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한 장면처럼 아름다운 프랑스 남부의 해안 도시 칸(Cannes)에서 매년 5월 개최되는 영화인들의 대잔치, 2026 칸 영화제가 막을 열었습니다. 높게 솟은 돛대와 푸르게 펼쳐지는 바다 포토월 앞에서 보여주는 배우들의 룩은 다른 레드 카펫보다 훨씬 싱그럽고 낭만적인데요. 바람에 흩날리는 스커트 자락과 머리칼을 보고 있으면 제게도 기분 좋은 바다 내음이 스치는 듯합니다. 물론 배우들만 아름다우리란 법은 없죠. 패션 감각이 남다른 감독까지 가세했으니까요. 5월 12일부터 23일까지 진행되는 그 설레는 첫째 주의 현장과 스타일을 살펴봅니다.


데미 무어

단연코 이번 칸의 하이라이트는 데미 무어였습니다.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그녀는 정석적인 이브닝드레스부터 전위적인 오트 쿠튀르 피스까지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는데요. 마치 본인이 출연한 영화 <서브스턴스>처럼 카메라 앞에 설 때마다 180도 다른 반전 매력을 보여줬죠. 자크뮈스의 2026 F/W 컬렉션인 형형색색의 도트 무늬 드레스로 첫 등장했습니다. 휴양지의 여유를 담은 발랄한 컬러 위에 입체적인 텍스처의 도트 장식을 더한 피스였죠. 여기에 캐츠아이 선글라스를 매치해 따스한 태양 아래 크루즈 여행을 떠난 듯한 자유로운 무드를 완성했습니다.

이후 개막식에선 상반된 룩으로 시선을 압도했습니다. 역시 자크뮈스의 은은한 광택이 감도는 화이트 시퀸 드레스를 선택했는데요. 보디라인을 따라 유려하게 떨어지는 실루엣에 허리 라인의 구조적인 페플럼 디테일이 구조적인 볼륨감을 더했습니다. 여기에 여러 겹으로 레이어드한 쇼파드의 다이아몬드 네크리스로 정점을 찍었죠. 다른 날 선보인 강렬한 레드 드레스 역시 압권이었습니다. 자연스러운 드레이핑에 목 위로 높게 솟아오른 입체적인 디테일이 마치 한 송이 장미처럼 우아한 모습을 완성했습니다.

바바라 팔빈&딜런 스프라우스

오랜 연애 끝에 2023년 부부가 된 바바라 팔빈과 딜런 스프라우스는 첫아이 임신 소식을 레드 카펫 위에서 깜짝 공개했습니다. 팔빈은 미우미우의 커스텀 드레스를 선택했는데요. 섬세한 드레이핑과 밑단의 풍성한 깃털 트리밍이 포인트였습니다. 부드러운 베이비 블루 컬러와 로맨틱한 볼륨감이 꼭 신데렐라를 떠올리게 하네요. 딜런은 블랙 실크 라펠이 돋보이는 프라다의 울 턱시도에 블랙 보타이를 매치해, 정석적이면서도 클래식한 턱시도 룩을 보여줬습니다.

벨라 하디드

매번 칸 영화제에 참석할 때마다 레전드 룩을 경신하며 칸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벨라 하디드. 이번 칸에 도착했을 당시에는 엘리 사브(Elie Saab)의 2003 S/S 오트 쿠튀르 컬렉션 의상을 입고 등장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그녀는 플로럴 프린트 톱과 스카프에 광택이 도는 실크 플레어 팬츠를 매치했는데요. 여기에 골드 브레이슬릿을 여러 개 레이어드하고, 볼드한 이어링과 브라운 렌즈의 랩 어라운드 선글라스를 더해 완벽한 레트로 분위기를 완성했습니다.

이후 레드 카펫에선 프라다의 커스텀 드레스를 선보였습니다. 보디라인에 매끄럽게 밀착되는 슬림한 실루엣과 팔에 가볍게 걸친 새틴 케이프가 그녀의 우아한 매력을 배가시켰죠. 여기에 단정하게 빗어 넘긴 슬릭 백 헤어스타일은 화려한 하이 주얼리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습니다.

