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프에 새로 부임한 CEO 프랑수아 아펠(François Arpels)과 서울에서 나눈 대담. 그가 그리는 콜로프의 세계에는 용기와 희망 그리고 행운이 또렷하게 반짝인다.

지난해 10월부터 콜로프의 수장이 되었다. 오랫동안 메종을 지켜보다 좋은 기회로 콜로프에 합류하게 되었다. 나는 주얼러 집안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주얼리를 공기처럼 가까이하며 살았다. 또 약 35년간 반클리프 아펠에서 일한 경력도 있다. 이제까지 쌓은 모든 노하우를 콜로프에서 쏟아부을 것이다.

어릴 적부터 주얼리를 수없이 많이 보고 자랐을 것 같다. 맞다. 주얼러로서는 어마어마한 혜택을 누렸다. 집 안에 있는 아름답고 희귀한 원석을 직접 보고 만지며 자랐으니까. 수없이 많은 디자인 스케치가 널려 있는 크리에이티브한 환경도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상이었다. 아름다움을 사유하고 완벽을 위해 만전을 기하는 집안의 기조는 내 삶의 중요한 가치가 되었다.

대를 이어 주얼러의 길을 걸은 이유는 무엇인가? 10대 때 처음으로 매장에 갔던 날을 기억한다. 아버지가 스케치부터 실물 제작까지 도맡아 한 주얼리를 고객에게 선보이는 날이었다. 정확히 날짜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날의 광경은 또렷이 떠오른다. 고객이 주문한 주얼리를 착용한 모습을 본 순간, 나는 이 반짝이는 세계에 더욱 깊이 빠져버렸다. 그 고객이 한순간에 아름다워졌기 때문이다. 제작 과정을 보는 것도 즐거웠지만, 고객을 만나는 순간이 그토록 행복한 일인지 처음으로 깨달은 날이다. 제작 과정부터 고객에게 전달되기까지를 통틀어 주얼리 그 자체를 사랑하게 된 계기다.

다른 일을 꿈꾼 적은 없나? 가족 중에 이 업계에서 일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나는 주얼리가 없는 삶을 상상해보지 못했다. 무엇보다 반클리프 아펠을 세계적으로 알린 주인공이자 창업 2세대인 아버지 피에르 아펠(PierreArpels)이 나의 롤 모델이다. 그래서 이 일을 잇는 걸 한 번도 의심해본 적 없다.

아버지에게 정말 많은 것을 배웠을 것 같다. 그렇다. 나의 아버지는 하이엔드 주얼리를 더 많은 사람이 일상에서 착용하고 누리길 바란 분이다. 과거 1950년대에는 주얼리를 여러 개씩 생산하지 않았다. 단 한 개씩만 주문을 받아 만드는 것이 원칙이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자신의 그런 고민을 바탕으로 ‘알함브라’ 컬렉션을 론칭해 고
객의 접근성을 높였다. 그리고 향수를 만들고 향수병을 직접 디자인했다. 고가의 하이 주얼리 대신 누구나 향수로 반클리프 아펠의 미학을 누릴 수 있게 한 것이다. 탁월한 주얼러이자 아시아 시장에 처음으로 눈을 돌린 사업가였다.

이제까지 본 원석 중 가장 인상 깊은 것은 무엇인가? 어린 시절부터 워낙 훌륭한 보석을 보며 자라고, 원석을 다루는 일을 하고 있어 그럴 수도 있지만, 마지막에 본 보석이 가장 인상 깊다. 그만큼 매번 새롭고 특별하다. 하지만 최근 각별한 주얼리를 꼽는다면, 콜로프의 블랙 다이아몬드다. 블랙 다이아몬드는 내가 콜로프에 온 이유이기도 하고.

