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2 F/W 시즌 등장한 미우미우의 발레리나 슈즈를 기억하는가. 나풀거리는 스커트 아래로 비범한 존재감을 드러낸 새틴 슈즈는 런웨이를 지켜보던 많은 이의 위시리스트에 자리 잡았다. 이를 시작으로 번진 발레코어 트렌드의 열기가 여전히 뜨겁다. 특히 블랙핑크 제니가 콘서트 무대에서 발레복에 동시대적 코드를 가미한 옷차림으로 등장하면서 Z세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디자이너들이 발레에 빠진 것은 이번 시즌도 마찬가지. 메종의 상징인 락 스터드를 촘촘히 박은 토슈즈를 선보인 발렌티노부터 무용수의 의상에서 영감 받아 제작한 보디수트를 다채로운 방식으로 스타일링해 컬렉션을 완성한 MM6 메종 마르지엘라, 진흙투성이 발레리나 슈즈를 품이 낙낙한 후디와 믹스 매치한 발렌시아가의 행보는 발레 코어가 트렌드로 자리매김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발레복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튀튀 스커트는 어떤가. 시몬 로샤와 몰리 고다드는 하우스의 시그니처인 풍성한 실루엣과 몽환적인 컬러로 이뤄진 튀튀 스커트로 런웨이를 물들였다. 발레 코어가 트렌드로 떠오른 것은 우연이 아니다. 무용복의 레오타드와 타이츠는 몇 시즌에 걸쳐 이어지고 있는 보디 콘셔스 룩 트렌드와 일맥상통한다. 또한 팬데믹 이후 익숙해진 고프코어와 원마일 웨어처럼, 발레라는 운동에서 시작한 애슬레저 기반의 트렌드라는 점에서 보다 편하게 입을 수 있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다만 발레 코어는 앞서 말한 트렌드와 비교해 로맨틱하고 사랑스러운 느낌을 배가하는 매력이 있다. 리얼웨이에서 발레코어룩를 시도하고 싶다면 벨라 하디드의 스타일링을 참고해보자. 그가 평소 즐기는 일상적인 Y2K 룩에 레그 워머와 토슈즈를 더하는 것만으로 손쉽게 트렌드를 즐기고 있으니 말이다. 올여름, 발레코어룩으로 차려입고 우아하면서도 강인한 발레리나처럼 사뿐히 거리를 걸어보는 건 어떨까. “욍, 되, 투아! (Un, deux, tro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