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IS

 

대 패션위크 이야기

우크라이나에 평화를
NO WAR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가뜩이나 싱숭생숭한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충격 그 자체였다. 디자이너들 역시 이 초현실적인 사태에 맞서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발렌시아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뎀나 바잘리아는 1993년 조지아 내전으로 피란민이 된 자신의 트라우마를 떠올리며 쇼장 좌석에 우크라이나 국기를 상징하는 푸른색과 노란색이 섞인 티셔츠를 놓았다. 실시간으로 360도 뷰가 가능한 돔 형태의 컬렉션장도 독특했지만, 그 속에서 인공 눈바람이 몰아치는 런웨이를 힘겹게 걷는 모델들이 전쟁을 겪고 있는 난민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해 가슴이 먹먹해졌다. 발망의 올리비에 루스탱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위 해 기도하며 그들의 존엄성, 회복력, 자유를 위한 헌신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밝힌 그는 갑옷, 기어, 압축 패드 등 전쟁에서 몸을 보호하는 장비들을 쿠튀르적으로 구현한 룩을 선보이며 호평 받았다. 두툼한 어깨 패드, 에어백 코르셋, 방탄조끼 등 을 떠올리게 하는 상의 등 컬렉션 전반에 다채로운 ‘보호 장비’를 접목한 룩을 선보인 디올은 또 어떤가.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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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드의 마력

샤넬의 우아한 DNA를 가장 명확히 드러내는 소재 중 하나가 바로 트위드다. 버지니 비아르는 ‘트위드를 향한 헌사’를 주제로 컬렉션 을 구상했다. 1920년대부터 1960년대, 1980년대에 이르기까지 레 트로 무드를 고급스럽게 변주한 재킷은 물론 뉴스보이 캡, 체인 백 등 다양한 아이템을 트위드 소재로 제작한 것이 특징. 트위드를 가장 여성스럽게 구현하는 브랜드가 바로 샤넬이란 사실을 다시금 증명한 컬렉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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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 프리

성(性)에 대한 고정관념을 타파한 젠더 프리 패션이 부각된 건 비단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러나 매 시즌 소녀스러운 로맨티시즘을 전파하는 브랜드 미우미우가 남성 모델들에게 떡 하니 짧은 쇼츠와 플리츠스커트를 입힌 것은 눈여겨볼 만하다. 쇼 전반에 이분법적 성별의 틀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정체성을 드러냈다는 미우 치아 프라다의 의도가 명확히 드러 났으니까. 세계적인 슈퍼스타로 등극한 정호연이 오프닝을 연 루이비통 컬렉션에서도 젊은이들의 자유로운 영혼을 담은 룩을 다채롭게 선보였는데 가죽 블루종 재킷, 블레이저, 셔 츠, 넥타이, 빅 백 등 남성성을 담은 아이템이 대거 존재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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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다

상상력을 발휘해 아티스틱한 감성을 발현한 쇼를 보는 것만큼 기분 좋은 일도 없다. 초현실주의 예술에 빠진 로에베의 조나단 앤더슨은 이번 시 즌 메레 오펜하임, 린다 벵글리스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라텍스, 풍선, 3D 프린트 등 다양한 오브제와 기법을 통해 전위적인 컬렉션을 완성했 다. 푸크시아 핑크로 아름다운 쇼를 연출한 발렌티노도 주목할 만하다. 팔레트 하나로 확고한 퍼포먼스를 드러낸 피 에르 파올로 피치올리에게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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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질 아블로의 유작

버질 아블로가 작고하기 전 마지막으 로 준비한 오프화이트 컬렉션. ‘우주선 지구(Spaceship Earth): 상상 속 경험’ 을 테마로 선보인 이번 쇼엔 켄달 제너, 지지 하디드, 벨라 하디드, 나오미 캠벨 등 고인을 사랑한 슈퍼모델들이 총출 동해 드라마틱한 쇼를 펼쳤다. ‘모든 것에 질문하라(Question Everything)’ 라는 깃발의 문구만큼이나 기발했던 버질 아블로의 컬렉션이 마지막이라니 아쉽고 또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