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리츠, 역사와 현재의 교차점


지난 12월 2일, 뉴욕 지하철역에서 샤넬 2025/26 공방 컬렉션이 공개됐습니다. 패션 부문 아티스틱 디렉터 마티유 블라지(Matthieu Blazy)의 첫 공방 컬렉션이었던 만큼 더욱 뜨거운 관심이 집중됐고, 뉴욕의 자유로운 정서와 샤넬의 우아한 장인정신이 교차하는 룩들로 큰 호평을 받았죠.

이 열기는 여전히 이어지는 가운데, 샤넬은 또 한 번 새로운 여정을 예고했습니다. 2026년 4월 28일 공개될 2026/27 크루즈 컬렉션 쇼의 무대를 프랑스 남서부 해안 도시 비아리츠(Biarritz)로 선정한 것이죠. 샤넬의 크루즈 컬렉션이 그간 주로 프랑스를 벗어난 세계 도시에서 열려왔다는 점을 떠올리면, 이번 선택은 하우스의 역사적 뿌리로 회귀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1915년, 코코 샤넬(Coco Chanel)이비아리츠의 해안 도시의 빌라 데 라랄드(Villa de Larralde)에 첫 아틀리에와 부티크를 열며 패션계의 전환점을 마련했기 때문이죠. 당시 코코 샤넬은 스포츠와 레저 문화를 즐기던 상류층을 위해 세련된 디자인을 선보였고, 코르셋을 벗어던진 새로운 여성복 실루엣으로 ‘여성의 해방’을 이끌었습니다.

샤넬 패션 사장 브루노 파블로프스키(Bruno Pavlovsky) 역시 “비아리츠는 샤넬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라고 강조한 바 있는데요. 스포츠와 바다를 오가는 라이프스타일에서 비롯된 자유로운 감각은 샤넬의 스포티한 미학과 레저웨어 개념으로 확장됐고, 오늘날 리조트 컬렉션의 기반이 되는 요소로 평가되죠.

마티유 블라지는 2024년 패션 부문 아티스틱 디렉터로 임명된 이후 하우스의 클래식 코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그가 첫 리조트 컬렉션의 무대로 비아리츠를 선택한 것은 샤넬의 역사적 뿌리를 다시 확인하고 이를 현재적 감각으로 잇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결정이기도 합니다. 코코 샤넬이 새로운 여성상을 제시했던 비아리츠에서, 마티유 블라지는 이번 2026/27 크루즈 컬렉션을 통해 그 맥락을 현대적으로 확장해나갈 것으로 보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