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퀘라가 1920~30년대 유니폼을 독특하게 변주하며 직업과 역할을 주제로 한 2027 S/S 컬렉션을 선보였습니다.
- 클래식한 유니폼에 과장된 실루엣과 아방가르드한 디테일, 네온 컬러를 더해 바퀘라만의 유쾌한 세계를 완성했습니다.
- 마지막에는 패트릭 디카프리오와 브린 타우벤시, 두 디자이너가 직접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르며 바퀘라 특유의 유머와 진정성을 보여주는 피날레를 완성했습니다.
앙토냉 트롱이 그려낸 발망의 2027년 봄과 여름.
칼 라거펠트의 집에서 다시 쓴 파리와 사막의 이야기
지난 9월 30일(현지 시간), 파리 패션위크에서 발망의 2027 S/S 컬렉션이 파리 7구의 오텔 드 메종에서 공개됐습니다. 이곳은 칼 라거펠트(Karl Lagerfeld)가 오랜 시간 거주했던 저택으로, 그가 피에르 발망(Pierre Balmain)의 어시스턴트로 패션계에 처음 발을 들였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더없이 의미 있는 장소이죠. 그리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앙토냉 트롱(Antonin Tron)에게 이번 컬렉션은 발망에서 두 번째로 선보이는 컬렉션이자, 첫 S/S 컬렉션이기도 했는데요. 그는 메종의 오트 쿠튀르에서 비롯된 파리의 우아함과, 오랫동안 매혹되어 온 1960~70년대 캘리포니아의 반문화적(기성체제 거부, 자유주의, 그리고 평화주의 운동에 뿌리를 둔 문화) 감성을 이번 무대 위에 올렸습니다. 사막에서 캐낸듯한 반짝이는 보석과 여성의 보디 실루엣이 교차적으로 등장하는 티저 영상에서부터 그 강렬함을 느낄 수 있었죠. 이를 시작으로 조슈아 트리와 팜스프링스, 데스밸리 같은 넓고 광활한 사막의 풍경, 그리고 이탈리아의 거장 감독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Michelangelo Antonioni)가 연출한 미국 서부 영화의 대표작, ‘자브리스키 포인트(Zabriskie Point, 1970)’가 떠오르는 컬렉션의 전체 테마는 모래폭풍처럼 휘몰아치는 발망의 매력을 더욱 선명히 느끼게 했습니다.






실루엣과 컬러로 그려낸 두 도시의 풍경
이번 컬렉션의 실루엣은 파리지앵의 우아함과 캘리포니아의 자유로움이 한 몸에 공존합니다. 퍼스트 룩은 우아한 광택을 자랑하는 실크 롱 코트와 미국 서부 영화에 언제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레더의 조합으로 시작됐습니다. 짙은 브라운 컬러의 실크 롱 코트는 앙토냉 트롱의 발망 데뷔 무대를 장식했던 1970년대 파일럿 재킷의 날카로운 파워 숄더를 만나 카리스마가 배가됐고, 레더 스커트는 주름을 인위적으로 잡아 빈티지함을 더했습니다. 여기에 러프하게 넘긴 올백 헤어스타일과 은은한 틴티드 선글라스는 반항적인 무드를 완성했죠. 이어지는 룩들에서도 이 파워 숄더의 실루엣은 이어집니다. 미디 레더 재킷과 견장 디테일의 파일럿 재킷, 셔츠, 그리고 보머 재킷에서도 모두 이 날카롭고 강인한 실루엣은 이어졌고, 패턴 역시 가지각색으로 펼쳐졌습니다. 레오파드와 뱀피 패턴은 작거나 크거나 옅게, 혹은 진하게 그리고 반짝이게 변주됐고, 광택이 도는 레더들은 사막의 열기를 머금은 듯한 이미지를 연상케 했고요. 여기에 부드러운 질감의 새틴 소재들은 곳곳에서 우아함을 더해 거칠면서도 세련된 밸런스를 완성했습니다.




컬러 팔레트 역시 파리의 깊은 밤과 미국 서부의 새벽녘을 그대로 옮겨온 듯했습니다. 블랙과 브라운, 올리브 같은 차분한 컬러 사이로 등장한 광택이 더해진 네이비와 미드나잇 퍼플, 라벤더는 파리의 야경을 떠올리게 하며 고혹적인 무드를 자아냈고, 반짝이는 골드, 오렌지, 페일 옐로우는 노을 지는 순간의 사막 하늘을 떠올리게 했죠. 마지막으로 후반에 등장한 비즈 장식이 더해진 그레이 혹은 브론즈 톤의 드레스들은 이번 컬렉션이 품은 관능적이고 신비로운, 영화적인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렸습니다.



앙토냉 트롱이 그려내는 발망의 새 여정
이번 컬렉션은 앙토냉 트롱의 지난 발망 데뷔 무대보다 한층 또렷해졌습니다. 파리의 아틀리에와 사막의 노을 사이를 오가며 산 두 얼굴의 여성은 어느 한쪽을 고르지 않고도 그 자체로 온전한 인물이 되었고, 그 안에는 한층 성숙해진 시크함과 관능미가 자리했습니다. 올리비에 루스테잉(Olivier Rousteing)이 14년간 쌓아 올린 화려함의 뒤를 이어, 자신만의 방식으로 또 다른 하우스의 정체성을 그려내고 있는 앙토냉 트롱. 그가 선보인 발망의 첫 봄과 여름이 데려갈 다음 여정이 더욱 궁금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