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지나가다 보면 맞은편 사람의 신발에 눈길이 갈 때가 있습니다. 가는 이를 붙잡고 묻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이 솟아오르곤 합니다. 특히 틀에 박히지 않고 자유로운 음악으로 본인을 표현하는 뮤지션들의 신발은 위시리스트에 오르기에 충분할 정도로 근사하죠. 마리끌레르 에디터가 직접 눈여겨봤던 뮤지션들의 신발을 샅샅이 분석해서 추천합니다.
우원재의 자크뮈스 나이키 J 포스 1
국내 힙합 아티스트 중 옷을 잘 입는 래퍼를 꼽으라면 우원재는 언제나 빠질 수 없는 인물이죠. 편하고 넓은 품의 상의와 한껏 내려 입은 배기팬츠, 눈가까지 푹 내려쓴 검은색 비니는 지금의 우원재를 있게 한 시그니처 아이템입니다. 최근 스타일리스트 곽하늘의 스타일링 이후로 마르지엘라(Maison Martin Margiela)의 아티저널(Artisanal) 피스를 소화하며 아카이브에 대한 깊은 이해도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2023년 런던에서 포착되었던 우원재의 스타일링은 편한 듯하면서도 멋을 놓지 않는 런던의 스트릿 패션 무드를 느낄 수 있는데요. 우원재는 화이트 라인이 시선을 끄는 블랙 트레이닝 셋업과 깔끔한 슬리브리스를 매치했습니다. 2023년, 협업만으로도 큰 화제를 모았던 나이키(Nike)와 자크뮈스(Jacquemus)의 ‘제이 포스 원(J Force 1)’으로 스타일을 완성했죠. 화이트 운동화 한 켤레는 신발장에 구비해둬야 하는 에센셜이지만, 남들과 다른 한 끗 차이를 완성하는 아이템을 찾기란 어렵죠. 그럴 땐 끈으로 엮어서 만든 듯한 아웃솔이 매력적인 제이 포스 원은 어떨까요?
스켑타의 프라다 아메리카 컵
최근 1-2년간 힙합 씬에서 대세로 자리 잡은 드릴(Drill) 장르는 영국의 그라임(Grime) 요소가 가미되어 영국 힙합을 대표하고 있습니다. 스켑타(Skepta)는 영국 그라임 장르의 대부라고 불리는 래퍼입니다. 뛰어난 랩 실력뿐만 아니라 남다른 패션 센스로도 유명한데요. 캐주얼부터 럭셔리까지 폭넓은 스타일을 소화하기도 하고, 본인의 브랜드 메인스 런던(Mains London)을 이끌고 있기도 합니다. 최근 본인이 직접 제작한 영화 <TRIBAL MARK> 시사회에서 캐주얼한 모습을 비췄는데요. 블랙 컬러의 더블 브레스티드 재킷과 화이트 티셔츠 그리고 워싱 데님 팬츠를 함께 매치했습니다. 스켑타처럼 힘을 빼고 편하게 입었을 때 더욱 중요해지는 건 신발의 선택이죠.
이날 스켑타가 선택한 신발은 럭셔리와 스포츠 경계에 서있는 프라다(Prada)의 ‘아메리카스 컵(America’s Cup)’입니다. 프라다가 1997년에 세일링 스포츠 경기인 아메리카스 컵의 프라다 루나 로사(Prada Luna Rossa) 팀을 위해 제작한 요트용 신발로, 2000년대에는 릴 웨인(Lil Wayne), 티아이(T.I.) 등 힙합 뮤지션들이 착용하며 큰 인기를 얻었죠. 더불어 최근 아메리카스 컵이 다시 인기를 얻으며 최신 버전으로 재출시되기도 했습니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살짝 드러나는 텅의 프라다 탭이 아메리카스 컵의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가장 큰 이유인데요.
아미네의 뉴발란스 더 무즈 610
컬러감 있는 뉴발란스(New Balance) 스타일링을 고민하고 있다면 아미네(Aminé)의 인스타그램 피드를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뉴발란스를 애정하는 아미네의 인스타그램 피드는 뉴발란스 스타일링 착장으로 가득합니다. 핫 핑크, 옐로, 코발트 블루 등 팝 컬러들로 과감하게 버무린 아미네의 스타일링은 여름 스타일링 레퍼런스로 제격이죠. 아미네의 피드에서는 유독 옐로 컬러의 뉴발란스 제품이 자주 목격되는데요. 뉴발란스와 2023년에만 벌써 두 번의 협업을 선보인 아미네는 패션 협업의 신흥 강자로 부상했습니다.
아미네의 첫 협업 모델인 ‘더 무즈 610(The Mooz 610)’의 컬러웨이는 그를 상징하는 ‘바나나를 연상시키죠. 해당 아이템을 눈길을 확 사로잡는 핑크 티셔츠와 레드 컬러가 감도는 패턴 하프 팬츠에 매치한 스타일링은 그가 왜 컬러 매치의 귀재인지 깨닫게 하는 착장입니다. 이외에도 아미네는 꼼 데 가르송(Comme Des Garcons)의 독특한 패치워크 셔츠나 오렌지 컬러의 윈드 브레이커와 매치를 하는 등 폭넓은 스타일 스펙트럼을 보여줍니다.
켄드릭 라마의 아디다스 크레이지 8
어느 새부턴가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는 패션 씬에서 가장 주목받는 뮤지션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나이키(Nike)와 협업해서 출시했던 코르테즈부터 그의 레이블 피쥐 랭(Pg Lang)과 컨버스(Converse) 협업, 마틴 로즈(Martine Rose)가 맞춤 제작한 그의 무대 의상에 이르기까지 패션과 힙합 경계를 허무는 뮤지션임을 입증하고 있죠. 2024년 1월에 열렸던 샤넬(Chanel)의 2024 봄-여름 오뜨 꾸뛰르 컬렉션에서는 협업 아티스트로서 데이브 프리(Dave Free)와 참석한 켄드릭 라마의 스타일링이 큰 화제를 일으켰습니다.
2024 봄-여름 오뜨 꾸뛰르 컬렉션에 참석한 그는 샤넬의 브로치 장식으로 잔뜩 꾸민 이어 플랩 햇과 샤넬의 트위드 재킷을 입었습니다. 그보다도 더욱 눈길을 끌은 것은 배기팬츠와 함께 착용한 농구화인 아디다스(Adidas) ‘크레이지 8(Crazy 8)’입니다. 아디다스 크레이지 8은 일반 농구화는 달리 농구선수 코비 브라이언트(Kobe Bryant)가 나이키와 계약 이전 아디다스와 협업한 제품으로 그의 상징과도 같은 아이코닉한 아이템입니다. 특히 켄드릭 라마는 세상을 떠난 코비 브라이언트를 기리는 듯한 그의 등번호 8번을 자수로 새겼습니다. 작은 디테일도 놓치지 않는 그, 정말 멋지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