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봄-여름 레디-투-웨어 컬렉션은 자유와 움직임에 대한 찬사이자 빌라 노아이유의 정원에
뿌리를 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어요.”
샤넬의 영감은 무한하고, 그 한계란 정녕 없는 것일까? 매혹적인 하우스의 상징이자 가브리엘 샤넬이 가장 사랑한 꽃 까멜리아부터 ‘아프리카의 파리’로 통하는 이국적인 색을 지닌 세네갈의 수도 다카르 그리고 캘리포니아 특유의 강렬한 햇살과 야자수, 세계적인 영화 산업의 중심 할리우드를 품은 환상적인 도시 로스앤젤레스…. 샤넬은 이처럼 자연과 문화, 예술, 도시 등 가브리엘 샤넬을 관통하는 다채롭고 전방위적인 미감을 지난 몇 시즌 동안 황홀하고 창의적인 컬렉션으로 구현하며 놀라운 여정을 이어왔다. 그리고 2024 봄-여름 컬렉션을 위해 프랑스 남동부 이예르(Hye‵res)의 모던한 별장 빌라 노아이유(Villa Noailles)로 우리를 초대하기에 이르렀다. 당대 열렬한 예술 후원자이자 수집가이던 샤를 드 노아이유(Charles de Noailles)와 마리-로르 드 노아이유(Marie-Laure de Noailles) 부부가 1923년에 건축가 로베르 말레 스테방스(Robert Mallet-Stevens)에게 의뢰해 탄생한 빌라 노아이유. 올해 건립 1백 주년을 맞은 이곳은 간결한 선과 햇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커다란 창, 이동과 사용의 완전한 자유를 선사하는 모듈식 공간으로 기능성과 실용성에 초점을 둔 동시에 미학적 체크 패턴의 큐비즘 양식 정원과 선큰(sunken) 화단을 조화시켜 현대건축의 걸작으로 손꼽힌다.
빌라 노아이유는 당시 가브리엘 샤넬은 물론 장 콕토, 파블로 피카소, 만 레이, 크리스티앙 베라르, 알베르토 자코메티 같은 디자이너와 작가, 예술가들에게 끊임없이 영감을 불어넣는 창의적 공간이자 예술적 감성을 나누는 의미 깊은 장소였고, 오늘날까지도 예술 분야의 젊은 인재를 육성하는 산실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2024 봄-여름 레디-투-웨어 컬렉션은 자유와 움직임에 대한 찬사이자 빌라 노아이유의 정원에 뿌리를 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어요.” 샤넬의 아티스틱 디렉터 버지니 비아르의 바람은 지난 10월 3일, 파리 그랑 팔레 에페메르에서 경쾌하고 강렬하며 성대한 쇼로 실현됐다. 빌라 노아이유의 커다란 창을 통해 보이는 프랑스 코트다쥐르의 따뜻한 태양과 푸른 바다, 아가베, 사이프러스, 미모사, 소나무, 목련 같은 다채로운 꽃과 초목, 아기자기한 건축물 등은 초현실적인 동시에 독특한 시각적 장치로 활용되었고, 모델들은 이 창의적인 런웨이를 경쾌하게 가로지르며 선명한 빛과 컬러, 기하학, 체크, 스트라이프 등 풍성한 패턴과 기법이 어우러진 환상적인 룩을 선보였다.
새 시즌, 샤넬 하우스를 상징하는 블랙 앤 화이트와 핑크 트위드 드레싱 가운부터 테리 소재의 멀티 스트라이프 패턴 재킷, 플라워 모티프로 장식한 네오프렌 수트와 레이스 드레스, 쇼트 드레스와 선레이 플리츠를 잡은 상의, 화이트와 블루, 그린 체크 패턴의 네이비 블루 버뮤다 쇼츠 등은 빌라 노아이유를 상상하며 재해석한 버지니 비아르의 탁월한 결과물이다. ‘삶의 기쁨(joie de vivre)’이 흘러넘치는 컬렉션 의상은 따뜻한 프랑스 남부 휴양지에서 여유와 낭만을 만끽하는 프랑스 사람들의 유유자적한 삶의 방식을 곳곳에 드리우고 있다. 옷은 여유롭고 세련된 실루엣으로 태연하고 우아한 아름다움을 잃지 않았으며, 플립플롭이나 메리제인 같은 플랫 슈즈와 매치해 누구라도 따라 입고 싶을 만큼 매력적이고 편안하게 연출했다. 수트는 어깨 장식과 라이닝을 제거해 가볍고 유연하며 베스트 재킷, 드레스처럼 입은 카디건, 포켓 장식 팬츠, 플리츠 디테일로 활동적인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준다. “스포츠웨어에 레이스와 트위드 같은 이질적 요소를 결합해 가능한 한 멋지게 조화시키려고 했어요. 빌라 노아이유의 멋진 정원과 수영장이 이번 시즌 실마리를 찾는 데 큰 도움이 되었죠.” 버지니 비아르는 서로 다른 매력, 과거와 현재를 조화시켜 결국 자신만의 독특한 관점을 성공적으로 관철했다. 이는 또 한 번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는 샤넬의 특별한 여정이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