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즈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테오 탐부리니가 1990년대의 기억을 현대적 문법으로 재해석한 2027 S/S 컬렉션을 선보였습니다.
- 이번 컬렉션은 포멀웨어와 스포츠웨어의 경계를 허물며 반듯함과 느슨함 사이의 세련된 균형을 제안합니다.
- 브랜드 상징인 가죽을 유연하고 부드럽게 다듬고, 레이저 퍼포레이션 기법을 적용해 '고미노'의 헤리티지를 아우터와 백으로 확장했습니다.
오래된 기억 위에 새로운 감각을 덧칠한 토즈의 ‘이탈리안 애티튜드’.
30년 간 쌓아 온 취향의 새로운 얼굴
지금의 나를 이루는 취향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뜻밖에도 어린 시절의 장면과 마주할 때가 있습니다. 거듭 반복해 들었던 음악, 몇 번이고 돌려본 영화, 이상하리만큼 눈길이 갔던 옷차림처럼 말이죠. 토즈(Tod’s)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테오 탐부리니(Matteo Tamburini)가 이번 2027 S/S 컬렉션에서 들여다본 것도 그의 감수성이 만들어지던 1990년대의 기억들이었습니다. 토즈 역시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해 가기 시작한 중요한 시기였죠. 그가 성장하며 접했던 것들과 브랜드의 시간이 자연스럽게 포개지는 지점을 발견한 탐부리니는,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되살리는 대신 지금의 문법을 담아 30년 간 쌓인 취향을 새롭게 펼쳐 보였습니다.






반듯함과 느슨함 사이에서 찾은 균형
토즈는 이번 시즌을 관통하는 단서들을 첫 룩부터 아낌없이 꺼내놓았습니다. 짙은 보라색 모크넥 톱과 반듯하게 주름을 잡은 블랙 버뮤다 쇼츠를 매치하고, 발끝에는 작은 구멍을 촘촘히 낸 레드 로퍼가 자리했죠. 마테오 탐부리니는 단정함과 경쾌함이 만드는 묘한 긴장감을 컬렉션 내내 이어갔습니다. 각 잡힌 울 블레이저 아래로는 무릎까지 내려오는 버뮤다 쇼츠를, 오픈 트렌치코트 안에는 날렵한 레더 밴도 톱을 더했죠. 여유로운 실루엣의 V넥 니트와 상체를 매끈하게 감싸는 슬림한 보머 재킷도 차례로 등장했고요. 포멀웨어의 무게감을 더는 동시에, 스포츠웨어에 정교함을 더하며 상반된 두 스타일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었습니다.
컬러 팔레트 역시 한층 대담해졌는데요. 베이지와 카멜, 브라운, 블랙처럼 브랜드가 즐겨 써온 차분한 색조 사이로 오커와 옐로, 레드, 오렌지, 퍼플, 블루가 불쑥 끼어들며 런웨이에 경쾌한 리듬을 만들었습니다. 유연한 실루엣의 드레이프 드레스 위로 채도 높은 색들이 부딪히며 선명한 대비를 그려냈고요. 그중에서도 시선을 붙든 건 선명한 옐로 가죽의 더블브레스티드 트렌치 코트. 여기에 길이를 과감하게 잘라낸 크롭트 트렌치 코트까지 등장하며 클래식한 형태를 비트는 실험을 이어갔죠.




가죽으로 이어진 토즈의 어제와 오늘
마테오 탐부리니가 이번 컬렉션에서 집요하게 다듬은 소재는 단연 가죽이었습니다. 그 중심에는 토즈가 여러 시즌에 걸쳐 다뤄 온 파시미(Pashmy) 가죽이 자리했는데요. 부드럽게 가공해 천에 가까운 유연함을 자랑하는 이 소재는 이번 시즌 드레스와 스커트까지 영역을 넓혔습니다. 반듯하지 않고 불규칙하게 떨어지는 밑단은 걸음을 옮길 때마다 가볍게 흔들렸죠.
가죽의 무게감을 덜어낸 또 다른 방식은 표면에 작은 구멍을 촘촘히 내는 것이었습니다. 레이저 퍼포레이션(Laser Perforation)이라 불리는 이 기법을 화이트 트렌치 코트와 블랙 스커트 셋업에 적용해, 구멍 사이로 빛과 공기가 드나들도록 했는데요. 마치 도트 패턴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 원단은 토즈의 대표적인 드라이빙 슈즈 ‘고미노(Gommino)’를 떠올리게 합니다. 아웃솔을 가득 채운 러버 페블의 리듬을 이번에는 아우터, 슈즈, 백을 비롯한 컬렉션 전반으로 옮겨온 셈이죠. 여기에 아이코닉한 ‘캔디 백(Candy Bag)’까지 다시 꺼내 들며 브랜드의 아카이브를 지금의 토즈와 다시 연결했습니다.


반듯함과 느슨함을 런웨이 위에 나란히 두고, 브랜드의 상징을 컬렉션 곳곳에 아로새긴 토즈. 이번 컬렉션에서 과거의 기억은 그리움에 머무르지 않고 지금의 취향을 만들어가는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오래된 장면을 품은 채 다음 계절로 나아가는 것, 어쩌면 가장 ‘토즈다운’ 움직임이란 이런 게 아닐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