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웅
29세, 영상 조감독
❤
노해나
35세, 프리랜서 에디터 겸
스타일리스트
웨딩 스토리가 궁금해요. 거래처이던 영상 프로덕션에 남편이 새로운 조감독으로 들어왔어요. 다른 친한 조감독과 지금의 남편과 일도 하고 술도 마시며 자연스레 가까워졌죠. 경력이 많은 조감독이라 생각했는데, 사귀기로 하고 나서 나이를 알고 깜짝 놀랐어요.
프러포즈부터 결혼식까지 3년간 비밀 연애를 하다가 결혼식 날을 잡은 뒤 주변에 공개했어요. ‘저희 사귀어요’가 아니라 ‘저희 결혼해요’ 하고. 비밀 연애를 제안한 건 저였어요. 워낙 주목받는 걸 좋아하지 않고, 우리 둘이 같이 아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관심이 부담스러울 것 같았거든요. 공개하고 나서 원성이 자자했죠. 남편은 우리가 만난 초기부터 줄곧 결혼 얘기를 했어요. 전 나이 차이가 많이 나니 신중하자고 했고요.(웃음) 남편이 결혼에 늘 적극적인 터라 선택권은 저에게 있었고, 만난 지 2년 반이 되어가는 지난해 6월 무렵 ‘이 사람이면 평생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이렇게 늘 내 옆에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결심하고 결혼식 준비를 시작했어요. 식장 예약을 시작으로 딱 1년, 프러포즈는 결혼식 일주일 전에 받았어요. 아주 무덤덤하게 눈물 한 방울 없이 지극히 저희다운 하루였다고 기억해요.
결혼식 장소와 그곳으로 정한 이유 공간 한옥 근화원이요. 지인이 추천한 곳인데, 딱 제가 생각하던 곳이었죠. 무엇보다 ‘웨딩 홀에서 하는 결혼식은 우리에게 어울리지 않아. 우린 즐겨야지!’ 하는 이유가 컸어요. 둘 다 워낙 캐주얼하고 편한 걸 추구하거든요. 자연 속 꽃들은 더없이 곱고, 화려한 조명보다 해에 비치는 제 모습이 더 자연스럽게 그려졌어요(비록 해는 보지 못했지만). 가마솥에 삼겹살과 묵은지를 구워주는 음식도 좋았어요. 모두가 즐기는 결혼식이 되었으면 했거든요.
드레스와 턱시도 스타일링 무조건 튜브톱 드레스로 정했어요. 피부가 까만 편이고 키가 작아서 가리면 가릴수록 작고 통통해 보이거든요. 화려한 것도 어울리지 않아서 장식이 거의 없는 미니멀한 튜브톱 드레스로 골랐어요. 본식 웨딩 슈즈는 플랫폼 힐을 신어야 했는데, 드레스 뒷자락의 슬릿 장식 때문에 아무거나 신을 수 없었죠. 편집숍과 해외 구매 대행 사이트, 백화점을 둘러보다 구찌 매장에서 막 들어온 화이트 플랫폼 힐을 발견하고 바로 샀어요. 웨딩 촬영 때는 튜브톱 드레스와 렉토의 블랙 드레스, 민주킴의 핑크 미니드레스를 입었어요. 오로지 제 취향을 반영한 선택이었죠. 둘 다 제가 워낙 좋아하는 브랜드이고 저한테 잘 어울리거든요. 애프터파티 때는 1년 전에 산 미우미우 화이트 발레리나 슈즈를 꼭 신고 싶었는데, 레드 드레스에 신으면 예쁠 것 같아 레드 원피스만 줄곧 찾았어요. 얇은 스트랩 원피스를 원했는데, 결혼식 2주 전 브랜드 행사에 갔다가 발견해 보자마자 내 거다 싶어 선택했죠. 남편은 태어나서 수트를 딱 두 번 입었다고 하더라고요. 불편하면 어색하기만 할 테니 턱시도보다는 캐주얼한 수트를 입기로 했죠. 소재도 드레시한 것보다는 소프트한 걸로 고르고, 수트를 맞추면서 구두도 같이 사긴 했는데 영 어색해해서 로퍼를 신었어요.
헤어와 메이크업 스타일링 헤어와 메이크업은 제가 평상시에 메이크업도 기본만 하고, 머리도 감고 채 말리지도 않은 채 집을 나서는 스타일이라 늘 제 머리를 해주는 디자이너에게 부탁했어요. 취향도 잘 맞고 감각도 뛰어나거든요. 메이크업은 헤어 디자이너에게 소개받아 부탁했어요. 메이크업은 이목구비가 큰 편이니 자연스럽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헤어는 번으로 하되 잔머리를 살려 볼살을 가려달라고 요청했어요.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 모두가 즐거운 결혼식이요. 감동도 좋지만 파티처럼 다 같이 웃고 떠드는 흥겨운 결혼식! 그래서 음악도 양가 부모님 입장하실 때를 제외하고, 모두 리듬감 있고 신나는 음악으로 골랐어요. 즐거운 날이니까요. 식사하는 동안 배경음악도 해리 스타일스와 레이니였죠.
우리 결혼식에서 이것만큼은 특별했다 무조건 비요! 전날 밤 12시까지 진행 팀과 수시로 연락했어요. 비가 계속 오면 신부 대기실을 옮길 것이냐, 캐노피를 칠 것이냐, 우산을 쓸지 말지 우왕좌왕했죠. 오전 9시부터 소강상태를 보일 거라는 일기예보에 헤어와 메이크업을 마치고 식장으로 출발하려는데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어요. 결혼식 내내 저는 베일을 타고 흐르는 빗물에 젖어가고, 하객들도 다 젖고, 예식 도중에 비바람까지 불어서 마치 영화 <어바웃 타임>의 한 장면 같았어요. 그런데 그 상황이 너무 재미있어 모두 웃음을 터뜨렸죠. 결혼식 후 그날 신은 신발을 버렸다는 친구들 소식도 들었고요.(웃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신부 대기실이 야외였는데 앉아서 친구들이 우산을 부여잡으며 오는 모습을 지켜봤죠. 친구들이 하나같이 저를 보자마자 박장대소를 했어요. 그야말로 노해나 결혼식답다고 하면서요. 친구들이 비도 계획에 있었느냐고 물으며 웃어주니 긴장이 풀려 저도 같이 웃었어요. 그 상황이 워낙 재미있어서 지금도 생생히 기억나요.
지나고 나니 이건 썩 잘했다 싶은 부분 야외 웨딩으로 선택한 것이요. 결혼식장으로 공간 한옥 근화원을 선택한 저를 칭찬합니다. 장소도 음식도 완벽했어요. 다들 먹어본 결혼식 음식 중 단연 최고라고 해줘서 뿌듯합니다.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에게 전하는 결혼식 준비에 관한 팁 “지나니까 그건 아쉽더라.” 먼저 결혼한 친구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이에요. 의아했죠. 결혼식장도 본인이 고르고, 드레스도 본인이 고르고, 모든 선택을 본인이 했는데 왜 아쉬울까. ‘나는 아쉬울 일 만들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모든 선택은 제 마음이 제일 끌리는 것을 기준으로 했어요.
배우자에게 하고 싶은 말을 남겨주세요. 짝꿍아, 시작부터 남다른 에피소드 잔뜩 남긴 우리니까, 앞으로도 치치랑 같이 좌충우돌 유쾌하고 재밌게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