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브랜드 커렌트 CURRENT

커렌트
CURRENT

힙한 요즘 브랜드 하면 커렌트가 먼저 떠오른다. 브랜드를 이끌며 기획 의도나 디자인 의도보다 더 멋지게 스타일링하는 고객을 많이 접했다. 디자인은 그저 베이스가 되고, 각자 어떻게 커스터마이징하느냐에 따라 옷이 달라지는 거지. 그렇게 느낀 이후로는 소재와 질에 더 신경 쓰고, 정해진 형식에 치우치지 말자는 생각을 갖게 됐다. 한마디로 ‘프리스타일’이랄까.

이제 패션 브랜드의 성패를 결정짓는 데 전통적인 방식의 컬렉션이나 마케팅은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좋은 변화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않고 혼자 공부한 케이스다. 제품을 만드는 방법은 하드웨어적인 부분이라 익히고 연습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브랜드를 이끄는 건 소프트웨어를 구현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물리적으로 어떤 제품을 생산할지 고민하는 것보다 내가 느끼는 것과 브랜드 철학을 어떻게 보여줄지 고민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브랜드 론칭 이전엔 무슨 일을 했나? 사회체육을 전공하고 체육 분야에서 일했다. 처음엔 막연하게 내가 입고 싶은 옷을 만들고 싶었고, 뭐든 시작해보자는 마음에서 패션 MD 일을 배우게 됐다. 그때 배운 옷과 판매에 대한 지식을 기반으로 브랜드 기획안을 작성해 당시 대표님에게 보여드렸고, 과감하게 투자해주신 덕분에 커렌트를 론칭하게 됐다.

브랜드를 이끌며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은? 두 번째 시즌을 준비하면서 강렬한 인상을 주는 룩북 이미지를 만들고 싶었다. 결국 전 재산을 다 들여 뉴욕에 갔고, 그렇게 2019 S/S 시즌 룩북이 탄생했다. 고생도 그런 고생이 없었다. 비행기도 놓치고, 짐도 잃어버리고, 하필 뉴욕은 1백 년 만의 한파로 꽁꽁 얼었으니 말이다. 브랜드가 널리 알려진 시기도 아니었던 터라 무리하다가 일을 그르치면 어떡하나 싶어 걱정도 많이 했는데, 당시 촬영한 결과물이 브랜드의 정체성을 각인하고 매출을 높이는 데 큰 몫을 한 것 같다.

어떤 태도로 옷을 대하나? 시류와 맞지 않는 걸 싫어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새로운 걸 지향한다. 만약 지금부터 ‘커렌트는 이런 스타일’이라고 정해놓아야 한다면 더 이상 어떤 기획도 할 수 없을 것 같다. 지금 당장 원하는 걸 만들고 싶다.

온라인 기반 브랜드이기 때문에 얻는 장점이 있나? 자유롭다는 것. 사실 이번 시즌은 기존 이미지와 완전히 다른 스타일로 구성했는데, 오프라인 스토어 컨셉트가 정해져 있지 않아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분명 단점도 있다. 입었을 때 핏과 질, 원단의 느낌을 중시하는 편인데 사진은 표현하는 데 한계가 있지 않나. 특히 소재를 직접 만질 수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래서 빠른 시일 내에 오프라인 스토어를 오픈할 계획이다.

커렌트의 새 시즌이 궁금하다. 팬데믹의 영향으로 언택트라는 키워드가 떠올랐고, 모두가 ‘인(in)’으로 시선을 돌릴 때 커렌트는 ‘아웃(out)’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여행을 떠올리며 자연과 거리에 어울릴 법한 편안한 색을 찾고자 노력했다.

브랜드를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는? 론칭 당시 브랜드 네임을 놓고 많이 고민했다. 시간이 지나도 계속 결이 맞는 이름을 짓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커렌트(current, 현재)’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됐다. 커렌트는 매 시즌 제로에서 시작한다. 고민스럽고 어려운 일이지만, 누군가 좋아해주는 모습을 보면 보람차다. 이 기분을 계속 느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