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를 대표하는 건축물, 오페라 가르니에를 향한 샤넬의 우아하고 장엄한 세레나데.
샤넬 패션 크리에이션 스튜디오가 공개한 2024/25 가을-겨울 오뜨 꾸뛰르 컬렉션에 대하여.
오페라를 향한 헌사
‘샤넬은 보이는 모든 것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조합하고 해체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의 귀재가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가브리엘 샤넬이 사랑한 까멜리아와 진주, 별, 사자, 체인, 트위드…. 여전히 동시대적 매력을 지닌 채 무한히 변주되고 증식하는 상징적인 코드를 보면서. 그리고 샤넬이 태동한 프랑스 파리의 일상적 요소들, 이를테면 거리의 꽃과 나무, 에펠탑 같은 상징적인 건축물, 심지어 하우스 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단추까지도 한 시즌의 메인 테마로 삼는 하우스의 탁월한 능력을 목도하면서 든 생각이다. 초여름 햇살이 드리운 지난 6월의 파리. 샤넬은 2024/25 가을-겨울 오뜨 꾸뛰르 컬렉션을 관통하는 주제이자 쇼를 선보이는 장소로 파리의 랜드마크, 오페라 가르니에(Ope´ra Garnier)를 낙점했다. 오페라는 물론 발레와 샤넬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특별한 장소를 선택한 샤넬. 과연 이 장소를 꾸뛰르 컬렉션의 주제로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 부푼 기대를 안고 찾은 오페라 가르니에는 프랑스의 무대 디자인 감독 크리스 토프 오노레(ChristopheHonore´)의 진두지휘 아래 새 단장을 마친 모 습이 역력했다. 웅장한 대리석 계단을 올라 마주한 쇼장은 고급스러운 레드 벨벳의 오페라 박스로 변신해 있었고, 쇼 시작과 함께 모델들은 이 특별한 런웨이를 사뿐히 가로지르며 깃털, 태슬, 엠브로이더리, 일루전 튈 같은 화려한 디테일이 더해진 환상적인 룩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샤넬 패션 크리에이션 스튜디오가 하우스와 오페라의 조화를 모색하고, 오페라 가르니에를 오마주한 기념비적 결과물은 그 자체로 명징하고 태연하며 아름다웠다.
하우스를 상징하는 블랙 & 화이트와 핑크, 그레이 트위드 소재의 셋업과 모던한 실루엣의 롱 코트, 황금빛으로 물든 시퀸 드레스, 블랙 깃털 장식으로 어깨를 감싼 쇼트 재킷, 풍성한 실루엣의 블랙 케이프, 그리고 쇼의 대미를 장식한 섬세한 까멜리아 디테일의 피날레 드레스까지. 샤넬 패션 크리에이션 스튜디오가 하우스와 오페라의 조화를 모색하고, 오페라 가르니에를 오마주한 기념비적 결과물은 그 자체로 명징하고 태연하며 아름다웠다. 모델들은 커다란 블랙 리본과 스트랩 샌들을 매치해 우아하면서도 매력 넘치는 스타일링을 선보였고, 옷은 여유로우면서도 세련된 실루엣과 장인의 정교한 터치로 기품이 넘쳤다. 아티스틱 디렉터 버지니 비아르의 공백이 무색할 정도로 완성도 높은 패션 크리에이션 스튜디오의 첫 쇼를 보며, 여전히 과거를 통해 현재를 예측하고 이를 조화시키는, 놀랍도록 창의적인 샤넬의 정신과 문화를 실감할 수 있었다. 또한 샤넬이 파리를 대하고 영감을 얻는 독창적이고 우아한 시선에 대해 다시금 깨달으며, 샤넬의 넥스트 챕터를 기대하고 응원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