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F/W 시즌 프라다 맨즈 컬렉션은 그야말로 핫했다. 그간 원마일 웨어를 대변하던 트레이닝복 셋업이며 온갖 화려한 패턴과 난해한 실루엣으로 무장한 스트리트룩에 살짝 지쳐갈 무렵 오아시스처럼 짠하고 등장한 프라다 쇼는 너무도 신선했으니까. 미우치아 프라다와 라프 시몬스는 이번 시즌 지극히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유니폼’을 컬렉션으로 구현하고자 했다. 그 결과 클래식한 테일러드 코트와 수트,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가죽 벨티드 코트 등 너무도 우아한 룩이 탄생했다. 프라다 룩 특유의 이토록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극대화해준 모델들이 있었으니, 바로 제프 골드블룸, 카일 맥라클란 등 할리우드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중년 배우들이다. 올해로 만 62세인 카일 맥라클란은 포멀한 코트에 하늘색 셔츠와 그래픽 패 턴 터틀넥 톱을 입은 채 쇼의 오프닝을 알렸고, 만 69세인 은발의 신사 제프 골드블룸은 모헤어 퍼로 장식한 테일러드 코트를 입은 채 프라다 맨즈 쇼의 엔딩을 쿨하게 장식했다. 재디의 귀환을 공식적으로 알린 대표적인 컬렉션이 패션사에 족적을 남기는 순간이었다. ‘재디(zaddy)’란 옷을 잘 입는 중년 남성으로 섹스 어필할만한 매력을 지니는 것이 특징이다. 프라다는 이전에도 재디룩을 아주 스타일리시하게 보여 준 컬렉션을 선보인 바 있다. 2012 F/W 컬렉션에서 에이드리언 브로디, 윌렘 대포, 게리 올드만을 레드 카펫 런웨이에 등장시켜 남성의 힘을 제대로 과시한 것. 마틴 로즈, 키드슈퍼 스튜디오 등 MZ세대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는 레이블이 중년의 재디룩을 떡하니 소개한 점 역시 흥미롭다.
매 시즌 실험적이면서도 위트 있는 룩을 선보이는 마틴 로즈의 2022 S/S 시즌 룩북은 그야말로 기상천외하다. 여성 사진가 샤나 오스본, 로지 마크스, 카밀 비비에가 촬영한 사진들 속에선 백발의 할아버지들이 제각기 무표정으로 춤을 추고 있는데,이들 모두 디자이너가 런던의 클럽에서 영감받은 룩을 입고 있었다.조명을 받아 반짝이는 실크 셔츠며 파워 숄더 톱, 팝한 프린트 가죽 팬츠를 입은 50~60대 아저씨들이라니! 젊고 창의적인 패션을 선보이는 브루클린 베이스의 레이블 키드슈퍼 스튜디오 역시 베레를 쓰고 프레피한 스트라이프 수트를 멋지게 차려입은 중년 남성 사진으로 새 시즌 룩북을 시작했다.
“댄디한 남성복의 시대가 도래했어요.” 펜디 남성 복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실비아 벤투리니 펜디도 이토록 야심찬 코멘트와 함께 2022 F/W시즌 클래식하면서도 포멀한 스타일을 다양하게 재해석한 룩을 대거 선보였다. “편안함(comfort)이란 단어가 거슬릴때가많아요. 우린 너무 오랫동안 파자마와 스웨트셔츠를 입고 지냈죠. 그렇지만 딱딱하고 격식을 차린 옷이 행동에 제약을 주면 안돼요.”실비아는 움직이기 편하면서도 스타일리시한 수트, 가죽 재킷에 주얼 커프스, 메리제인 브로그, 윙팁 슈즈를 매치했다.
이 밖에도 19세기 남성복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요지 야마모토, 과거와 현재, 미래까지 전부 통할 남성복으로 파리 데뷔 쇼를 성공 적으로 치른 비앙카 손더스도 매혹적인 재디 룩을 선보이며 호평 받았다. “정장을 멋지게 차려입은 남성만큼 아름다운 사람이 또 있을까요? 경의를 표하고 싶어요.” GmbH의 디자이너 듀오 세르하트 이시크와 베냐민 후세비의 말에 공감하는 건 비단 에디터만은 아닐 듯하다. 자! 이제 헐렁한 츄리닝을 벗고 날렵하게 잘빠진 수트를 입을 차례다. 쿨하디 쿨한 재디의 시대가 도래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