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를 두지 않고 자신의 영역과 비전을 확장해나가는 아이콘.
작지만 원대하고 경이로운 아이유라는 세계.

마리나 체인 골드 피니시 메탈 네크리스 가격 미정 Gucci


조금 전, 밀라노에서 촬영한 <마리끌레르> 3월호 커버 사진이 공개됐어요. 촬영한 지 한 달여의 시간이 지났지만, 그날의 장면이나 풍경이 기억나나요?

촬영 장소가 밀라 노 외곽 마을의 대저택이었어요. 수영장 앞과 숙소 내부에서도 촬영했는데, 무척 넓고 멋져서 이곳의 용도가 궁금할 정도였죠. 날씨도 좋았어요. 그늘에 있으면 쌀쌀하고 햇볕에 나가면 따뜻한 걸 오랜만에 느꼈어요. 의상은 구찌의 새로운 디자이너 사바토 데 사르노(Sabato de Sarno)의 컬렉션이었는데, 기존의 구찌 스타일과는 달라요. 심플하면서도 화려한 에지가 돋보여 구찌가 한바탕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겠구나 싶더군요. 그때 제가 머리를 염색해서 메이크업보다는 헤어 컬러와 의상에 집중해 촬영했는데, 결과물이 신선하고 마음에 들어요.

지금은 머리색을 어둡게 바꿨네요?

네, 지금은 살짝 어두운 색으로 덮었어요. 구찌 화보 촬영 때는 특별한 색으로 염색했었는데, 지금은 다른 촬영이 있어서 좀 더 차분한 색으로 되돌렸습니다.

연달아 공개된 뮤직비디오 티저들이 화제예요. ‘홀씨’ 티저 영상에서는 아이유가 홀씨가 되어 사라지는 모습이 특히 인상적이었어요.

맞습니다. 트위티 버드랑 협업했고, 제 뮤직비디오에 처음으로 외국인 댄서들이 나와서 멋진 춤을 보여줬어요. 저도 안무를 선보이고요. 아이들도 나와서 더 즐겁게 찍었어요. 재미있는 CG도 많이 들어갔어요. 보면 특이하다고 생각하실 것 같아요.

이번 미니 앨범은 수록곡마다 뮤직비디오가 있나요?

네, 마지막 트랙 ‘관객이 될게’만 빼고요. 이 곡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할까 고민했지만, 곡의 메시지를 이미지로 고정하는 것이 오히려 곡 해석에 제한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관객이 될게’는 저와 팬들, 제 노래를 들어주시는 리스너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예요. 관객과 무대 위의 사람은 서로를 마주 보고 서잖아요. 당신들이 나를 보는 만큼 나도 당신들의 관객이 되겠다, 그렇게 서로를 응원하는 마음을 담은 곡이에요. 제 노래를 좋아하거나, 제 노래가 힘이 된다거나 곡의 메시지에 공감했다는 말이 제가 음악을 계속할 수 있는 동기가 돼요.

크리스털 엠브로이더리 포인트 슬리브리스 톱, 로소 앙코라 라벨 디테일 로웨이스트 오가닉 코튼 보이프렌드 데님 팬츠, 더블 G 버클 페이턴트 레더 벨트 모두 가격 미정 Guc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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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에게서 느끼는 특별한 에너지는 무엇이고, 아이유에게 관객은 어떤 의미예요?

저는 많은 사람을 사랑하지만, 관객에게서 받는 에너지는 그만의 특별한 힘이 있어요. 관객을 만날 때면, 아주 선한 마음을 갖게 되죠. 인터넷 등 여러 경로로 팬들을 만나지만, 관객의 얼굴을 직접 보는 것은 가수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에요. 그들 의 행복한 표정, 웃는 얼굴을 보며 내가 여기 있어 행복하듯이, 내가 없는 자리에서도 오래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죠. 그래서 관객을 위한 노래를 만들고 싶었어요. ‘너무 고마워요’, ‘사랑해요’, ‘미안해요’ 같은 말로는 감사를 충분히 표현할 수 없다고 느꼈어요. ‘나도 관객이 될게’라는 말이야말로 감사를 온전히 전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이 곡을 만들었는데, 뮤직비디오 대신 콘서트에서 이 곡을 처음으로 라이브로 부를 계획이에요. 그리고 관객과 함께 부르는 모습을 이 앨범의 첫 라이브 클립으로 내놓고 싶어요. 그게 아마 ‘관객이 될게’의 뮤직비디오가 될 것 같아요. 그래서 이 곡만 뮤직비디오 작업을 안했어요.

