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영

38세, 갤러리 샌드위치 에이피티 대표

장덕화

38세, 포토그래퍼

 

웨딩 스토리가 궁금해요. 2017년 에디터와 포토그래퍼로 처음 만났어요. 당시 저는 <맵스> 매거진 에디터로 일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대표님이 제가 맡은 화보를 장덕화 포토그래퍼와 진행하면 좋을 것 같다고 추천하셨거든요. 몇 개월 후 대표님과 일본으로 출장을 갔는데, 남편이 지인들과 여행을 왔더라고요. 우연히 만나 다 같이 저녁을 함께 먹는 자리에서 서로 동갑인 걸 알게 되면서 더 친해진 것 같아요. 1년 뒤 자연스럽게 더 가까워지면서 연인이 되었어요.

프러포즈부터 결혼식까지 저희는 결혼할 인연이었나 싶을 정도로 만남부터 프러포즈, 결혼을 결심하기까지 모든 게 자연스럽게 결정되고 진행되었어요. 아, 프러포즈는 남편이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성격이라 어영부영 넘어갈 것 같아 제가 한 달 안에 꼭 하라고 당부했던 기억이 있네요.(웃음) 결혼식은 2022년에 올렸지만, 이미 1년 반 전 신혼집을 마련하고 혼인신고까지 마친 상태였어요. 코로나19로 결혼식만 남은 상황이었죠. 결혼식 준비는 코로나19 사태가 조금씩 진정되던 무렵에 시작해 6개월 정도 했어요.

결혼식 장소와 그곳으로 정한 이유 더 플라자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진행했어요. 차분하게 느껴지는 어두운 분위기도 마음에 들고, 버진 로드 양쪽에 긴 테이블을 추가할 수 있는 부분이 가장 좋았어요. 식장에 원형 테이블만 있는 것보다 버진 로드 양쪽에 긴 테이블을 놓아 식장 분위기가 더 따뜻하게 느껴졌거든요. 그리고 꽃 역시 선택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어요. 신부의 선택과 계절에 따라 꽃이 달라지기는 하지만, 더 플라자 호텔에서 샘플 이미지로 본 꽃 장식이 아주 근사했어요. 저희는 담당자에게 테이블 위에는 땅에 피는 풀과 들꽃, 위에 있는 꽃은 하늘에 피는 꽃과 나무 같은 분위기이면 좋겠다고 말했는데, 저희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잘 구현해주셔서 깊이 감동했어요.

 

버진 로드 양쪽에 추가한 긴 테이블.

 

드레스와 턱시도 스타일링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어요. 저랑 남편은 평소 드레스나 턱시도의 트렌드나 브랜드는 고사하고 명칭이나 스타일조차 아예 몰랐어요. 머메이드가 뭔지, A 라인 드레스가 뭔지 알 턱이 없었죠. 그러니 많은 숍 중 어느 곳을 어떤 기준으로 선택해야 할지 몰라 시작도 못 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아틀리에 태인’의 웨딩 디렉터 양태인 대표에게 도움을 받았어요. 평소 제 스타일을 아는 분이라 제가 원하는 걸 이뤄주실 것 같았어요. 제가 웨딩드레스는 평생 다시는 입을 기회가 없을 것 같으니 무조건 화려하고 많이 퍼지는 스타일을 입고 싶다고 했거든요.(하하) 아니나 다를까, 제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잘 어울리는 스타일을 완성해주셨어요. 본식과 피로연, 웨딩 촬영 때 입은 드레스와 턱시도는 소재와 디테일에 초점을 맞춰 선택했어요. 화려한 장식이 없어도 질 좋은 소재와 섬세한 디테일에서 풍기는 화려함이 있거든요. 특히 2부 드레스 컬러는 신부들이 잘 선택하지 않는 심플한 블랙으로 정했어요. 그 전에 핑크 드레스도 입어보고, 화려한 장식이 달린 스타일도 입어봤지만 저에게 착 붙지 않더라고요. 제 친구들에게는 본식 드레스보다 2부 드레스가 더 인상적이었던 모양이에요.

 

인상적이었다는 말을 많이 들은 피로연의 블랙 드레스.

 

헤어와 메이크업 스타일링 평소 스타일에 맞춰 자연스럽게 연출했어요. 평상시에 화장을 거의 하지 않아서 그런지 과한 헤어와 메이크업은 어울리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헤어를 맡은 김승원 실장님과 메이크업을 맡은 오가영 실장님의 신의 손 덕분에 저희에게 가장 어울리는 모습으로 결혼식을 올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 편의성을 가장 중시했어요. 위치, 주차, 저희 결혼식 전후 결혼식을 찾은 하객들과 겹치지 않을지 등등. 주말에 귀한 시간을 내 저희를 축복해주러 오시는데 불편을 겪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호텔로 결정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해요. 예식 시간이 여유로워 촉박하게 치르지 않았어요.

우리 결혼식에서 이것만큼은 특별했다 오랜만에 가족과 친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사실 자체로 더없이 특별했어요. 저희 결혼식 전에는 몇 년 동안 모임 인원 제한으로 다들 함께하는 자리가 없었잖아요. 모두 한자리에 모인 상황 자체가 저희뿐 아니라 그 자리에 있던 모든 분들에게 즐겁고 특별한 일이 아니었나 생각해요.

 

꽃을 이용한 스타일링 포인트.

 

꽃을 이용한 스타일링 포인트.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신랑 신부가 퇴장할 때.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이 모두 한눈에 담기는데 마음이 참 따뜻해지더라고요.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친구들이 마음을 많이 써주었어요. 웨딩 사진부터 헤어와 메이크업, 축사, 축가, 부케, 웨딩 슈즈, 턱시도 등 무엇 하나 친구들의 손이 닿지 않은 것이 없어요. 특히 축가는 남편과의 오랜 인연으로 쌈디님과 잔나비의 최정훈 님이 맡아주셨어요. 가족과 친구들에게 비밀로 했었는데, 선곡도 직접 마음 써서 해주시고 진심을 담아 축하해주는 마음이 저희뿐 아니라 모두에게 전달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결혼식장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축하받고, 친구들의 애정 어린 축사를 듣는 모습을 지켜보며 양가 어른들도 그동안 우리 자식들이 당신들 품 밖에서도 좋은 사람들과 함께 잘 지내고 있었구나, 하고 느끼신 것 같아요.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에게 전하는 결혼식 준비에 관한 팁 한 번에 결정되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결혼식은 처음부터 끝날 때까지 검색과 선택의 연속입니다. 이겨내세요. 행복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유니크한 컨셉트의 웨딩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