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만나다니 정말 반갑다. <마리끌레르> 코리아 독자들에게 미스치프를 소개해주기 바란다. 만나서 반갑다. 미스치프는 신발, 채팅 플랫폼, 총 구매 프로그램 등 분야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형태의 작품을 제작한다. 이처럼 20세기의 문화적 상징을 다루고, 21세기 자본주의의 모순을 가속화하는 아티스트 그룹이다. 작업은 가끔 물이 새는 브루클린의 어느 창고에서 이루어진다.(웃음)

한국에 오면 하고 싶었던 것이 있나? 음식, 패션, 완벽한 대중교통 체계, K-Pop 문화 등 서울에 대해 궁금한 것이 아주 많다.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면 추천해주기 바란다.

이번 전시 <MSCHF: NOTHING IS SACRED(미스치프: 그 무엇도 신성하지 않다)>는 타이틀부터 매력적이다. 타이틀의 의미는 무엇인가? 우리팀 내부에서 자주 사용하는 문구이자 예술, 종교, 군사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기존의 인식에 도전장을 내미는 미스치프의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주제다. 우리는 유명한 예술 작품을 평범한 나이키 운동화로 바꾸는 등 작품의 기존 의도를 근본적으로 전복한다. 논란을 일으킬 목적이 아니라 문화적 힘을 가진 요소를 선택하기 위해 이런 작업 방식을 선택했다. 우리는 브랜드, 로고, 아티스트 등 모든 문화적 요소를 작품을 만들기 위한 매개체로 여긴다. 이를 기반으로 샘플링, 리믹스, 풍자의 과정을 거쳐 작품이 탄생한다. 무엇이든 재료로 사용할 수 있고, 그 어떤 제한도 없다. 그야말로 어떤 것도 신성(sacred)하지 않은 것이다.

미스치프는 가브리엘 웨일리(Gabriel Whaley), 케빈 와이즈너(Kevin Wiesner), 루카스 벤텔(Lukas Bentel), 스티븐 테트로(Stephen Tetreault), 총 4명의 설립자가 함께 운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인연의 시작이 궁금하다. 가브리엘과 스티븐, 그리고 루카스와 케빈은 미스치프로 뭉치기 이전부터 함께 일했다. 각자 다른 배경과 전문성을 가지고 있지만 네 사람 모두 비슷한 방식으로 작업하고 있었고, 대규모 온라인 관객을 위한 작품을 만드는 일이 무엇을 의미하고, 어떤 힘을 갖는지 고민하고 있었다. 이를 잘 이해하는 공통의 지인이 우리를 서로에게 소개해주었다.

미스치프라는 이름에 담긴 의미는 무엇인가? 가끔 마치 운명처럼 딱 들어맞는 이름을 만나게 되는 것 같다. 모두 그런 경험이 있지 않나?

소금 한 톨보다 작은 루이 비통 백, 에르메스 버킨 백을 분해해 만든 ‘버킨스탁’, 애니메이션 주인공 아톰의 신발을 닮은 ‘빅 레드 부츠’ 등 선보이는 작업물마다 기발한 상상력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작품 중 가장 마음이 가는 것이 있다면? 최근 가장 만족스러운 프로젝트 중 하나가 ‘키포올(Key4All)’이다. 이를 작업하기 위해 먼저 구형 RFID 잠금장치를 갖춘 2004년 식 크라이슬러 PT 크루저(좋은 차는 아니지만 마니아층이 있다)를 한 대 구했다. 동일한 차 한 대에 키를 5천 개 만들어 키를 가진 사람은 누구나 그 차를 이용할 수 있다. 물론 다른 사람이 타고 가버리기 전까지 말이다.(웃음) 이 5천 개의 키를 온라인에서 판매하고, 차의 위치를 문의할 수 있는 핫라인을 설치했다. 이용 중인 누군가가 추적기를 비활성화하거나 교통사고를 내는 등 프로젝트가 강제 종료될 위험성이 있었지만, 계속 운영되기를 원하는 수백 명의 사람들 덕분에 이 차는 미국 전역을 돌아다닐 수 있었다. 차 키를 소유한 사람들끼리 커뮤니티도 형성했다. 결과적으로 이 작품은 공동소유를 예술적으로 보여준 성공적 사례가 됐다. 우리는 ‘키포올’을 참여형 공연 예술이라 생각한다. ‘키포올’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대규모 인원이 함께 참여해야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 프로젝트는 미국 각 지역에서 어느 정도 균일한 수의 운전자가 키를 구매해야 유지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어딘가에 차가 멈춰있게 되니 말이다. 그래서 초창기에는 시도할 수 없었다.

당신들은 종합 아티스트지만 유독 패션과 관련한 작업을 많이 선보인다. 패션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처음 패션에 흥미를 갖게 된 건 신발 때문이다. ‘예수 신발(Jesus Shoes)’은 실물로 만든 첫 작품인데, 예상치 못한 폭발적 반응을 얻었다. 이 덕분에 패션이 흥미로운 분야임을 알게 됐다. 우리는 항상 어떤 문화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을 찾고자 한다. 원재료의 매력이 강할수록, 만든 작품이 주는 힘도 강력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패션은 정체성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 흥미로운 재료라 생각한다.

소셜 마케팅에 강한 브랜드인 만큼 당신들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처음 참고한 것은 인스타그램이다. 인스타그램에 적힌 ‘do not follow us’라는 문구가 먼저 눈에 띄었는데, 이는 어떤 의미인가? 말 그대로다. 미스치프를 운영하는 핵심 원칙 중 하나는 ‘탈 플랫폼’이다. 인스타그램, 틱톡, 유튜브 등 플랫폼은 콘텐츠를 밋밋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플랫폼에 들어가면서 모든 콘텐츠는 같은 형식으로 변하고 서로 구별할 수 없게 된다. 우리는 우리만의 방식으로 경쟁하고 싶어 오랫동안 인스타그램 계정을 사용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 이름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계정은 만들었지만 사람들이 팔로하지 않길 바랐다. 미스치프가 성장하면서 계정을 활성화했지만 원래 의도를 위해 기존 문구는 남겨두었다.

미스치프 작업물의 궁극적 목적은 사람들에게 어떤 자극을 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부정적인 반응은 당신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때로는 부정적인 반응이 도움 될 때가 있다. 우리는 작품을 통해 사람들이 모호한 영역에 대해 생각하고 하나의 담론을 생성하게 만들고자 한다. 토론할 때 의견이 하나로 통일된다면 흥미로운 주제가 아니지 않나. 우리의 작업물 중 스팟스 램페이지(Spot’s Rampage)가 좋은 예다. 페인트 총을 장착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 스팟을 누구나 인터넷을 통해 조종할 수 있도록 만든 작품이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작품 공개 전 공식 성명을 발표하고, 이 작품을 비난했다. 하지만 그 때문에 오히려 많은 사람들과 언론이 우리 작품에 관심을 쏟았다. 그 회사가 우리에게 베풀 수 있는 가장 큰 호의가 아니었을까.(웃음)

미스치프(MISCHF)의 다음 장난(mischief)은 무엇이 될까? 알려줄 수 없다는 걸 알지 않나!(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