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DI BORN
<마리끌레르> 코리아 독자들에게 브랜드를 소개해주기 바란다. 본디 본은 호주의 스윔 & 리조트 웨어 브랜드다.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며 호주 전역의 장인과 협업한다.
친환경 패션을 선택한 계기가 궁금하다. 패션 브랜드를 운영하며 매일같이 다양한 선택의 기로에 선다. 어떤 소재가 인체와 가장 잘 어우러지는지, 어떤 포장재가 덜 유해한지 같은 것들 말이다. 이 무수한 선택지 앞에서 그저 우리의 제품, 그리고 환경에 최선이 되는 답을 고르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다.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하나. 리조트 웨어는 오가닉 리넨, 오가닉 코튼 그리고 대나무에서 추출한 셀룰로오스 섬유로 만드는 레이온과 비스코스를 사용한다. 이런 소재는 옷으로 만들었을 때 아름다울 뿐 아니라 기능적 으로도 탁월하다. 스윔웨어는 조금 더 까다롭다. 원단을 늘어나게 하기 위해 합성섬유 사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스컬프처(SculpteurR) 섬유를 채택했 다. 만드는 과정에서 재활용 플라스틱보다 낮은 2.14의 탄소발자국 수치가 발생하고, 보편적인 수영복 소재에 비해 10배 이상 오래 입을 수 있다.
가치소비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시점이다. 관심을 두는 사회 이슈가 있나. 본디 본은 사회와 환경에 대한 책 임을 지킨 기업에 부여하는 ‘B 코퍼레이션’ 인증을 받았다. 그 무게를 통감하며 운영 전반에 걸쳐 사람과 지구에 옳은 일을 하고자 노력 중이다. 자선 활동의 초점도 환경에 맞췄다. 연 수익금의 1%를 비영리 환경 단체에 기부한다. 세계 곳곳에 나무를 심는 원 트리 플랜티드(One Tree Planted), 해양 쓰레기를 수거하는 시빈 프로젝트(Seabin Project)가 대표적이다.
환경운동가와 디자이너라는 두 가지 역할이 충돌하지는 않나. 남들에 비해 공이 조금 더 들 뿐이다. 예를 들어 가벼움과 유연성이 필요할 때는 합성섬유가 제격이지만 환경친화적으로 만든 리오셀이나 실크-비스코스 혼방 섬유로도 충분히 대체 가능하다. 물론 비용은 문제가 된다. 이런 작업은 지구에 덜 대가를 치르게 하는 대신 브랜드에는 더 높은 대가를 요구하니까. 그럼에도 우리의 가치가 세상에 전달되고 있음을 느낄 때가 많아 감사하다.
무엇이 당신에게 영향을 주나. 많은 사람들이 ‘호주’ 하면 캥거루만을 떠올린다.(웃음) 그러나 지금의 호주는 훌륭한 건축물과 영화, 예술, 미식으로 가득하다. 이 모든 것들이 내게 영감이 된다.
패션을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는. 옷을 통해 여성에게 즐거움과 자신감을 선물하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세상을 이롭게 만드는 일에 조금이나마 기여하는 것이다.
HANNAH ARTWEAR
<마리끌레르> 코리아 독자들에게 브랜드를 소개해주기 바란다. 전통과 역사, 수공예의 가치를 전하고자 한나 아트웨어를 론칭했다. 장인정신,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 고리에 탐닉한다.
대담한 프린트가 돋보인다. 어디에서 영감 받았나. 인도 여행을 하며 다양한 수공예품에 매료됐다. 특히 자이푸르의 나뭇조각 염색 방식이 눈에 띄었다. 나뭇 조각을 손으로 깎고 염료에 담근 후 핸드 프린팅을 가미하는 식인데, 이때 나오는 불완전한 결과물이야말로 인간의 손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의 정수다. 한나 아트웨어의 프린팅도 이러한 기법에서 착안했다.
옷을 만들 때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지속 가능성이다. 생산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환경친화적 재료와 기술이 필요하다. 기계로 만들 수 없는 불규칙하고 울퉁불퉁한 질감에 대한 애정에서 시작한 브랜드이기에 더욱 환경과 동떨어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옆에서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있나. 네타포르테 리조트 팀으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고 있다. 윤리적 패션이 얼마나 큰 가치를 지니는지, 또 얼마나 많은 소비자가 우리와 같은 핸드메이드 브랜드를 응원하는지 피부로 느끼게 됐다. 공들여 만든 옷을 입는 사람은 그 패브릭 안에 녹아든 정성과 교감할 수 있을거라 확신한다.
