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소리 높여 자신을 설명하지 않아도 넘치는 존재감을 숨길 수 없는 이름이 있다. 보테가 베네타는 늘 그런 브랜드였다. 일상과 밀접하면서도 범접할 수 없을 만큼 완벽한 장인정신으로 럭셔리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안하고, 참신한 아이디어로 새로운 영감을 선사하는 이름. 보테가 베네타가 선보인 2026 여름 컬렉션으로 데뷔전을 치른 루이스 트로터의 첫 컬렉션은 ‘공방’이라는 단어에서 출발한다. 보테가 베네타의 새출발을 함께한 뉴 페이스는 브랜드의 기원을 다시금 세밀하게 들여다보며 1966년 베네치아의 장인정신을 오늘의 언어로 재구성했다. “보테가 베네타란 손과 마음이 함께 일하는 곳”이라는 루이스 트로터의 말에 걸맞게 이번 시즌은 기술과 감정이 공존하는 과정 그 자체를 보여주는 컬렉션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루이스는 하우스의 핵심 코드인 ‘인트레치아토’의 의미를 면밀히 탐구하는 동시에 자신만의 시각으로 새롭게 재구성했는데, 이는 단순히 가죽을 엮는 기법을 넘어 기능성과 유연함이 만나는 구조적 철학으로 확장된 것임을 보여준다. 베네치아의 화려함, 뉴욕의 에너지, 밀라노의 본질주의가 조화롭게 교차하며 브랜드의 첫 여성 크리에이티브 리더 로라 브라지온(Laura Braggion)의 유산을 현재 시점에서 재조명했고, 그 중심에는 트로터가 말하는 ‘소프트 펑셔널리티(softfunctionality)’ 정신, 즉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한 구조적 아름다움이 쇼를 아우른다. 이번 컬렉션은 테일러링을 중심으로 전개되며, 나파 가죽 트렌치코트부터 코튼 안감 이브닝드레스까지, 옷의 내부 구조가 형태를 결정짓는 또 하나의 언어로 기능한다. 이탈리아 남성복 아틀리에의 전통이 여성복으로 확장되면서 정밀성과 실용성이 자연스럽게 교차하고, 세밀한 디테일과 완벽히 계산된 비율, 그리고 여름 특유의 가벼움이 공존하는 룩들은 불필요한 장식을 덜어낸 본질적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액세서리 라인 역시 하우스의 히스토리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로렌, 놋, 까바에 이어 이번 시즌 베네타 백이 새롭게 재해석되어 다시 등장했는데, 동시대적 미학과 정교한 장인정신이 어우러져 탁월한 완성도와 유려한 실루엣을 두루 갖춘 점이 돋보인다. 백들의 부드러운 곡선, 유연한 가죽, 그리고 새로운 비율의 인트레치아토는 과거의 상징을 동시대 감각으로 변주한다. 까바의 삼각 구조가 어깨선으로 이어지면서 클러치 백으로 변형된 실루엣은 하우스의 장인정신이 언제나 건재하게 살아 숨 쉬고 있음을 증명한다. 한편, 2026년 브랜드 창립 60주년을 맞는 보테가 베네타는 새 시즌 쇼의 사운드트랙을 스티브 맥퀸에게 의뢰해 선보였다. 니나 시몬과 데이비드 보위가 각각 부른 ‘WildIstheWind’를 교차해 만든 곡 ‘66-76’는 그야말로 ‘청각적 인트레치아토(aural intrecciato)’라 부를 만하며, 서로 다른 시대와 감정이 하나로 융합된 곡은 브랜드가 추구하는 ‘연결의 미학’과 교집합을 이룬다. 맥퀸은 이를 “사랑의 본질에 대한 대화”라 전했다.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감정의 흐름. 바로 그 태도가 이번 보테가 베네타 컬렉션과 닮아 있다. 루이스 트로터의 첫 보테가 베네타 컬렉션은 화려한 언어 대신 면밀한 탐구와 집중을 택했다. 장인정신과 구조적 실험, 그리고 감정의 여운이 절묘하게 균형을 이루며 새 시즌 보테가 베네타의 본질을 다시 정의한다. 그 본질은 결국 하나의 언어, 인트레치아토로 귀결된다. 각기 다른 조각이 함께 엮이며 서로를 보완해 완성된 단단한 전체 안에는 협업과 연결성, 사람과 기술, 과거와 현재가 맞물려 만들어내는 유기적 관계가 자리한다. 보테가 베네타의 존재감은 바로 이 긴밀한 연결성 속에서 표표히 빛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