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멘

스틸슈트를 입고 있는 챠니(젠데이아)
©2024 LEGENDARY AND WARNER BROS. ENTERTAINMENT INC.

프레멘의 사막복, 스틸슈트는 영화 속 프레멘은 물론 ‘듄’ 시리즈 전체를 상징하는 의상입니다. ‘듄’에 등장하는 수많은 의상 중 프랭크 허버트의 원작 소설에 자세히 묘사되어 있는 유일한 옷이기도 하죠. 드니 빌뇌브 감독은 스틸슈트가 우주복이 아니라 ‘진짜 옷’처럼 보이기를 원했다고 합니다. 의상 디자이너들도 ‘듄’을 거대한 모험담인 동시에 가까운 미래에 다른 기술을 가진 가까운 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그린 이야기로 생각했고요. 그 결과, 다양한 종류의 그물, 면, 극세사, 위킹 패브릭, 실크 등의 조합으로 ‘듄’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면서도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스틸슈트가 탄생했습니다.

프레멘의 손목에 있는 장치도 눈여겨 볼만 한데요. 바로 해밀턴의 ‘데저트 워치’입니다. 이 시계는 빌뇌브 감독의 특별 요청으로 제작되었는데요. 오늘날 우리의 세계와는 다른 곳에서 작동하는 장치를 만드는 것이니만큼, 전통적이고 표준적인 시계의 모습을 따르지 않는 디스플레이를 구현했다고 합니다.

베네 게세리트

베네 게세리트의 일원인 레이디 펜링(레아 세이두 분)
©2024 LEGENDARY AND WARNER BROS. ENTERTAINMENT INC.

베네 게세리트는 예지력과 타인을 조종하는 ‘보이스’ 등을 이용해 우주의 미래를 계획하고 통제하는 여성 초능력자 종교 집단입니다. 의상 디자이너 재클린 웨스트는 어린 시절 카톨릭 학교에서 보았던 수녀들의 모습과 타로 카드,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 화가 지오토 디 본도네의 작품, 그리고 성모 마리아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의 의상은 모두 머리를 감싼다는 특징이 있죠.

지오토 디 본도네의 '옥좌의 성모'
©The Uffizi Galleries

하지만 베네 게세리트의 의상 디자인에 카톨릭만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닙니다. 웨스트는 이슬람 등 다른 종교의 요소도 융합했다고 말했는데요. ‘듄’이라는 작품이 지금부터 약 1만 1000년 뒤의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때까지 살아남은 것들이 합쳐졌을 거로 생각했다고 하네요.

하코넨

주인공 폴 아트레이데스(티모시 샬라메 분)의 가문을 멸족한 이들이자, ‘듄’ 세계관에서 누구보다 냉혹하고 잔인한 가문으로 묘사되는 하코넨. 특히 ‘듄: 파트 2’에서는 새로운 하코넨의 캐릭터 페이드 로타(오스틴 버틀러 분)가 압도적인 비주얼을 자랑합니다. 웨스트는 “페이드 로타를 록스타처럼 보이게 만들어야 했다”라고 말했는데요. 언뜻 잔혹한 캐릭터가 록스타라니, 뜻밖의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영화를 찬찬히 되짚어 보면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특히 페이드 로타가 검은 태양 아래서 아트레이데스 가문 출신 노예들과 검투를 벌이는 장면이 그렇죠.

H.R. 기거가 디자인한 하코넨 성의 모습
©Sony Pictures Classics

잘 알려져 있다시피 소설 ‘듄’의 영화화는 이전에도 여러 번 시도 되었습니다. 그중에는 1974년 제작이 무산된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 감독의 ‘듄’도 있는데요. 이 프로젝트에서 디자인을 맡았던 스위스의 초현실주의 화가 H.R. 기거의 작품도 하코넨 의상을 디자인하는데 큰 영감이 되었다고 합니다. 빌뇌브 감독의 ‘듄’ 속 하코넨이 풍기는 그로테스크한 분위기가 여기에서도 느껴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