블랙 다이아몬드의 어떤 부분이 마음을 사로잡았나? 콜로프의 창업주가 이 블랙 다이아몬드를 얻기까지 10년이 걸렸다. 보수적인 주얼리업계에 이 다이아몬드를 대담하게 선보이고, 안정적으로 성장시킨 과정을 지켜보면서 나의 아버지나 나와 닮은 부분이 있다고 느꼈다. 또 그 자체로 말할 수 없이 신비롭고 불가사의한 원석이다. 크기로는 세계 5대 원석 안에 들 정도로 거대한 사이즈도 그렇지만, 우주에서 떨어진 원석인지 땅에서 나온 것인지도 아직 명확하게 알려진 바가 없다. 그 때문인지 블랙 다이아몬드를 만지면 행운이 온다는 이야기도 있다.
정말이지 사랑할 수밖에 없다.

브랜드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컬렉션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콜 러브’ 컬렉션. 주얼리는 보통 2D로 납작하게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또 하트 모양은 올드할 때가 많지 않나. 하지만 이 컬렉션은 다르다. 하트를 입체적으로 세련되게 표현했다. 여기엔 독보적 세공력과 따라 하기 어려운 기술력도 한몫한다.

CEO로 부임하고 가장 먼저 강화한 것은 무엇인가? 더 창의적 디자인으로 컬렉션을 강화하는 일이다. 또 더 많은 이들이 콜로프를 즐길 수 있도록 남성 컬렉션의 론칭 등을 염두에 두고있다.

컬렉션이 어떻게 변화할지 궁금해진다. 10월에 론칭할 예정인 컬렉션을 기대해주기 바란다. 지금 내가 차고 있는 브레이슬릿인데, 마리끌레르를 위해 먼저 공개한다. 화살에서 영감을 받았는데, 콜로프에 합류하기 전부터 생각한 디자인이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디자인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콜로프의 아이덴티티는 용감성이라고 생각한다. 화살은 활을 당겨 쏘는 용감성이 필요하고, 한 방향을 향해 맹렬히 돌진하지 않나. 그 점에서 화살과 닮았다. 블랙 다이아몬드를 안쪽에 세팅할 건데, 희망을 향해 용감하게 돌진하는 화살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또 콜로프의 첫 젠더리스 주얼리다. 남성 컬렉션 론칭에 앞서 새로운 시도가 될 것이다.

브랜드의 정체성을 정의한다면? 용감하게 계속해서 도전하는 모습이다. 그것이 없으면 나아갈 수가 없지 않나. 또 도전해야 행운도 온다. 10년 동안 블랙 다이아몬드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 보수적인 주얼리업계에 당당히 출사표를 던져 견고한 브랜드를 만든 창립자처럼 말이다. 용감성에 따른 행운, 그것이 내가 만들고자 하는 콜로프다.

아주 많은 하이엔드 주얼리 브랜드가 전시를 하고 있다. 콜로프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브랜드를 알릴 기회를 만들면 좋을 것 같다. 콜로프가 곧 50주년이다. 50주년을 위해 다양한 준비를 하고 있는데, 일단 예전에 제작한 작품을 아카이빙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브랜드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작품과 블랙 다이아몬드를 전시해 소개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한국 시장에 어떤 기대를 갖고 있나? 10년 전 서울에 한 번 왔었다. 하지만 그때와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큰 변화를 느꼈다. 가장 놀라운 것은 백화점이다. 해외 유수의 백화점보다 더 화려하고 멋있다. 그 수준에 무척 놀랐다. 그야말로 쇼핑하고 싶게 만드는 환경이다. 이제 하이엔드 브랜드에 한국이라는 나라는 어쩔 수 없이 눈이 가는 나라가 된 것이 사실이다. 한국 소비자의 안목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만큼 꼭 한국 소비자에게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고 싶다.

콜로프가 어떤 브랜드로 각인되길 바라는가? 하이엔드지만 뻔하지 않고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주얼리를 만드는 브랜드.

CEO로서 잃지 않으려는 원칙은 뭔가? 당연한 것은 없다. 화살처럼 끊임없이 노력하고 한 발자국 더 나아가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마리끌레르>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용기와 행운을 담은 콜로프를 만나보길 바란다. 앞으로 나아갈 과정이 더 멋진 브랜드가 될 것이라 자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