크리스틴 스튜어트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클래식하고 고전적인 피스에서도 그의 반항적이고 자유분방함을 잃지 않았습니다. 샤넬 2026 S/S 오트 쿠튀르 컬렉션의 시스루 셋업을 선택했습니다. 자칫 포멀하고 우아하게만 흐를 수 있는 시스루 룩에 힙한 나이키 스니커즈를 믹스 매치해 위트 있게 소화했죠. 그녀 특유의 반항적이고 쿨한 아우라가 고스란히 드러난 순간이었습니다. 샤넬 2026 F/W 의 드레스를 입어 상반된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케이트 블란쳇

케이트 블란쳇은 이날 루이 비통의 커스텀 드레스를 입었습니다. 블랙 벨벳 소재 특유의 깊고 묵직한 광택이 그녀의 우아함을 한층 끌어올렸죠. 몸을 타고 흐르는 머메이드 실루엣과 바닥 위로 길게 끌리는 트레인이 드라마틱한 여운을 남겼습니다. 특히 얼굴을 감싸듯 풍성하게 부풀린 러플 디테일은 오트 쿠튀르적인 강렬한 볼륨감을 선사했습니다.

또 다른 날에는 지방시의 2026 F/W 컬렉션 블랙 드레스를 선택했는데요. 드레스 곳곳에서 길게 흘러내리는 프린지 디테일은 걸음을 옮길 때마다 유기적으로 흔들리며 입체적인 아름다움을 극대화했죠.

카라 델레바인

카라 델레바인은 이번 칸에서 늘 톰 포드와 함께했죠. 포토콜 행사에서는 특유의 중성적인 무드를 살린 수트 룩을 선보였는데요. 날렵한 핀 스트라이프 싱글브레스트 재킷과 매니시한 팬츠를 셋업으로 매치했죠. 재킷 이너로는 아슬아슬한 시스루 셔츠를 더해 관능적인 포인트를 더했습니다. 이어진 레드 카펫에선 블랙 실크 이브닝드레스로 고혹적인 반전을 꾀했는데요. 네크라인을 부드럽게 감싸안으며 흘러내리는 크레이프 홀터넥 러플이 룩의 우아한 포인트가 되어주었습니다.

박찬욱

박찬욱 감독의 생 로랑 사랑은 이번에도 계속됩니다. 베니스 국제영화제,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드, 골든글로브까지 숱한 시상식에서 생 로랑 수트와 함께했죠.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더블브레스트 재킷은 몸을 조이지 않고 유연하게 흐르는 실루엣 덕분에 훨씬 정제된 느낌을 줍니다. 여기에 오버사이즈 틴티드 안경으로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올블랙 룩에 부드러움을 더했죠.

클로이 자오

배우 못지않게 다채로운 룩으로 시선을 사로잡은 감독 클로이 자오입니다. 본인의 영화 <햄넷>, <노매드랜드>처럼 미니멀한 실루엣 속에 깊이 있는 색감으로 많은 이야기를 건넵니다. 장식성을 덜어낸 간결함 속에서 세련된 아우라를 자아내죠. 그녀는 이번 칸에서 에르메스 2026 S/S 컬렉션을 선택해 편안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무드를 보여주는가 하면 가브리엘라 허스트의 다채로운 아카이브를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가브리엘라 허스트의 2026 F/W 컬렉션인 블랙 니트 드레스는 성긴 조직 사이로 정교한 플로럴 레이스가 드리워져 은은한 관능미를 풍겼고, 치마 하단의 풍성한 레이스 러플이 구조적인 무게감을 더했습니다. 또 다른 날에는 2025 F/W 컬렉션의 오렌지 캐시미어 니트 드레스에 프린지 헴라인이 더해진 피스, 그리고 내추럴한 멋이 돋보이는 후디 드레스까지 연이어 착용하며 독보적인 룩을 선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