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HYE YUN
@dohye.yun
‘도혜 윤’이란 브랜드에 대해 설명한다면? 도혜 윤은 내 이름이자 내 작업물들을 부르는 단어다. 센트럴 세인트 마틴을 졸업한 후,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컬렉션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남은 졸업 컬렉션의 연장선으로 총 6개 룩으로 구성한 2020 컬렉션부터 이번 2021 컬렉션까지 완성했다. 정식으로 판매하지 않는 작품이 대부분이라 도혜 윤은 아직 패션 브랜드라기보다는 디자이너 혹은 아티스트의 아카이브라는 설명이 더 적절하다.
2000년대에 사로잡힌 결정적 계기가 있다면? 시선을 잡아끄는 요란한(?) 디자인에 주로 매료된다. 그런 이유로 과거 2000년대에 활약한 디자이너들이 보여준 화려함에 이끌린 것 같다. 세기말이 지난 후 더욱 과감하고 컬러풀해진 것들 말이다.
도혜 윤 컬렉션은 러버 밴드, 스터드, 별 모티프, 체인 메일, 타이다잉, 프린지 등 틀에 얽매이지 않는 다양하고 신선한 소재와 요소의 결합이 두드러진다. 이런 소재를 적극 활용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센트럴 세인트 마틴 패션프린트과를 졸업했는데, 텍스타일 개발을 주로 하는 디자인을 전개하는 커리큘럼이 대부분이었다. 주변에서 내가 직접 개발한 텍스타일을 좋아해주고 용기를 불어넣어줘 자연스럽게 소재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 적극적으로 개발하다 보니 나만의 강점이 됐다. 컬렉션에 따라 텍스타일과 소재 그리고 아이템군의 밸런스를 조절하며 컬렉션을 꾸리고 있다.
도혜 윤 컬렉션을 세 가지 키워드로 정의한다면? ‘우먼 피규어(women figure)’, ‘울트라 모던(ultra modern)’, ‘새비지(savage)’. 여성만을 위해서 디자인하는 편이라 여성의 몸에 특화된 패턴을 찾고, 그 디자인을 돋보이게 할 소재를 다양하게 활용하기 때문에 우먼 피규어라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방가르드하면서도 미래지향적인 걸 뜻하는 울트라 모던, 파워풀한 도혜 윤 컬렉션을 표현하는 새비지란 단어도 떠오른다.
패션계는 물론 뷰티, 문화까지 그야말로 Y2K 트렌드가 지배적이다. 특히 MZ세대의 뜨거운 지지를 얻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MZ세대에겐 생소하기 때문에 새로운 트렌드로 느껴지는 게 아닐까 싶다. 내게는 2000년대 패션이 무척 재밌는 느낌이다. 어딘가 촌스러우면서도 눈길을 확 끈다. 또 요즘 패션계가 지향하는 몸을 드러내는 과감한 애티튜드와도 맞물리는 것 같다.
평소 영감을 주는 2000년대에 활약한 아이코닉한 인물이 있다면? 디자인할 때 디자이너들의 과거 컬렉션에서 영감을 많이 받는 편이다. 특히 1990년대와 2000년대의 장 폴 고티에와 티에리 뮈글러 컬렉션을 보면 영감이 샘솟는다. ‘어떻게 이런 걸 만들었지?’, 봐도 봐도 놀랍다.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나타내는 데 SNS가 빠질 수 없다. 도혜 윤의 SNS 활용법은? 도혜 윤(@dohye.yun)이라는 계정이 온통 내 작업물만으로 가득 차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다. 사생활만 있어도 재미없고, 반대로 브랜드 작업물만 있어도 보는 이들이 지루할 것 같다.
우리 일상을 바꾼 팬데믹 시대를 지나 이제는 위드 코로나 시대다. 무엇이 변할까? 갑작스러운 팬데믹 사태로 많은 것이 바뀌었다. 비대면이 주를 이루고 소셜미디어의 힘이 커지면서 브랜드와 아티스트에게는 디지털을 통해 어떻게 브랜딩하고 마케팅할지 그리고 어떤 이미지로 자신을 설명할지가 굉장히 중요해진 것 같다. 특히 나를 비롯한 젊은 디자이너들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보다 많아졌다는 생각이 든다. 위드 코로나, 아직 섣불리 예측할 순 없지만, 무엇이든 록다운일 때보다 더 활발해지길 바란다.
앞으로 계획은? 2021 컬렉션을 위해 개발한 소재와 아이디어, 감성은 그대로 유지하되, 보다 커머셜한 피스를 만들어서 본격적으로 판매를 시작해볼 작정이다. 예상치 못하게 구입하고 싶다는 문의가 많이 들어왔다! 도혜 윤과 별개로 또 다른 패션 레이블도 계획하고 있다. 곧 공개할 예정이니 많이 관심을 가져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