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겨울 빼놓을 수 없는 트렌드가 방한용품이다. 흰 눈으로 뒤덮인 슬로프 위를 수놓는 스키복을 필두로 한겨울 눈보라에도 끄떡없을 오버사이즈 패딩 코트와 얼굴만 쏙 내놓을 수 있는 발라클라바와 털로 뒤덮인 슈즈까지. 북극으로 여행이라도 가나 싶을 정도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꽁꽁 싸매는 것이 이번 시즌 트렌드라는 말씀.
생각해보면 다이애나 비와 브리지트 바르도, 재클린 케네디 등 과거의 한다하는 셀러브리티들 역시 한겨울 스포츠를 즐겼고, 이 모습은 꾸준히 패션계에 영감을 주었으니 스키 웨어를 겨울 패션의 클래식이라 정의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이번 시즌에는 슬로프와 일상의 구분 없이 즐겨도 될 만큼 훨씬 더 강력하고 광범위한 트렌드로 돌아왔다.
특히 미우치아 프라다가 선보인 2021 F/W 미우미우 컬렉션은 이번 시즌 트렌드의 방점을 찍었다. 새하얀 눈이 소복이 쌓인 슬로프에서 펼쳐진 컬렉션 쇼에는 알록달록한 캔디 컬러 스키 웨어가 등장했다. 오버사이즈 스키복과 벌키한 니트웨어, 큼지막한 퍼 장갑, 발라클라바, 부츠 등 추위에 맞서기에 최적화된 아이템과 이와 대비되는 얇고 흐르는 듯한 란제리를 매치한 것이 눈에 띄었다. 스포티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이 컬렉션은 뭇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이 밖에도 최근 메종의 글로벌 앰배서더 제니를 모델로 내세운 샤넬의 코코 네쥬 컬렉션, 슬로프 위에서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연출한 톰 브라운, 좀 더 전문적인 스키용품을 선보이는 펜디와 몽클레르 그레노블 컬렉션이 이번 시즌 방한 의류 트렌드에 힘을 보탠다.
눈여겨봐야 할 또 하나의 특징은 스키를 모티프로 할 뿐 기능적 요소를 갖췄는지 여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점이다. 스키를 탄 후 즐기는 파티를 뜻하는 ‘아프레 스키(Après-ski)’를 컨셉트로 한 유돈 초이 컬렉션처럼 드레스 차림에 발라클라바를 두르거나 일상복에 퍼로 뒤덮인 액세서리 하나만 더하면 그걸로 충분하다.
디자이너들이 지난 2년간 스웨트 팬츠와 슬라이더 같은 원마일 웨어에 의존하며 보낸 지난날을 보상이라도 하듯 광활한 자연과 겨울스포츠를 주제로 삼았으니, 이제 보온성과 스타일리시한 매력을 겸비한 겨울 아이템으로 무장하고 눈 덮인 산과 야외 활동을 꿈꿔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