렉션을 구현하는 것이 큰 과제다.

비건 패션을 통해 이루고 싶은 가치는? 오늘날 패션 산업은 지구를 오염시키거나 인권 문제를 야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이 있다면 패션이 사람들의 행동을 비교적 쉽게 변화시킬 수 있는 강력한 매체라는 점이다. 따라서 패션을 매개로 기후 위기 시대에 가치 있는 아름다움을 제안하는 것이 오픈플랜을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다.

비건 패션과 관련해 남기고 싶은 말이 있나? 많은 사람들이 비건, 플라스틱 프리, 지속 가능성을 지향하는 삶을 시작하는 일에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이 단어들이 주는 무게감 때문일 수도, 우리의 삶이 이 가치와 상반되는 여러 행동에 길들어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나 또한 비슷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막막하고 두려웠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지금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그 끝을 알 수 없는 일이 많지만, 우리의 계획(Plan)에 대해 마음을 열어(Open) 이야기하는 것 자체 가 얼마나 적극적인 행동이며, 그로 인해 또 얼마나 무수한가능성이 열릴 수 있는지에 대해 말이다. ‘오픈플랜’은 그렇게 우리의 이름이자 우리의 할 일이 되었다. 각자의 일상에서 지속 가능한 삶에 대해 오픈 플랜 하는 것은 보다 나은 삶을 향한 첫걸음이 될 거라고 확신한다.

 

비건 패션 브랜드 오르바이스텔라 HEUREUX 디렉터 박수경 윤리적 소비 지속 가능한 패션

HEUREUX

디렉터 박수경

오르바이스텔라는 도덕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사육되고
도살당하는 동물의 가죽과 모피의 사용을 지양하며,
윤리적 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들을 위한 제품을 만든다.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의미의 프랑스어 오르(Heureux)를
브랜드 이름으로 사용함으로써 사람뿐 아니라 동물에게도
행복이 전해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비건 패션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문득 ‘품질이 좋고 보온성도 뛰어난 인조털이 많은데, 진짜 동물의 털을 입어야만 하는 이유가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지게 됐다. 가방만 해도 그렇지 않은가. 핸드백의 본질은 물건을 담는 것이니, 수납이 잘되고 예쁘면 그만이다. 그런데 왜 꼭 악어나 송아지를 죽여 얻은 가죽만 가치 있다고 여기는 걸까? 굳이 다른 생명을 희생하면서까지 치장할 필요가 있을까? 동물 보호에 관한 많은 논의가 있었음에도 아직 대다수 사람들은 동물의 털과 가죽을 부의 상징으로 여긴다. 이런 상황에 회의감을 느꼈고, 반대의 인식을 널리 퍼뜨려 많은 사람들이 윤리적 가치소비를 통해 자신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비건 패션을 지향하며 겪는 어려운 점이 있다면? 아직까지 비건 패션에 사용할 수 있는 소재가 많지 않은 데다, 진짜 가죽에 비해 더 높은 제작비와 기술력이 요구된다. 반면 소비자는 동물 가죽이 아니라는 이유로 품질이 좋지 않다고 믿거나 저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비건 패션 브랜드에는 이런 시선 자체가 어려움이다.

비건 패션을 통해 지향하는 가치는? 내가 사는 물건과 옷이 좋은 취지로 만들어졌으며 좋은 일에 쓰인다는 사실에 관심을 가지는 소비자가 많아지고, 비건 패션이 트렌드로 자리 잡기를 원한다. 오르바이스텔라는 론칭 때부터 판매 이익금의 20%를 동물 보호 단체에 기부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왔고, 올해에는 판매액의 2%를 기부하는 오르 캠페인을 구상중이다. 유기견 센터나 야생동물 보호 센터에 기부 또는 정기 봉사활동을 하며 동물의 행복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정 제품을 소비하는 행위가 곧 동물 보호로 이어지는 윤리적 가치소비의 생활화를 이룩하고 싶다.

비건 패션과 관련해 남기고 싶은 말이 있나? 비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더욱 도약할 목표를 가지고 있으니 비건 패션과 오르바이스텔라 모두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비건 패션 브랜드 낫아워스 NOT OURS 디자이너 박진영 선인장 가죽 지속 가능한 패션

NOT OURS

디자이너 박진영

2017년 론칭한 낫아워스는
지속 가능한 삶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출발했다.

이름 그대로 ‘우리의 것’이 아닌 것들에 대해 고민하고,
그에 대한 답을 담은 제품을 만든다.

모든 제품은 플라스틱 프리로 포장되며,
100% 폐페트병을 리사이클링한 플리스 소재,
선인장 가죽 등을 사용하고 있다.

비건 패션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동물 보호 차원에서 비건 레더를 내세우는 브랜드도 있지만, 아직까지 대부분의 브랜드나 디자이너가 인조가죽을 택하는 이유는 단가를 낮추기 위함이다. 그러다 보니 품질이 좋지 않은 소재를 사용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공들이지 않은 제품이 세상에 나오게 되는 거다. 사실 시중에는 동물성 소재를 대체할 만한 좋은 소재가 많이 나와 있다. 비건 패션이 환경주의자나 비건 이외의 소비자에게도 다가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이런 소재들을 사용해 제품을 만든다. 이와 같은 선택이 궁극적으로는 모든 브랜드가 가야 할 방향이자 미래라고 생각한다. 낫아워스는 당연히 가야 할 방향을 고른 것뿐이다.

비건 패션을 지향하며 겪는 어려운 점이 있다면? 한정된 선택지 안에서 디자인을 구현해야 한다는 점이 어렵긴 하지만, 반대로 미션이라 생각하면 즐겁기도 하다. 또한 시중에 있는 인조가죽 제품들의 퀄리티가 좋지 않다 보니, 비건 브랜드 제품이라 하면 가격이 저렴해야 한다는 선입견이 강하다. 왜 동물성 소재를 배제하는지, 그리고 왜 이런 가격을 책정하게 되었는지 이해시키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그래도 론칭 3년 차를 넘어서면서부터는 고객들이 낫아워스 제품의 품질을 높이 평가해주는 게 느껴진다.

비건 패션을 통해 이루고 싶은 가치는? 동물 착취 없는 세상. 그리고 동물과 환경, 사람이 모두 공존하는 세상을 이룩하는 것이다.

비건 패션과 관련해 남기고 싶은 말이 있나? 패션은 세계에서 가장 큰 산업 중 하나다. 그만큼 지금의 환경에 대한 패션업계의 책임 역시 크다는 뜻이다. 패션 산업이 발전하면서 물건을 더 싸게, 더 많이 사는 것이 가능해졌지만 풍족보다는 빈곤을 느낀다. 팬데믹 사태가 갑자기 닥쳤듯, 환경 위기 역시 미래가 아닌 지금의 일이다. 이제는 어떤 물건을 만들고 어떻게 소비할지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깊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모든 브랜드가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지속 가능성을 모색해야 한다. 낫아워스 역시 멈추지 않고 더 나은 방향에 대해 고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