수작업 외에 환경을 위해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하다. 최근에는 뉴사우스웨일스주의 홍수 피해 복구를 지원했다. 또 도움이 필요한 곳에 의류를 기증하는 단체인 스레드 투게더(Thread Together)에 재고를 기부한다.
롤 모델이 있나. 나의 어머니. 태어난 순간부터 내가 칠하고, 그리고, 만들도록 도와주셨다. 조경 디자이너인 어머니는 자연을 사랑하고 야성적인 표현을 즐긴다. 그 영향인지 나 역시 자연물의 불규칙한 미감, 색, 빛, 무늬에 종종 감화되곤 한다.
당신을 나아가게 하는 힘은 어디에서 오나. 인도를 여행하며 예술과 패션을 접목해야겠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린 순간이 잊히지 않는다. 그날의 열정이 나를 이끈다.
최근 몰두하고 있는 작업은. 인도의 골동 직물을 재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 중이다. 인도에는 숨 막힐 정도로 예술적인 칸타와 사리, 그 외 여러 자수 작품이 즐비하다. 유구한 역사가 밴 요소를 발굴해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일이 즐겁다.
패션을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는. 한나 아트웨어는 홀치기염색 기술자나 자수공을 비롯한 모든 여성 전통 공예가와 협업하고, 그 결과물을 또다시 전 세계의 여성 고객에게 전달한다. 우리의 작업물이 여성의 힘을 한 곳에서 또 다른 곳으로 옮기는 유의미한 순환의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
SAVANNAH MORROW
<마리끌레르> 코리아 독자들에게 브랜드를 소개해주기 바란다. 사바나 모로는 패스트 패션의 반대 지점에 서 있다. 윤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옷을 만든다는 의미다. 우리가 생산하는 모든 과정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방향으로 설계된다.
지속 가능성을 탐구하게 된 계기가 무언가. 오늘날 우리가 입는 옷의 대부분은 화석연료나 원유의 산물인 합성섬유로 제작한다. 다시 말해 플라스틱을 입고 있는 셈이다. 이 사실을 깨닫고 나니 패션 산업이 환경 위기를 악화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걸 더 이상 부정할 수 없었다. 결국 디자인의 모든 단계를 뜯어고치기로 결심했다. 특히 소재에 관한 연구가 절실했다.
천연 소재가 반드시 친환경적인 건 아니지 않나. 맞다. 그래서 유기농 인증을 받고 윤리적으로 공급된 섬유를 찾아 헤맸다. 그 후엔 가공 방법에 대해 고찰했다. 아무리 지속 가능한 섬유라도 제조 과정에서 화학물질과 표백제를 첨가하면 유해할 수밖에 없으니까. 결국 가공 과정을 줄이기로 결심했다. 사바나 모로 원단이 띠는 크림색은 실 자체가 지닌 고유의 색이며, 염료 없이 물만 사용해 만들어진다. 또 대부분의 직물이 인도에 거주하는 장인들의 손에서 탄생하기 때문에 전기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브랜드를 운영하며 기억에 남는 순간은. 2019년 초, 함께 일하는 장인들을 만나기 위해 인도를 방문했다. 옷 감 창고에 아름다운 숄 하나가 걸려 있었는데, 순간적으로 그 원단의 질감과 광택에 매혹됐다. 바로 컬렉션에 활용할 방법을 궁리하기 시작했지만 결국 그 소재가 우리가 원하는 지속 가능성 기준에 맞지 않다는 걸 알고 포기했다. 그러자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났다. 모두가 발 벗고 나서 적절한 재료와 가공법을 찾아낸 거다. 결국 대나무와 피스 실크(Peace SilkR, 환경을 해치지 않는 방식으로 생산한 실크)로 비슷한 촉감을 재현했다.
미감에 관해서도 듣고 싶다. 자연과 이 세상의 아름다움을 기리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날것, 손으로 느리게 만든 것에는 분명한 가치가 있다. 사바나 모로의 옷을 보면 군데군데 불규칙성이 엿보인다. 그건 이 직물이 자연에서 자랐고, 장인이 애정을 기울인 결과물이라는 걸 증명한다.
