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가시지 않고 남아 있는 운치’를 뜻하는 여운. 패션에서도 이러한 여운이 중요한 미덕이 될 전망이다. 많은 하우스 브랜드가 시선이 머무는 뒤태 디자인에 힘을 쏟고 있기 때문. 대표적으로 로에베가 있다. 이번 시즌 뒤틀리고 왜곡된 것의 아름다움에 주목한 조나단 앤더슨은 앞뒤를 거꾸로 입은 듯한 트렌치코트를 선보였다. 버버리 역시 어깨를 덮는 스톰 플랩(storm flap)과 벨트만 남겨둔 채 뒤판의 나머지 부분을 깨끗이 도려낸 베어백 트렌치코트로 길에서 마주친다면 돌아볼 수밖에 없는 강렬한 뒤태를 완성했다. 스커트에 긴 꼬리를 늘어뜨리는 것 역시 돌아서는 시선을 붙잡기 좋은 방법. 2022년 식 미니멀리즘을 보여준 프라다의 런웨이에는 빳빳한 태피터 실크로 만든 미니스커트와 드레스가 대거 등장했는데, 저마다 뒷자락에 긴 테일을 달아 반전을 꾀했다. 연미복처럼 꼬리가 달린 이 스커트를 보며 파티 때가 아니라 평상시에도 입고 싶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힘은 바로 간결한 스타일링에 있다. 이 법칙은 뒤태를 강조한 다른 옷을 입을 때도 적용된다. 포인트 아이템을 제외한 나머지는 최대한 간결하게 매치하는 거다. 여기에 당당한 애티튜드는 필수. 그래야만 “저기요, 앞뒤를 바꿔 입었어요”, “뒤에 단추 덜 잠겼어요”, “스커트 뒷자락이 삐져나왔어요” 하는 우려 섞인 귓속말을 듣지 않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