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계는 고정관념에 얽매이는 것을 늘 경계해왔다. 고착화된 스타일 공식을 거부하며 늘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고, 새로운 것이 ‘곧 길이고 진리’인 것처럼 우리를 설득해왔다. 이번 시즌, 체크 역시 그렇다. 가을이면 으레 찾던 클래식한 분위기의 체크가 2025 S/S 컬렉션 런웨이 위를 수놓았다. 계절을 헷갈린 것일까? 디자이너들의 반항아 기질이 다시금 발동한 것일까? 이들은 ‘가을의 전설’이 아닌 봄과 여름을 위한 다채로운 체크를 펼쳐 보여 흥미를 돋웠다. 솜사탕처럼 부드럽고 포근한 크림 베이지, 레몬 셔벗, 스카이블루, 페일 핑크 같은 컬러에 까만 선으로 강렬하게 구획을 나누거나, 다채로운 파스텔컬러로 직조한 체크 드레스를 선보인 샤넬, 비록 컬러 구성은 단순하지만, 트렌치코트와 재킷, 스커트, 팬츠 등 다채로운 체크 아이템으로 컬렉션을 구성한 아미와 타미 힐피거, 산뜻한 화이트와 블루 조합의 다채로운 체크 패턴을 독창적으로 패치워크한 랄프 로렌…. 이들이 모두 계절감을 고려하고 타협점을 찾은 ‘산뜻한’ 체크를 선보인 반면, 체크는 응당 가을과 겨울을 위한 패턴이라는 듯, 다크한 컬러 팔레트로 뚝심을 발휘한 패션 하우스도 여럿 눈에 띄었다. 화이트와 카키, 블랙 컬러의 큼직한 체크 셔츠를 코트처럼 변형한 보테가 베네타와 톤 다운된 체크 패턴을 다채롭게 믹스 매치하는 감각을 발휘한 아크네 스튜디오, 머스터드와 브라운처럼 차분한 자연의 색을 사용한 아가일 체크 패턴 아이템을 선보인 프라다와 미우미우가 바로 그 예다. 사실 우리가 단순하게 ‘체크’라고 명명하는 이 패턴은 두 가지 이상의 가로선과 세로선의 직조로 탄생한 격자무늬의 통칭. 체크의 세계를 면밀히 들여다보면 깅엄, 타탄, 하운드투스 등 수많은 체크 패턴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데, 이처럼 무수히 많은 체크, 그리고 이번 시즌 어느 때보다 다채롭게 펼쳐진 체크 패턴을 보다 영리하게 리얼 웨이 스타일에 적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자신과 어울리는 컬러를 파악하고, 체형에 맞는 패턴을 신중하게 선택하길 권한다. 작고 아담한 체형이라면 샤넬, 타미 힐피거 컬렉션처럼 작은 패턴과 밝은 컬러의 미니 혹은 미디 하의를 활용할 것. 키가 크고 훤칠하다면 뭘 입어도 쿨하겠지만, 보테가 베네타의 아우터나 프라다의 카디건처럼 묵직한 컬러와 과감한 패턴 플레이가 돋보이는 상의를 즐겨보길! 세트보다는 상하의 중 하나에 포인트를 주고, 나머지는 무채색이나 데님을 매치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방안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