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티유 블라지의 첫 샤넬 오트 쿠튀르 컬렉션, 새에서 영감받은 가벼움과 움직임 그리고 자기표현으로 다시 쓴 하우스의 중심.

2026년 1월 27일, 파리의 상징적인 공간 그랑팔레가 다시 한번 샤넬을 위해 열렸습니다. 이번 샤넬 2026 S/S 오트 쿠튀르 컬렉션을 기획하고 디자인한 마티유 블라지는 샤넬의 핵심을 재정의하고 조명합니다. 그가 샤넬 패션 부문 아티스틱 디렉터로서 처음 선보이는 무대인 만큼 하우스의 본질과 본질을 드러낼 방법을 고찰한 것이죠.

이 지점에서 마티유 블라지가 주목한 것은 옷 그 자체보다 옷이 완성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창작자의 의도와 착용자의 감각이 맞닿는 지점에서 오트 쿠튀르는 비로소 생명력을 얻고, 그 중심에는 몸의 움직임과 감정의 울림이 자리합니다. 가볍게 흘러내리는 실루엣과 자연스러운 리듬은 여성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는 장치로 작동하죠. 그가 이번 컬렉션에서 선보인 오트 쿠튀르 피스들은 마치 짧은 시처럼 압축적이면서도 풍부한 인상을 남기고, 정돈된 자연과 멈춘 듯한 시간, 그리고 찰나의 감정을 통해 각자의 서사를 조용히 건넵니다.

시처럼 펼쳐진 무대, 찰나의 풍경

분홍빛으로 물든 버드나무처럼 늘어진 구조물, 거대한 버섯 오브제, 그 사이를 유영하듯 걷는 모델들. “버섯 위의 새. 찰나의 아름다움. 날아가 버렸네.” 작가 미상의 하이쿠(짧은 정형시)에서 영감받아 제작된 컬렉션의 세트는 그야말로 시적인 풍경을 선사했습니다. 순간의 애틋함을 담은 장면은 머물지 않고 흘러갔으며 그 안에서 샤넬의 옷은 움직임과 호흡 속에서 스며들듯 완성되었습니다.

깃털처럼 보이지만, 깃털이 아닌 옷들

룩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요소는 깃털을 떠올리게 하는 텍스처입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실제 깃털은 거의 사용되지 않았는데요. 대신 자수 실의 결, 레이어링, 플리츠 그리고 트위드의 올이 풀리며 만들어내는 질감은 깃털을 사용하지 않고도 깃털처럼 보이게 하는 효과를 완성하죠. 이로써 컬렉션 쇼에 선 모델들이 새로 변신하기 시작합니다. 소박한 회색 비둘기부터 화려한 핑크색 저어새, 날렵한 왜가리부터 왕관 같은 깃을 쓴 코카투까지. 궁극적인 자유를 상징하는 다양한 새들로 변신한 모델들이 쇼를 장식하죠. 그들은 오트 쿠튀르의 시적인 멈춤을 선사하고 날아가 버립니다.

움직임을 허락한 실루엣

이번 컬렉션은 오트 쿠튀르가 지닌 화려함과 정교함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샤넬 특유의 편안한 움직임과 실용성에 집중했습니다. 일자로 떨어지는 드레스와 허리를 강하게 조이지 않는 슬립 형태, 얇은 재킷과 팬츠의 조합은 몸을 단단히 고정하기보다 자연스럽게 따라 흐르도록 설계됐죠. 쿠튀르의 완성도 위에 샤넬이 오랫동안 지켜온 ‘움직임의 자유’를 겹쳐 올린 실루엣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자연의 순간을 포착한 컬러 팔레트

이번 컬렉션의 컬러는 깃털처럼 가볍고 부드러운 파스텔 톤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파우더 핑크와 아이보리 같은 색감이 전체적인 분위기를 이끌고, 그 위에 선명한 레드와 블랙과 같은 원색 컬러가 더해지며 강렬한 대비를 만들어내죠. 금방이라도 날아갈 듯한 가벼운 실루엣을 단단하게 붙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것도 바로 이 컬러 조합입니다. 자연을 직접 묘사하기보다 찰나적으로 스친 인상을 정제해 옮겨온 듯한 컬러 팔레트로 컬렉션의 리듬을 완성합니다.

새로운 리듬으로 변주된 트위드

샤넬의 상징인 트위드는 이번 시즌에도 컬렉션의 중심에 자리하며, 익숙한 코드 위에 새로운 방식의 해석을 더합니다. 단단한 구조는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밑단과 소매에서는 풍성한 텍스처를 추가해 변주를 줬죠. 또한 원단의 조직과 마감 자체를 변형해 깃털을 연상시키는 질감을 완성합니다. 트위드는 더 이상 단정함의 상징이 아닌 올이 풀리고 결이 흔들리며 움직임을 드러내는 소재로 재해석됩니다. 마티유 블라지는 하우스의 헤리티지를 존중하면서도 컬렉션의 주제에 맞게 그 밀도와 리듬을 조율해 냈죠.

©CHANEL
©CHANEL

샤넬 쇼에 참석한 셀럽들

이날 쇼에는 에이셉 라키, 니콜 키드먼, 두아 리파, 틸다 스윈튼 등 다양한 글로벌 셀럽들이 샤넬 쇼에 참석하기 위해 그랑팔레를 찾았습니다. 그중에서도 샤넬의 앰버서더로서 참석한 김고은은 아이보리 톤의 미니멀한 셋업에 블랙 파이핑(옷의 가장자리를 따라 가느다란 선 형태로 덧대는 마감 형식) 디테일이 더해진 룩을 선택했는데요. 컬렉션이 지닌 절제된 우아함과 현대적인 균형을 선명하게 드러냈죠. 몸을 자연스럽게 따라 흐르는 편안한 실루엣과 플라워 모티프 이어링 매치는 과장 없이도 존재감을 전하는 샤넬 식 태도를 그대로 보여주었습니다.

오뜨 꾸뛰르는 샤넬의 진정한 영혼이다. 하우스의 근원이자 완전한 표현이다. 디자이너만큼이나 그 옷을 입는 사람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옷을 입는 순간 비로소 진정한 이야기를 갖게 된다. 각자의 이야기, 감정적 공명, 여성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캔버스를 제공한다.

– 마티유 블라지(Matthieu Blazy)

피날레에 가까워질수록 표면이 극도로 밀집된 룩들이 등장하며 컬렉션은 절정을 향합니다. 그러나 그 강렬한 이미지는 오래 머물지 않습니다. 마치 날아온 새가 이내 떠나가듯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짧게 남고, 이내 사라지죠.

마티유 블라지의 첫 샤넬 오트 쿠튀르 컬렉션은 하우스의 상징을 새롭게 발명하기보다, 이미 존재해 온 언어를 다른 속도로 읽어내는 데 집중합니다. 가벼움과 움직임 그리고 입는 사람의 서사. 이 요소들이 만나 완성된 이번 컬렉션은 조용하지만, 분명한 방식으로 샤넬의 중심을 다시 짚어내며 오뜨 꾸뛰르가 여전히 왜 필요한지 그리고 그 본질이 무엇인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주죠.

쇼가 완성되는 순간의 분위기를 보다 생생하게 느끼고 싶다면, 샤넬 2026 S/S 오트 쿠튀르 쇼를 마리끌레르의 영상과 함께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