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르는 어떤 브랜드인가요? 계절이나 나이, 성별 등에 경계가 없는, ‘오픈 플랜(open-plan)’ 옷장을 채울 수 있는 패션을 추구해요. 진실되고, 섬세하며, 우아하고, 포용력이 있는 현대 여성을 위한 옷을 만들죠. 나이와 스타일에 관계 없이 모든 사람이 쉐르의 옷을 입는 순간 높은 자존감을 느끼기를 바라요. 자유 역시 쉐르의 중요한 가치고, 트렌드에서 자유로운 정신도 마찬가지예요. 요리에 빗대어 말하자면, 과거에 사랑받은 요리를 완전히 새로운 재료로 만드는 것 역시 제가 생각하는 자유로움 중 하나입니다. 예를 들어, 같은 프린트 옷을 만들더라도 문양과 소재를 새로운 것으로 바꾸는 거죠. 플로럴 프린트는 더 이상 저희에게 예전처럼 영감을 주지 않아요. 요즘은 추상적인 문양에 훨씬 관심이 많아서 그 프린트를 시도하는 중이에요. 트렌드나 시장의 요구보다 저의 영감이 더 중요하니까요. 이것이야말로 쉐르가 남다르고 창의적일 수 있는 이유라고 생각해요.
시그니처 아이템을 고르자면? ‘노라(Nora)’ 블라우스. 하이웨이스트 팬츠와 함께 입으면 실루엣이 아름다워요. 아시아 전통 의상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리본 디테일의 블랙 실크 ‘수지(Susie)’ 드레스 역시 쉐르를 잘 표현 해줘요. 2022 F/W 시즌에 선보이는 ‘사라예보(Sarajevo)’ 팬츠에 같은 소재 드레스를 레이어드하고 프룬 컬러 카디건을 입는 룩도 좋아해요. 편안한 파카와 발라클라바, 조거 팬츠의 조합 역시 쉐르답죠.
남성복의 디테일에서 착안한 디자인도 많아요. 남성복은 저희에게 큰 영감을 줘요. 그래서 테일러링 전문 공방에서 팬츠와 셔츠, 재킷과 코트를 제작하고, 남성복에 주로 쓰는 소재를 도입했어요.영국과 이탈리아 원단, 그중에서도 스트라이프 포플린을 좋아합니다.
쉐르가 추구하는 여성상을 소개해주세요. 쉐르를 사랑하는 여성은 주로 개성있고, 남들과 다른 옷을 찾고 있고, 디테일에 주의를 기울이는 이들 입니다. 우리의 단골이기도 한 카롤린 드 마그렛과 린드라 메딘 같은 이들이요. 얼마 전 우리 쇼룸에 왔던 김나영 씨도 떠오르네요. 무척 시크했죠.
쉐르의 2022 F/W 컬렉션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이번 시즌 키워드는 레이어드입니다. 컬러, 소재, 질감이 겹쳐지며 만들어내는 대조가 특징이에요. 실크 드레스 허리에 묶은 커다란 모헤어 스카프, 코트에서 삐져나온 발라클라바, 끈 달린 부츠위로 보이는 두꺼운 울 양말, 셔츠 위에 걸친 니트 재킷, 드레스 안에 입은 저지 톱을 보세요. 전체적으로 여유 있는 실루엣이 많아요. 소재 본연의 자연스러운 구조를 살리고 그 차이에서 오는 대비로 재미를 줬습니다.
요즘 최대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지구에 대한 관심이 점점 더 커지고 있어요. 작은 실천 하나하나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믿어요. 일상생활뿐 아니라 쉐르에도 적용하는 생각으로, 저희는 윤리적 소재 선택과 공정무역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남은 2022년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일과 삶 모두요. 올해는 해외 매장을 많이 오픈한 해입니다. 한국, 프랑스, 스페인, 미국에서 새로운 쉐르 매장을 만날 수 있을 거예요. 가방과 신발을 더 많이 출시하려는 계획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일디외(Île d’Yeu)섬에서 보낼 여름휴가가 무척 기다려져요. 매년 여름 가족과 함께 휴가를 보내며 다음 컬렉션을 준비할 에너지를 얻거든요.
마지막으로 쉐르를 세 단어로 표현한다면? 진정성, 정교함 그리고 자유. 쉐르의 옷을 입는 사람들에게는 남들과 다를 자유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