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지의 중고 의류가 이탈리아의 도시 프라토에 모인다. 이는 수년이 걸릴 수도 있는 의류 재활용 과정의 첫 단계다.

헌 양모 의류를 색상별로 분류하는 모습. 색상 분류는 재활용 첫 단계로 노동자들의 숙련도에 상당 부분 의존하는 공정이다. 숙련공들은 시간당 수백 장이 넘는 옷을 빠르게 선별하면서 세세한 색상 차이를 구별해낸다.

 

의류 및 직물 산업은 석유 산업에 이어 지구상에서 두 번째로 환경오염을 크게 일으키는 산업 분야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0%, 오폐수 방출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미국 환경보호국(EPA)에 따르면 미국에서만 매년 1천5백10만 톤의 직물 폐기물이 발생한다. 분류 체계가 복잡해 분류 작업 자체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다 보니 폐기물 중 새 의류로 재활용되는 경우는 약 1%에 불과하다. 이 중 재활용률이 가장 높은 섬유가 양모다. 그 과정이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의 작은 마을 프라토(Prato)에서 이뤄지고 있다.

12세기부터 대규모로 옷을 만들어온 프라토는 이탈리아 직물 산업의 발상지로 1900년대 초반 법으로 원모 수입을 금지하면서 전통적으로 양모 재활용 산업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매년 1천2백만 벌의 의복을 생산하고 있으며 이제는 전 세계 폐직물의 약 15%를 분류하고, 재활용하는 업체들이 모인 공단으로 발전했다. 주로 중고 의류를 재가공해 털실로 변환하는데 그 규모만 연 25억 달러에 달한다. 프라토의 의류 생산업자들은 19세기 중반부터 이미 양모를 재활용해왔다고 한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양모와 캐시미어 제품을 재활용하는 경험과 전문성,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재활용 양모라 하더라도 질이 떨어지지 않을뿐더러 나아가 생산 비용까지 절감하는 장점이 있다. 전 세계(대부분은 미국)에서 모인 헌 양모 직물이 큰 덩어리로 뭉쳐진 채 프라토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재활용할 것과 중고로 판매할 것을 분류한다. 중고로 판매할 옷들은 주로 빈티지 수집가들에게 팔린다. 프라토에 도착하는 옷의 약 60%는 판매를 위해 아프리카로 보내지고, 37%는 재활용되며 극소수(약 3%)가 소각된다.

 

양모 재활용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고 까다로운 작업은 옷감의 분류다. 색상과 질에 따라 옷을 나눠야 하기 때문에 이 일을 오래 해온 숙련된 노동자들이 동원된다. 재활용 대상으로 분류된 옷들은 이후 화학적 탄화 작업을 거친다. 섬유질 불순물을 제거하기 위한 과정으로 옷감을 염산으로 드라이클리닝 해 화학적 탄화가 끝나면 습식 분쇄 기술로 양모를 세척하고 분해한다. 이후 고온의 바람으로 건조한다. 습기가 조금만 남아도 재생 과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사용한 물 역시 정수해 공단에서 다시 사용한다.

 

이후 양모 섬유의 품질 평가 작업을 거치는데 분쇄와 세척, 건조 작업을 철저히 진행했다 하더라도 최종적으로 불순물이 남아 있다면 재활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전문 작업자가 꼼꼼히 손으로 확인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다시 실로 만들어 양질의 직물을 생산하게 된다.

 

모델 로즈 그린필드(Rose Greenfield)와 디자이너 플라비아 라 로카(Flavia La Rocca)가 재활용을 앞둔 옷 더미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플라비아는 2019 그린 카펫 어워드 수상자로, 로즈가 입고 있는 드레스는 플라비아의 컬렉션 중 하나이자 프라토에서 재활용한 양모로 제작했다.

재활용 대상으로 분류된 옷들은 섬유질 불순물을 제거하기 위해 염산으로 드라이클리닝을 하는 화학적 탄화 과정을 거친다.

 

2017년, 약 1억4천2백만 킬로그램의 헌 옷이 프라토의 직물 공단에서 재생섬유로 재탄생했다. 수십 년간 지속해온 산업임에도 지역의 기업가들이 프라토산 양모가 재생섬유라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알리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재생섬유의 품질에 대한 편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재생섬유 산업은 양질의 원자재일 뿐 아니라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 필수적인 것임을 널리 알리고 있다. 재생섬유 산업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이며, 옷을 디자인하고 생산하는 방식 전체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말이다. 패션 산업이 지구에 끼친 악영향에 대해 이제는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메시지도 함께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