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패션디자인펀드(SFDF) 수상자로 선정된 애슐린과 디자이너 박상연 인터뷰

2022 S/S 시즌에 론칭한 첫 컬렉션.

삼성패션디자인펀드(SFDF) 수상자로 선정된 애슐린과 디자이너 박상연 인터뷰

 

SFDF 수상을 축하한다. 소감을 듣고 싶다. 목표를 이룬 것 같아 기쁘다. 현재 뉴욕에서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지만 나의 아이덴티티는 한국에 있다. 애슐린(Ashlyn)을 한국에 소개할 기회를 갖고 싶었는데, 감사하게도 1등으로 뽑아주셔서 금의환향할 수 있었다.(웃음)

2022 LVMH 프라이즈 파이널리스트에도 올랐다. 브랜드 론칭 2년 만에 기쁜 소식이 많이 들리는 것 같다. 팬데믹으로 모든 것이 침체됐던 론칭 첫 시즌, 한 에디터가 “알맹이가 없는 타 브랜드와 다르게 실체가 있는 브랜드다”라고 평가한 기사가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그 후 LVMH 리스트에 오르고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아카이브 피스가 소장되는 쾌거도 이루었다. 오랫동안 나만의 기술을 연마해 선보인 브랜드다. 이를 알아봐준 모든 분에게 감사한다.

2023 S/S 시즌 뉴욕에서 첫 런웨이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모국인 한국, 디자이너로서 경력을 쌓은 일본을 거쳐 뉴욕을 종착지로 선택한 이유가 있나?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보다 뉴욕을 향한 막연한 동경이 있었다. 일본 Y-3에서 심도 있는 패턴 메이킹 기술을 익힌 후 알렉산더왕, 캘빈 클라인 등 뉴욕의 내로라하는 브랜드에서 활동한 것을 기반으로 이곳에 정착할 수 있었다.

쇼의 시작을 알린 댄서 인위에(Yin Yue)의 독특한 움직임이 인상적이었다. 어떻게 협업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그의 작품을 처음 봤을 때 눈물을 흘릴 정도로 큰 감동을 받았고, 컬렉션의 주제를 몸짓으로 잘 표현해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번 컬렉션의 주제는 역경을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 더 높이 올라간다는 의미를 담은 ‘회복 탄력성(resilience)’이다. 밀고 당기는 텐션을 담은 그의 무대를 통해 어려운 상황에서 피어오르는 희망을 전하고 싶었다.

컬렉션 설명에 ‘모성’이라는 단어가 자주 보인다. 두 딸의 어머니로 사는 삶이 디자인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모성은 이번 쇼의 서브 테마다. 나는 엄마라는 위치에서 내 아이들이 살아갈 환경을 진심으로 고려한다. 진정으로 환경을 위한다면 옷을 제작하지 않아야 하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좀 더 가치 있는 옷을 만들고자 한다. 우리는 천 한 조각으로 한 벌을 만드는 애슐린만의 제로 웨이스트 기법을 활용하고, 모든 상품을 오더메이드로 제작해 옷을 만들 때 나오는 쓰레기를 최소한으로 제한한다. 지속 가능성을 위해 리사이클 소재를 쓰기보다는 오래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 환경을 생각하는 엄마라는 위치가 나의 노력에 진정성을 더한다고 생각한다.

 

삼성패션디자인펀드(SFDF) 수상자로 선정된 애슐린과 디자이너 박상연 인터뷰

2023 S/S 컬렉션의 피날레 드레스.

삼성패션디자인펀드(SFDF) 수상자로 선정된 애슐린과 디자이너 박상연 인터뷰

삼성패션디자인펀드(SFDF) 수상자로 선정된 애슐린과 디자이너 박상연 인터뷰

댄서 인위에와 협업한 2023 S/S 런웨이 데뷔 쇼.

 

거대한 케이크가 연상되는 2023 S/S 컬렉션의 피날레 드레스가 기억에 남는다. 컬렉션을 상징하는 피스를 단 하나만 고른다면? 단 하나의 시그니처라고 할 수 있는 피스는 아직 없다. 어떤 브랜드는 한 아이템이 히트를 치면 그 브랜드를 대표하는 메인 상품이 된다. 애슐린은 모든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하나의 디자인에 치중하지 않고 계속 발전시켜 나가려 한다.

브랜드를 전개하고 옷을 디자인하며 타협하지 않는 지점이 있나? 퀄리티. 어떤 상황에서도 높은 퀄리티를 고수하는 것은 고객과 한 약속을 지키는 일이다. 생산적인 측면에서 가격을 맞추려 퀄리티를 낮출 수는 없다. 현재 애슐린은 고객과 신뢰를 쌓아가는 단계이기 때문에 약속을 지키는 일이 중요하다. 신뢰는 한번 깨지면 되돌리기 어렵다.

진부한 질문일지도 모르겠다. 애슐린을 통해 궁극적으로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나의 아틀리에를 열고 싶다. 요지 야마모토에서 펜 잡는 법, 종이 접는 법, 심지어 화장실 청소 방법까지 처음부터 다시 배웠다.(웃음) 내가 동양과 서양에서 배운 것을 모두 접목한 나만의 테일러링 기술을 후세에 전수하고 싶다. 애슐린 출신의 디자이너가 하나의 타이틀, 하나의 라인이 될 만큼 강력하게 말이다.

마지막으로,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 핸드백 디자이너, 니트웨어 디자이너 등 애슐린과 협업을 원하는 주변 동료들이 있다. 그들과 함께 제품군을 늘려 작업 환경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으려 한다. 다른 컬렉션과 마찬가지로 충분한 준비 기간을 가지고 스스로 만족하는 결과물이 나왔을 때 선보일 예정이니 많이 기대해주기 바란다.

 

삼성패션디자인펀드(SFDF) 수상자로 선정된 애슐린과 디자이너 박상연 인터뷰

박상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