오랫동안 무수한 공연을 했음에도 여전히 관객을 마주할 때마다 느끼는 감정은 새롭나요?

그럼요. 심지어 같은 투어에서도 그런걸요. 토요일과 일요일의 관객이 다르게 느껴져요. 모든 도시의 관객이 주는 에너지는 다르면서도 같아요. 공연 후 내 안에 남은 감정들이 ‘착하게 살아야겠다’, ‘열심히 살아야겠다’하고 다짐하게 해요. 관객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마음가짐을 다지는 거죠. 이런 감정은 유일하게 관객만이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 같아요.

관객이라는 불특정 다수에게 사랑받고 그에 감사하는 사람은 많을 거예요. 하지만 그들의 관심과 사랑이 큰 가치라는 것을 깨닫고, 그 무해한 사랑에 고마워하며 돌려주고 싶은 마음, 이런 온기는 어디서 비롯된다고 생각해요?

솔직히 말하면, 저는 선천적으로 온기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은 아니에요. 오히려 일하면서 성격이 유해지고, 의미 있는 것들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게 되었어요. 어릴 때는 성격이 좀 삐딱했던 것 같아요. 물론 워낙 어릴 때 데뷔해서 그때의 성격이 제 진짜 모습이라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데뷔 후에는 확실히 더 유해지고 낙관적이 된 것 같아요. 이런 변화는 관객들에게 받은 사랑과 영향 때문일 거예요.

누구나 악플을 남길 수 있어요. 그리고 남을 비난하며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경우도 많아요. 대혐오의 시대라 할 만하죠. 이런 가운데 아이유는 ‘Love Wins All’을 통해 사랑의 가치를 이야기해요. 사랑과 평화는 대중음악의 가장 이상적인 주제라고 생각해요. 가수로서 혐오의 시대를 살아가며 무엇을 느끼나요?

개인적인 경험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공감을 얻을 때 큰 행복을 느꼈어요. 결국 우리 모두 다른 개인이지만 비슷한 감정을 느끼며 산다는 게 저에게 큰 위로가 됐어요. 지극히 개인적인 일을 했는데, 다수가 공감해주니 고마움에 마음이 점점 물러지고, 시야가 넓어지는 경험을 했어요. 이런 식으로 내 안에서 사랑의 평수가 좀 커졌어요. 물론 제게는 따뜻하고 좋은 사람이지만 누군가에게 혐오를 표출할 수 있겠죠. 저도 그럴 수 있고요. 하지만 그러지 않기를 바라요. 일하다 보면 어떤 사람에게는 유난히 친절할 때가 있어요. 또 누군가에게는 시니컬한 경우도 있고요. 이러한 자신의 모습을 자각하고, 절제하려는 노력이 점차 커지다 보면 그게 사랑이 된다고 생각해요. 나를 부끄럽게 만드는 것은 누군가의 친절이나 따뜻함이에요. 나 역시 누군가에게 따뜻한 메시지나 노래를 전하면 그 사람도 내가 느낀 것처럼 다른 사람에게 친절을 베풀지 않을까. 이런 선순환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사랑과 위로, 용기를 담은 노래를 만들고 있어요.

선행은 베풀면 어떤 식으로든 확산돼요. 세상에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더 많으니까요.

그건 저도 느껴요. 누군가 착한 일을 하거나 따뜻한 행동을 보이면, 하다못해 인터넷에서 웃긴 사진을 보다가 따뜻한 글만 봐도 마음가짐이 달라지지 않나요? 저는 사람의 마음이 말랑말랑하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