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패션 광고계의 키워드 ‘초현실주의’. 거대한 명품 백이 프랑스 파리 도로를 질주하고, 탱탱볼처럼 다리 위를 굴러가는가 하면, 매장 앞에 거대한 치약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무심코 보던 쇼츠, 릴스, 틱톡 속 여러분의 눈길을 사로잡은 이 광고는 무엇일까요? 모두 실제 영상 속에 컴퓨터 그래픽(CG)를 합성한 ’초현실적인 광고‘입니다. 최근 SNS 상에서 숏폼 동영상이 소통의 주요 수단으로 자리 잡으면서, 짧고 강렬하게 대중의 시선을 끄는 ’가상 옥외광고(Fake Out Of Home)‘로 브랜드를 알리려는 패션계 광고 사례가 이어지고 있죠. 가상 옥외광고는 실제로 존재하는 명소나 일상적 공간에 매우 정교한 CG를 입히고, 진짜 벌어지는 이벤트처럼 보이게 만들어 큰 바이럴 효과를 만들어냅니다. 더 이상 옥외 광고로만 남지 않고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전 세계로 퍼져나가는 시대. 수많은 숏폼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는 숏폼 전쟁 시대에서 패션 브랜드들은 어떤 기발한 아이디어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을까요?

 

자크뮈스

자크뮈스는 밤비노 백이 트램으로 탈바꿈해 파리 거리 위를 시원하게 가로지르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비록 ‘실제 상황’이 아닌 CG 영상이었지만, 뜨거운 반응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미니 사이즈의 밤비노 백이 거대한 크기로 변했다는 점 또한 색다른 재미를 자아냅니다.

최근 서울 성수동에 오픈한 팝업 역시 거대한 밤비무 백 실루엣으로 초현실적인 매장을 구현했죠. 이후 인스타그램에 서울에게 고맙다는 인사말을 남기며 종각역 시내에서 어디론가 이동하는 밤비무 백 영상을 공유했습니다.

빅토리아 베컴

빅토리아 베컴 역시 최근 색다른 캠페인을 공개했습니다. 런던, 뉴욕 이탈리아 등 각 나라의 랜드마크를 배경으로 광고를 전개해 실감 나는 초현실적 광고를 선보였습니다. 영상에는 하우스의 ‘체인 파우치’가 런던 타워 브리지, 자유의 여신상, 콜로세움, 에펠탑, 루브르, 센강 등을 떠도는 모습이 담겼는데요. 백들이 하늘 위를 떠다니고 통통 튀기듯 다리를 건너기도 하며 영화 같은 씬을 연출했습니다.

이자벨 마랑

이자벨 마랑이 2024 봄-여름 남성복 컬렉션과 생 제르맹 데 프레(Saint-Germain-des-Prés)에 오픈한 남성복 매장을 홍보하기 위해 초현실적인 캠페인을 택했는데요. 난데없이 나타난 거대한 치약이 매장 앞에 내용물을 뿌리고 거리를 걷던 사람들이 놀라 자리를 피합니다. 순식간에 파리 길거리를 팔레트로 만들었죠. 영상 공개 이후 캠페인에 등장한 이 치약을 파리, 런던, 그리고 뉴욕의 매장을 방문한 고객들에게 증정하기도 했습니다.

베스티에르 콜렉티브

지속적으로 의류 폐기물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해왔던 프랑스 온라인 패션 중고 거래 사이트 베스티에르 콜렉티브(Vestiaire Collective).  그들은 지난 16일 ZARA, H&M, MANGO, UNIQLO, BERSHKA 등 거래 금지될 30개의 패스트 패션 브랜드 리스트를 발표함과 동시에 한 영상을 공개했는데요. 블랙프라이데이 주간을 맞이해 옷더미가 잔뜩 쌓여있는 타임스퀘어 길거리와 전광판에 의류 폐기물의 심각성에 대해 경고하는 문구를 보여주는 영상이 그것이죠. 해당 영상은 매년 발생하는 9천2백만 톤의 의류 폐기물들이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까지 침투하게 될 미래를 경고하기 위해 제작됐습니다. 하늘에서 끊임없이 떨어지는 의류 폐기물과 아무렇지 않게 거리를 걷는 인물을 담은 초현실적인 영상으로 경각심을 일깨워주었죠.

 

나이키의 첼시 FC 유니폼

런던의 축구 클럽 첼시 FC (Chelsea FC)도 색다른 방식으로 2023/24 유니폼을 선보였는데요. 런던의 랜드마크 타워 브리지에 나이키가 출시한 거대한 이튼 블루(Eton blue) 유니폼이 걸려 바람에 휘날리는 모습을 구현했습니다.  마치 런던의 주인은 첼시 FC 임을 선포하는듯한데요. 런던에 깊은 뿌리를 두고 있는 구단의 역사와 새로운 기술이 만나 참신하고 새로운 비주얼을 완성시켰습니다.

최근 몇 달 사이 패션 브랜드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초현실적인 광고를 무수히 쏟아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강렬하고 실감 나는 시각적 효과가 고객의 시선을 사로잡아 톡톡한 광고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점과 공간적, 물리적 제약 없이 무한한 아이디어 구현이 가능하다는 점이겠죠. 또한 설치와 철수가 번거로운 설치형 옥외 광고와 다르게 CG로 더 과감한 캠페인을 만들 수 있다는 것과 디지털 바이럴 마케팅이 용이해 SNS를 통해 확산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도 있고요.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이러한 가상 옥외광고에 관심을 보일까요? 앞서 말한 브랜드 캠페인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배경이 우리가 다 알법한 장소라는 것! 이때까지 CG와 그래픽을 활용한 광고는 수없이 많았지만 현실 세계와 상호작용하지 않아 와닿지 않았는데요. FOOH 광고 또한 CG를 활용한 페이크 OOH의 개념이지만, 사람들은 자신들이 익숙한 장소와 결합된 옥외광고에 큰 매력을 느꼈습니다. 실제로 수많은 캠페인에 파리, 서울, 런던 등을 배경으로 초현실적인 마케팅 방식을 활용한 자크뮈스는  ‘자크뮈스 광고 캠페인’에 대한 검색량이 약 9배 증가하며 글로벌 패션 플랫폼 리스트(Lyst)가 발표한 2023년 3분기 가장 핫한 브랜드 순위 중 보고서 발행 이래 최초로 차트에서 5계단 상승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새로운 디지털 광고 영역의 한 축이 되어가는 ‘FOOH’. 앞으로 패션 광고 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가져다줄지 기대가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