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게 라코스테 헤리티지는 단순한 참고 자료가 아니라, 컬렉션 전체를 이끄는 하나의 창의적인 중심축이자 서사의 출발점이에요.”

유서 깊은 하우스의 아카이브에서 르네 라코스테의 아방가르드한 정신과 태도를 길어 올리고, 그 위에 미래적 감각을 덧입히는 여성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펠라지아 콜로투로스(Pelagia Kolotouros). 하우스의 상징인 악어처럼 강인하면서도 우아한 방식으로 라코스테의 현재와 미래를 써나가는 그와 나눈 대화를 전한다.
미국 뉴욕 퀸스에서 태어나 오랜 시간을 뉴욕에서 보냈고, 프랑스 파리에 온 지도 어느덧 4년 차에 접어들었어요. 당신의 DNA에 녹아 있는 미국적 코드와 감각은 프랑스 하우스 브랜드인 라코스테에서 어떤 미학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생각하나요? 그동안 이지, 아디다스, 노스페이스 같은 젊고 감각적인 스포츠웨어 브랜드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아왔어요. 그 시간들은 제 안의 창의성을 더욱 입체적이고 역동적으로 확장해주었죠. 저는 라코스테에서 스포츠웨어를 관통하는 디자인 코드와 에너지를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동시에 하우스가 오랜 시간 고수해온 프렌치 엘레강스를 유지하고 새롭게 정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올해 3월, 파리 롤랑 가로스 스타디움의 필립 샤트리에 코트에서 진행한 2026 F/W 컬렉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아요. ‘비에 젖은 경기’를 모티프로 삼았다고 했는데, 이번 컬렉션에서 가장 중요한, 혹은 집중한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이번 컬렉션은 1923년에 도빌에서 열린 데이비스컵 경기에서 활약한 르네 라코스테의 모습에서 출발했어요. 거센 비가 쏟아지는 와중에도 그는 놀라운 집중력과 끈기, 강인함을 보여주었고, 저는 그 부분에 깊이 매료되었죠. 빗속에서도 자리를 떠나지 않은 관중들의 열정 또한 강렬한 인상을 남겼어요. 점점 고조되는 긴장감과 기대감, 그리고 그 공간을 가득 채운 뜨거운 열기와 에너지가 이번 컬렉션의 중요한 시작점이 되었죠. 투명한 나일론, 테크니컬 울, 방수 멤브레인 같은 소재는 당시 관중이 비를 피하기 위해 걸쳤던 판초나 보호용 레이어에서 착안했어요. 결국 이번 컬렉션은 단순히 경기를 위한 옷이 아니라, 스포츠를 사랑하는 팬들의 순수하고 아름다운 열정에 바치는 헌사이기도 해요. 이런 의미에서 그랜드슬램을 유쾌하게 풀어낸 브랜디드 티셔츠 역시 함께 선보이게 되었고요.



테니스 선수로 활약한 르네 라코스테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라코스테 팀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는 점이 느껴져요. 디자인팀은 물론 모든 관련 부서와 협력을 이끌고, 최상의 결과물을 내기 위해 어떤 부분에 집중하고 노력하나요? 우리를 가장 단단하게 연결하는 것은 결국 라코스테라는 브랜드와 그 헤리티지에 대한 공통된 애정이라고 생각해요. 팀원 모두 브랜드의 역사와 이야기, 그리고 르네 라코스테가 남긴 아이코닉한 피스들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하는 일종의 호기심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또한 이 헤리티지를 현대적이면서도 아방가르드한 감각으로 재해석하고자 하는 방향성을 서로 공유하고 있죠.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라코스테 컬렉션을 함께 작업할 때면 자연스럽게 같은 언어로 소통하게 된다고 믿어요. 우리 팀의 가장 큰 강점이죠.
90년 넘게 이어온 라코스테의 풍부한 유산과 스포츠 정신을 들여다보며 수많은 영감과 감동을 마주할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하우스의 헤리티지 속에서 무엇을 남기고 집중할지에 대한 자신만의 기준이 있을까요? 저는 브랜드 아카이브를 들여다보는 데 굉장히 많은 시간을 할애해요. 본사에서 약 1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라코스테의 역사가 고스란히 보존된 아카이브 수장고가 있어요. 그곳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자 끝없는 영감의 원천을 마주할 수 있는 의미 깊은 곳이죠. 정기적으로 이곳에 머물다 보면 하우스의 숨겨진 이야기부터 르네 라코스테의 기념비적 순간, 그리고 이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실루엣들을
새롭게 발견하곤 해요. 저는 이곳에서 마음을 끄는 이야기를 발견하거나 영감을 얻는 순간, 컬렉션의 나머지 요소를 자연스럽게 떠올려요. 저에게 이런 헤리티지와 영감은 단순한 참고 자료가 아니라, 컬렉션 전체를 이끄는 하나의 창의적인 중심축이자 서사의 출발점이 되는 거죠.



라코스테는 테니스에서 출발한 브랜드로 스포츠 정신과 깊이 공명해요. 르네 라코스테가 강조한 페어플레이와 우아함을 디자인에 어떻게 적용하고 재해석하나요? 라코스테를 위한 제 크리에이티브는 하우스를 관통하는 세 가지 핵심 가치인 기능성(function), 형태(form), 우아함(elegance)에서 출발해요. 르네 라코스테가 늘 중요하게 생각했듯이, 저 역시 소재 선택과 기술적 완성도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죠. 무엇보다 기능성과 우아함이 자연스럽게 균형을 이루는 옷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스포츠웨어의 실용성을 유지하면서도 라코스테 특유의 세련된 태도와 감각은 절대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니까요.
라코스테가 이토록 오랜 시간 사랑받는 특별한 힘의 근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브랜드 본연의 DNA를 지키면서도 끊임없이 스스로를 새롭게 진화시켜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르네 라코스테를 존경하는 점 중 하나는 그의 아방가르드한 정신이죠. 브랜드가 탄생한 지 90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라코스테는 여전히 그 특별한 가치와 정신을 이어가고 있으니까요.
컬렉션을 통해 그리고 인터뷰 내내 르네 라코스테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어요. 그의 어떤 부분에 매료되었나요? 가장 인상적인 것은 그의 아방가르드한 정신과 태도예요. 그는 스포츠웨어와 패션의 경계를 누구보다 앞서 새롭게 정의한 인물이에요. 당시로서는 굉장히 혁신적인 실루엣들을 제안했고, 그 디자인은 지금까지도 시대를 초월한 아이콘으로 남아 있죠. 패션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고, 저는 그 점에 깊이 감탄했어요. 그가 만들어낸 창의적 실루엣들은 지금까지도 세계적으로 아이코닉하게 남아 있고, 무엇보다 그는 스포츠와 패션을 결합하면서도 특유의 프렌치 시크와 우아함을 결코 잃지 않았어요. 바로 그 균형 감각이 르네 라코스테를 특별하게 만든다고 생각해요.
한 인터뷰에서 언급한 “더 많이 경험할수록 더 많이 변한다”라는 말이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어요. 당신은 앞으로 어떤 경험을 통해 라코스테의 변화를 이끌고 싶은가요? 다음 라코스테 쇼가 어디로 향하게 될지는 저 역시 아직 장담할 수 없어요. 몇 달 전만 해도 로커 룸이나 빗속의 런웨이를 전혀 상상하지 못했으니까요.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앞으로도 라코스테를 늘 예상 밖의 새로운 공간과 이야기로 이끌고 싶다는 거예요.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의 중심에는 언제나 르네 라코스테의 아방가르드하고 모험적인 정신이 자리할 거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