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LAN

대 패션위크 이야기

구찌와 아디다스의 콜라보레이션

협업의 귀재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새로운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익스퀴짓 구찌(Exquisite Gucci)’ 컬렉션을 통해 공개한 영예의 파트너는 아디다스. 미켈레는 러플 장식 드레스와 포멀한 팬츠수트처럼 하우스를 대변하는 스타일에 스리 스트라이프(Three Stripes), 트레 포일(Trefoil) 심벌 등 아디다스를 상징하는 요소를 적극적으로 가미했다. 이 중에서도 GG 모노그램 패턴 패브릭과 스포티한 저지 소재를 이어 붙인 코르셋은 두 브랜드의 정체성을 가장 잘 결합한 아이템으로 손꼽힌다. 고유성을 지키는 동시에 매 시즌 다양한 방식으로 화제를 모으는 미켈레의 영민한 감각이 빛을 발한 순간.

 

 

대 패션위크 이야기

트루사르디의 귀환

지난해 트루사르디는 베를린 브랜드 게엠베하(GmbH)의 디자이너 듀오 베냐민 후세비(Benjamin Huseby)와 세르하트 이시크(Serhat Isik)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했다. 대대적인 브랜드 개편을 단행한 것이다. 패션계의 반은 실패를 예견했고, 나머지 반은 관심조차 갖지 않았다. 이 혹독한 상황에서 트루사르디는 외로운 복귀전을 치렀다. 결과는? 완벽한 부활이라 정의해도 과하지 않을 정도다.싸구려 향수와 홈웨어, 홈쇼핑 전용 의류에까지 라이선스를 팔아 넘기며 몰락의 길을 걷던 이 하우스는 단숨에 밀라노 패션위크의 주요 브랜드가 됐다. 그것도 창립 111주년을 맞이한 기념비적인 해에!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서사의 뒷이야기가 궁금하다면 트루사르디의 이후 행보를 주목하길.

 

 

대 패션위크 이야기

앰부쉬의 뜨거운 데뷔

앰부쉬가 밀라노 패션위크 데뷔 쇼를 진행했다. 가죽 뷔스티에, 체인과 메탈 디테일, 전매특허인 대담한 액세서리까지. 곳곳에서 묻어나는 반항적 관능미는 거대 자본을 앞세운 하우스 브랜드에 견줄 정도로 높은 완성도를 갖췄다. 우주에 대한 그의 상상력을 표현한 구체 장식과 그 주위를 행성처럼 맴도는 모델들의 워킹 역시 눈에 띈 부분. 그러나 안타깝게도 사운드트랙에 섞인 사이렌 소리와 붉은 조명 효과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소식과 맞물리며 우려 섞인 반응을 낳았다.

 

 

 

대 패션위크 이야기

새로운 보테가 베네타

보테가 베네타의 쇼장은 적막했다.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역량을 가늠할 심산으로 모인 관객들이 뿜어내는 기운 때문이었을 터다. 패션계는 불과 수년 전 같은 상황을 마주했다. 에디 슬리먼이 셀린느를 물려받은 역사적 사건 말이다. 숨 막히는 데자뷔 속에서 마티유 블라지는 하우스의 유산인 인트레치아 토기법을 계승하고, 다니엘리의 역작들을 재해석하되 한층 진화한 형태를 선보임으로써 존재감을 드러냈다. 쇼가 끝난 후 패션계는 마티유 블라지식 보테가 베네타에 찬사를 보냈다. 속단만큼 어리석은 일이 없다지만, 하우스가 또 다른 적임자를 만났다는 사실만은 분명해 보였다.

 

 

 

대 패션위크 이야기

회심의 마르니

프란체스코 리소는 거대한 숲으로 꾸민 쇼 장으로 관객을 초대했다. 파리였다면 진부하게 느껴졌겠으나 미니멀리스트 일색인 밀라노 패션위크에서는 진귀한 광경이었다. 그는 자신이 ‘통역사’라 부르는 창의 공동체가 각자의 옷장에서 꺼내 온 옷을 마르니의 새 시즌 아이템과 매치했다고 밝혔다. 그 역시 ‘개인적인 것과 공유하는 것, 옛것과 새것의 끊임없는 혼합’이라는 테마를 뒷받침하기 위해 뜯어진 듯한 수트를 입고 런웨이를 걸어 시선을 끌었다. 시노그래피와 컬렉션 룩, 구성 전반에서 업사 이클링에 대한 고민을 엿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