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니잉

크리스토퍼 니잉

 

한국 방문을 환영한다. 2022년 9월에 한국을 방문했던 아워레가시의 공동 창업자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요쿰 할린(Jockum Hallin), CEO 리샤르도스 클라렌(Richardos Klarén)에게 한국에 대해 전해 들은 이야기가 있나? 없다.(웃음) 농담이다. 요쿰과 리샤르도스가 다른 나라에 다녀와서 그렇게 만족스러워하는 모습을 처음 봤다. 특히 요쿰이 한국을 무척 좋아한다.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고 돌아온 것 같아 나도 한국 방문이 기다려졌다.

한국에 두 번째로 오픈한 갤러리아백화점 매장을 둘러 보기 위해 서울에 방문했다. 매장 오픈을 준비하면서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 불투명 유리를 매장 곳곳에 설치해 신비로운 느낌을 표현했다. 매장 안에 들어선 고객은 서로 반사되게 배치한 거울을 통해 제품을 착용한 모습을 다양한 앵글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매장을 설계하면서 가장 주목하고 중요하게 생각한 요소는 소리다. 청력이 좋지 않아 매장을 구성할 때 소리에 집중하는 편인데, 스틸같이 단단한 자재로 만든 매장 벽에 음파가 부딪히면 메아리처럼 울려 소리를 보다 크고 선명하게 들을 수 있다. 반대로 피팅 룸은 방음벽을 설치해 소음을 차단했다.

1년이 안 되는 기간에 한국에 3개의 매장을 열었다. 아워레가시가 생각하는 한국 고객의 매력이 뭔지 궁금하다. 한국 사람들의 패션 스타일은 굉장히 대범하고 자유롭다. 다른 나라와 달리 모든 사람의 스타일이 일관되지 않고 개인의 개성을 중시하는 것 같다. 특히 한국의 스트리트 패션이 눈에 띈다. 옷 입는 공식에 얽매이지 않는 그들만의 레이어드 스타일링이 마음에 든다.

 

갤러리아백화점 압구정 본점에 오픈한 아워레가시의 두 번째 한국 매장.

 

한국에는 아워레가시 추종자가 많다. 특히 워크숍 라인이 각광받는데 아워레가시의 워크숍에 대해 자세히 듣고 싶다. 워크숍은 리사이클링과 업사이클링으로 구성된 라인으로 이전에 만든 옷을 해체해 재구성하거나 원단을 다시 염색해 활용하는 방법으로 제작한다. 메인 컬렉션과는 접근 방식이 다르다. 패턴, 소재 등 근본적인 부분을 디자인적으로 다루는 메인 컬렉션과 달리 워크숍 라인은 로고 등 그래픽 요소로 비주얼을 임팩트 있게 완성하는 작업을 한다. 다양한 분야의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도 진행한다. 그중에서도 스투시와 협업한 결과물이 특히 마음에 든다.

스투시와 협업한 제품에 자주 등장하는 음양 로고는 아워레가시에 어떤 의미인가? 일본을 방문했을 때 음양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를 보고 영감을 받았다. 균형과 조화라는 의미가 마음에 들어 우리만의 리사이클링 심벌로 활용 중이다.

워크숍에서 하는 작업이 아워레가시의 어떤 카르마같이 느껴진다. 흥미로운 해석이다. 옷을 순환시키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카르마는 조금 부정적인 느낌이 드는 것 같다.

워크숍의 A8 카테고리인 직접 큐레이팅한 책, 영화 등을 다루는 오브젝트(OBJECT)를 진행하기 위해선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쏟아야 할 것 같다. 최근 흥미를 갖게 된 것이 있다면? 패션을 제외하고 최근 가장 관심을 가진 분야가 가구 제작이다. 고국 스웨덴이 가구 분야에서 유명해 자연스레 관심이 가는 것 같다.

에디터는 영화에 관심이 많다. 최근 감명받은 영화가 있다면? 영화는 아니지만 미국 드라마 <위 아 후 위 아(we are who we are)>를 인상 깊게 봤다.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이 만들어낸 미장센이 아름답다.

 

아워레가시의 2023 S/S 컬렉션.

 

아워레가시는 두 명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한 명의 CEO 3인이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세 사람이 같이 브랜드를 전개하는 장점과 단점은 각각 무엇인가? 좋은 점은 우리가 서로 가까운 친구 사이이기 때문에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마치 복화술을 하듯 말이다.(웃음) 그 반면에 친하기 때문에 서로 부정적인 감정을 오롯이 드러낼 수 없는 점이 아쉽다. 원래 가까운 사람들일수록 함께 일하며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가 힘들다.

재치 있는 스타일링은 아워레가시 컬렉션을 보는 또 하나의 묘미다. 스타일링 영감은 어디서 받는가? 사실 제품을 만들 때는 스타일링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정해진 것에 생각을 가두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실물이 나왔을 때 실루엣과 질감을 보고 그 자리에서 즉흥적으로 스타일링 아이디어를 얻는다.

브랜드의 창립 목표인 ‘완벽한 티셔츠 만들기’는 이루었는가? 아직 아니다. 이루면 연락하겠다.(웃음)

그럼 현재 아워레가시가 지향하는 목표는 무엇인가? 염색 기법 등 기술적 측면을 더욱 발전시키고 싶다. 애플이 계속해서 새로운 버전의 아이폰을 만들어내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제작 기술은 끊임없이 연구하고 개발해도 모자라다. 또 우리는 매장을 연 도시에 커뮤니티를 만들고 소통하며 그곳의 문화를 더욱 깊이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디지털 세계가 각광받는 요즘이지만, 옷은 실체가 있는 물건이기 때문에 연결된 모든 것을 직접 체험하고 탐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을 방문한 것도 그 때문이다.

마지막 질문이다. 아워레가시가 다음 세대에 남기고 싶은 유산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진실성(Tru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