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찌에 합류한 이래 ‘구찌다움’에 대해 고민해 온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뎀나는, 이번 시즌 가상의 부티크를 무대로 자신이 찾은 답을 펼쳐 놓았습니다.
- 정제된 테일러링으로 시작한 런웨이는 장난기 어린 프레피 룩을 지나 대담한 이브닝 드레스로 이어졌습니다.
- 이날 배우 황인엽과 박규영도 쇼장을 찾아 뎀나의 두 번째 구찌 런웨이와 가장 가까이에서 만났습니다.
거대한 매장을 누비며 펼쳐진 구찌의 2027 S/S 컬렉션.
가상의 부티크에서 그려낸 구찌의 봄여름
지난 25일(현지 시간), 밀라노에서 구찌(Gucci)의 2027 S/S 컬렉션이 공개됐습니다. 이번 시즌은 지난해 브랜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된 뎀나(Demna)의 두 번째 컬렉션인데요. 그가 구찌에 합류한 뒤 줄곧 들여다본 것은 이 유서 깊은 하우스를 정의하는 방법이었습니다. 38가지의 현대적 페르소나로 하우스의 유산을 재해석한 ‘라 파밀리아(La Famiglia)’를 시작으로 여러 컬렉션을 거치며 서로 다른 시대의 구찌를 차례로 꺼내 보였던 것도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었죠. 그리고 이번 시즌 그는 승마 문화에서 이어진 단정한 옷차림부터 1990년대를 떠올리게 하는 관능적인 드레스까지 한자리에서 교차시켰습니다.
‘더 스토어 쇼(THE STORE SHOW)’라는 제목에 걸맞게 이번 쇼의 무대는 하나의 매장으로 변신했습니다. 밀라노 알리안츠 미코(Allianz MiCo)의 공간이 마치 새 부티크가 문을 연 듯 정교하게 바뀐 건데요. 모델들은 제품이 놓인 진열장 사이를 지나거나 거울 앞에 잠시 멈춰 옷매무새를 살폈고, 곳곳에는 매장 직원처럼 보이는 인물들도 자연스럽게 자리했습니다. 창밖으로는 쇼핑객들이 오가는 모습까지 이어지며 실제 거리와 맞닿은 듯한 풍경을 만들어냈고요. 그야말로 “구찌는 보여지기를 원하는 럭셔리”라는 뎀나의 말을 고스란히 옮겨온 듯한 연출이었습니다. 쇼장을 찾은 관객들은 런웨이가 이어지는 동안 잠시 구찌 매장에 들어온 손님이 되었죠.






오버사이즈 대신 자리한 날카로운 테일러링
런웨이는 구찌가 오랫동안 이어 온 승마 헤리티지로 문을 열었습니다. 몸에 꼭 맞는 테일러드 재킷과 깃을 세운 화이트 셔츠, 길게 뻗은 니하이 부츠처럼 단정한 아이템들이 등장했는데요. 특히 눈에 띈 것은 이를 다루는 뎀나의 방식이었습니다. 과거의 그였다면 오버사이즈로 풀어냈을 법한 재킷의 어깨는 위로 날카롭게 세워졌고, 몸의 선을 따라 정교하게 다듬은 테일러링이 잇따라 등장하며 색다른 얼굴을 보여주었거든요. 여기에 펜슬 스커트와 슬림한 핏의 팬츠 등 1980년대 오피스 룩을 떠올리게 하는 힘 있는 옷차림도 이어졌죠. 이번 시즌 뎀나는 반듯하고 클래식한 구찌의 출발점을 그대로 이어가면서도 몸의 형태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며 새로운 긴장감을 더했습니다.




삐딱한 프레피와 존재감이 커진 홀스빗
반듯하게 시작한 컬렉션은 쇼가 이어지며 점차 흐트러졌습니다. 단정한 프레피 룩 위로 위트 있는 시도를 이어간 건데요. 교복을 닮은 스트라이프 럭비 셔츠와 타탄 체크 스커트에 둥글게 부푼 봄버 재킷을 걸치는가 하면, 목에는 굵은 체인 목걸이를 여러 겹 레이어링하며 장난기를 불어 넣었습니다. 여기에 구찌의 시그니처 디자인인 홀스빗(Horsebit)은 평소 로퍼 위에 작게 자리하던 크기를 훌쩍 벗어나 허리를 감싸는 커다란 벨트로 존재감을 키웠죠. 뎀나는 삐딱한 프레피 스타일과 과장된 장식을 한데 섞으며 얌전한 옷차림을 한층 유쾌하고 자유롭게 비틀었습니다.




대담하고 화려한 이브닝웨어로 물든 밤!
삐딱해진 뎀나의 학생들을 지나 런웨이는 밤의 분위기로 서서히 물들었습니다. 반듯한 재킷 안으로 브라렛이 모습을 드러냈고, 몸의 선을 따라 길게 흐르거나 허벅지까지 깊게 트인 이브닝 드레스는 무르익은 분위기와 더없이 잘 어우러졌죠. 부드럽게 감기는 저지 드레스에서는 톰 포드(Tom Ford)가 구찌를 이끌던 시기의 대담하고 관능적인 분위기가 풍겼고요. 마지막에 등장한 드레스는 한쪽 어깨를 따라 천을 길게 늘어뜨리며 쇼의 열기를 한층 끌어올렸는데요. 무심하게 걸친 듯해 보였지만, 물방울 모양의 금속 추를 달아 무게를 조절하며 원하는 실루엣을 만들어낸 설계가 돋보였습니다.


쇼장에 열기를 더한 K-셀럽들
뎀나의 새로운 컬렉션을 만나기 위해 K-셀럽들도 밀라노를 찾았습니다. 먼저 배우 황인엽은 클래식한 수트 셋업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는데요. 더블 브레스티드 재킷 안에 화이트 셔츠와 블랙 타이를 매치해 마치 결혼식을 앞둔 신랑처럼 군더더기 없는 룩을 선보였습니다. 특히 눈에 띈 건 단정한 수트 한가운데 놓인 낭만적인 화이트 플라워! 이날 마리끌레르와 만난 그는 룩의 포인트로 이 꽃을 골랐습니다.


이어 구찌의 글로벌 브랜드 앰배서더인 배우 박규영은 한층 강렬한 올블랙 룩으로 프런트 로를 빛냈습니다. 블랙 레더 미니 드레스에 풍성한 퍼 칼라를 더한 그의 룩은 매끈한 가죽과 볼륨감 있는 퍼가 드라마틱한 대비를 보여주었죠. 그는 이날 쇼가 끝난 뒤 “실제 매장에서 쇼핑하는 듯한 연출이 재밌었다”고 전하며 앞으로 뎀나가 그려갈 구찌의 새로운 모습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습니다.
클래식한 승마복과 장난기 어린 프레피를 지나 매혹적인 드레스에 다다른 구찌의 2027 S/S 컬렉션. 한 가지 모습으로 규정되기보다 원하는 모습으로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이번 쇼는, 어쩌면 뎀나가 지난 1년간 찾아온 ‘구찌다움’과 가장 가까운 답인지도 모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