패션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나. 우리가 하는 일이 전 세계를 구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패션과 소비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를 변화시킨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지 않을까? 가끔 이메일을 받는다. 우리의 게시물을 읽거나 옷을 사고서 패션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게 됐다는 내용이다. 지속 가능성을 지향하겠다는 다짐과 포부도 종종 적혀 있다. 이런 말을 들을 때 가장 기쁘다.
패션을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는. 패션 산업이 사회 적선(善)을 이룰 수 있다는 걸 증명해보이고 싶다. 어떤 일이든 기존의 방식을 뒤집을 준비가 되지 않으면 바뀌길 기대할 수 없다. 이런 비판 의식을 토대로 새로운 컬렉션을 준비하고, 결점을 인정하며 나아가고 싶다.
SLEEPER
<마리끌레르> 코리아 독자들에게 브랜드를 소개해주기 바란다. Kate 슬리퍼는 우크라이나 키이우에 기반을 둔 라운지 웨어 브랜드다. 론칭 당시만 해도 우아한 잠옷을 찾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입고 밖에 나갈 수 있을 정도로 쿨한 파자마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서 론칭하게 됐다. Asya 우리의 옷이 고객 곁에 오래 머물며 그들 인생의 멋진 순간을 장식하길 바란다.
슬리퍼가 지속 가능성을 지키는 방법이 궁금하다. Kate 우선 옷의 90%를 천연섬유로 제작한다. 국제 표준을 지키거나 인증 프로그램을 통해 검증된 책임 있는 직물들이다. 모든 의류는 키이우에 위치한 작업실과 우크라이나 전역의 작은 공장에서 만든다. 장인들의 도움으로 기계 사용량과 탄소 배출량을 줄였다. Asya 남은 원단은 아이들의 교육에 쓰이도록 기부하며 재고 상품은 위탁 플랫폼을 통해 기증한다.
슬리퍼가 참여하는 다양한 사회 공헌 활동에서 사람에 대한 애정이 드러난다. Kate 동료 대다수가 여성이다. 여성의 힘을 동력 삼는 사업은 그들의 삶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매년 유방암 환자를 지원하기 위해 핑크 아이템 판매 수익금을 기부한다. Asya 자폐증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자폐증 환자를 돕기 위해 블루 아이템 판매 수익금 역시 기부한다.
지속 가능성이라는 원칙을 고수하는 일이 힘들 때도 있겠다. Kate 몇년 전에 비해 훨씬 많은 소재가 개발됐다. 또 많은 제조업체가 소재의 안전성이나 친환경성을 의무적으로 인증하고 있어 이전에 비해 꽤 수월해졌다.
브랜드의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제품은 무언가. Asya 낙낙한 소매가 달린 애틀랜타 드레스. 모든 상황에 어울리도록 디자인했다. 특히 체형에 구애받지 않고 편하게 입을 수 있게 만든 점을 강조하고 싶다. 탄력 있는 밴드를 넣어 속옷을 입을 필요도 없다.
기록할 만한 날을 떠올려본다면. Kate 2013년 크리스마스이브였다. 영화 <내 사랑 컬리수(Curly Sue)> 를 보던 중, 주인공 역을 맡은 켈리 린치의 줄무늬 잠옷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Asya 그날 밤 케이트가 파자마 공장 한가운데에 서 있는 꿈을 꿨고, 아침이 되자마자 내게 전화해 홈 웨어 브랜드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6개월 후 우리의 첫 컬렉션이 세상에 나왔다. 그 이후 줄곧 크리스마스 시즌은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시기가 됐다. Kate 자랑을 덧붙이자면 켈리 린치는 이제 우리의 고객이다!(웃음)
패션을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는. Kate 자신을 적극적으로 사랑하고 돌보는 사람들이 많아지도록 돕는 것. 또 제품, 동료 관계, 이미지 등 브랜드 전체를 아우르는 영역에서 우리만의 철학을 확립하고 싶다. Asya 여가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을 상상하며 옷을 만든다. 친구들과 저녁을 먹거나 집에서 책을 읽는 모습 말이다. 휴식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우리의 미감을 구현하고 실험하는 일이 즐겁다. 이런 방향으로 브랜드를 계속해서 발전시킬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