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캘빈클라인 컬렉션의 첫 여성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베로니카 레오니가 브랜드를 떠납니다.
- 레오니는 2025 F/W부터 2027 S/S까지 총 네 번의 캘빈클라인 컬렉션을 통해 미니멀리즘의 정수를 보여주었습니다.
- 캘빈클라인 컬렉션은 레오니의 사임 이후에도 계속되며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캘빈클라인 컬렉션의 새로운 시작을 이끈 베로니카 레오니, 브랜드를 떠난다.

캘빈클라인 여정을 마친 베로니카 레오니
‘캘빈클라인(Calvin Klein)’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로고가 새겨진 언더웨어일 수도, 군더더기 없는 데님 팬츠일 수도 있을 텐데요. 하이엔드 라인인 ‘캘빈클라인 컬렉션(Calvin Klein Collection)’ 역시 빼놓을 수 없습니다. 캘빈클라인 컬렉션은 불필요한 디테일을 걷어낸 본질적인 디자인으로 아메리칸 미니멀리즘의 미학을 보여줘 온 브랜드죠. 라프 시몬스(Raf Simons)의 퇴임 이후 뉴욕 런웨이에서 자취를 감춘 지 7년 만에, 지난해 베로니카 레오니(Veronica Leoni)에 의해 다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런 브랜드의 새 출발을 이끌었던 레오니가 10월 15일 사임 소식을 전했습니다. 2024년 5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합류해 네 시즌을 함께한 그가 약 2년 만에 캘빈클라인을 떠난 것인데요.
캘빈클라인의 첫 여성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베로니카 레오니는 캘빈클라인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에 오른 인물입니다. 이탈리아 출신인 그는 질 샌더(Jil Sander)를 비롯해 셀린느(Céline), 몽클레르(Moncler), 더 로우(The Row) 등 굵직한 하우스를 거치며 차분하면서도 도회적인 디자인 언어를 다듬어 왔는데요. 2021년에는 자신의 브랜드 퀴라(Quira)를 설립해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과감한 실루엣을 아낌없이 보여주었습니다. 여기에 2023년에는 신진 디자이너들의 등용문으로 불리는 LVMH 프라이즈(LVMH Prize) 결선에 진출하며 실력을 입증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2024년 캘빈클라인 컬렉션의 수장이 된 레오니는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브랜드의 전성기였던 1990년대 아카이브에 주목했습니다. 반듯하게 재단한 수트 셋업부터 미니멀리즘을 벗어나지 않는 관능적인 드레스와 클래식한 트렌치코트에 이르기까지. 캘빈클라인의 상징적인 피스들을 근간에 두고, 재킷의 어깨에 볼륨을 더하거나 소매를 길게 늘이며 클래식한 실루엣에 감각적인 변주를 주었습니다. 화려한 장식에 기대지 않고 개성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디자인을 선보인 것이죠.




네 번의 컬렉션에 담긴 미니멀리즘의 미학
베로니카 레오니가 캘빈클라인 컬렉션에서 처음 선보인 2025 F/W 시즌 주제는 ‘모뉴멘털 미니멀리즘(Monumental Minimalism)’입니다. 미니멀리즘을 향한 찬사를 담아 블랙, 화이트, 그레이의 차분한 컬러 팔레트를 중심으로 오버사이즈 코트와 어깨를 휘감은 케이프를 선보였죠. 정갈한 실루엣을 유지하면서도 옷의 형태와 비율에 과감한 변주를 주어 단조로움을 덜어냈고요. 여기에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실크 드레스로 절제된 관능미까지 놓치지 않았습니다.
이어 2026 S/S 시즌은 뉴욕을 오가는 사람들의 일상으로 시선을 돌렸습니다. 정신 없는 평일 출근길부터 느긋하게 커피 한 잔을 즐기는 주말 아침까지 뉴욕 사람들의 다채로운 일상에서 디자인 실마리를 찾았죠. 반듯한 수트와 에이프런 드레스, 데님 재킷, 배스로브에서 출발한 아우터처럼 평범한 일상복에 재치 있는 변화를 더한 피스들로 런웨이를 채웠습니다. 특히 부드러운 레더 소재를 레이저로 정교하게 잘라 보송한 질감을 표현하거나 수트에 작은 폼폼 장식을 다는 등 예상치 못한 디테일들로 런웨이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올해 초 공개된 2026 F/W 컬렉션에서 그는 한층 대담해졌습니다. 몸의 아름다움을 과감하게 표현했던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 초반 디자인에 주목했거든요. 재킷의 숄더 라인은 과감하게 확장됐고, 반듯하게 보이던 수트는 백 디테일을 시원하게 드러냈습니다. 코르셋 디테일이 엿보이는 도발적인 드레스도 더해졌고요. 여기에 커다란 시어링 코트와 선명한 오렌지 레인코트까지 등장해 런웨이를 강렬하게 장악했죠. 특히 1976년 아카이브를 재해석한 데님 셋업이 눈길을 끌었는데요. 캘빈클라인의 헤리티지인 데님이 하이엔드 피스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9월, 베로니카 레오니는 2027 S/S 컬렉션에서 다시 한번 미니멀리즘의 본질로 돌아갔습니다. ‘제거의 규율(Discipline of Removal)’을 선언한 그는 이번 컬렉션에서 어디까지 덜어낼 수 있을지 고민했는데요. 코트와 셔츠, 슬립 드레스, 미디스커트 등 브랜드의 상징적인 피스들은 간결한 형태와 본질만으로 분명한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거칠게 마무리한 헴라인과 겉으로 드러난 스티치는 완벽한 테일러링 사이에서 불완전함을 드러내며 절묘한 균형을 만들어냈죠. 네 번의 쇼를 거친 끝에 브랜드가 오랜 시간 추구해 온 절제의 미학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 레오니의 마지막 무대였습니다.
베로니카 레오니와의 여정은 막을 내렸지만 캘빈클라인은 앞으로도 컬렉션을 이어갈 계획을 밝혔습니다. 다만 아직 후임 디자이너는 정해지지 않았는데요. 새로운 수장 아래 캘빈클라인이 맞이할 변화와 레오니의 다음 챕터가 기대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