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이끌고 있는 모어비전(MORE VISION)의 첫 아이돌 그룹 롱샷 (LNGSHOT)의 데뷔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죠. 롱샷이 무대에 서는 걸 보면 기분이 어떤가요? 좋죠. 저는 어느 정도 자신 있어요. 다만 잘될 수록 아티스트 자신이 변할 수도 있고, 주변이 변할 수도 있잖아요. 그걸 관리하는 게 제 역할인 것 같아요. 제가 몇 년 동안 대표이자 아티스트로서 부담을 안고 꾸역꾸역 해왔다면, 이제는 애들이 주인공이니까 재밌어요. 애들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있고, 제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있어서 밸런스도 잘 맞는 것 같고요.
멤버 개개인의 작업물인 믹스 테이프부터 공개했는데요. 기존 연습생 시스템에 비해 음악 하던 친구들을 모았다는 인상이 강해요. 맞아요. 이 친구들도 제 음악과 방식이 취향에 맞아서 우리 회사에 온 거예요. 오디션 보고 들어왔고요. 어릴수록 더 순수하게 음악을 좋아하고 재밌어해요. 다만 이 방식은 사업적으로 불확실하긴 해요. 아이돌 산업은 결국 체계가 필요하잖아요. 다음 그룹도 계속 만들어야 하고요. 그런데 팀의 특색이 강하면 그걸 시스템으로 재현하기가 어려워요. 그 대신 확실히 특별하죠. 데뷔 초반엔 좋아요, 신선하니까. 그런데 지속적으로 신선함과 특색을 보여주지 않으면 힘들어질 수 있어요. 장단점이 분명한 방식이죠. 저는 이 친구들을 제 틀에 맞춰 키우진 않았어요. 본인들이 자연스럽게 마음 가는 대로 움직이게 두고, 저는 옆에서 코치하는 식이었죠. 디테일을 가다듬으면서 장점을 부각했고요. 음악적으로는 무대에 서기 위해 갖춰야 할 자격이 뭔지, 왜 사람들이 너희 음악을 들어야 하는지, 왜 지금 우리 음악이 필요한지 같은 멘털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완전히 선생님 역할이네요. 멘토에 가깝죠. 어떤 날은 선생님이고, 어떤 날은 형이고, 어떤 날은 소속사 대표고, 또 어떤 날은 인생 선배고요.
어린 나이에 이 업계에 들어오면 잘 이끌어주는 어른이 필요하죠. 신뢰관계가 제일 중요해요. 저는 부모가 아니고 함께 일하는 파트너니까요. 제가 시간과 자금을 투자하고 경험을 전수하는 만큼, 본인들도 그걸 받을 책임감이 있어야 하잖아요. 즐기되 부담도 느꼈으면 좋겠고요. 이 판이 쉬운 게 아니니까요. 간절함이 있어야 감사함도 알고, 스스로를 아낄 줄도 알게 돼요. 그래서 진정성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해요.
무대에 서기 위해 갖춰야 할 자격은 구체적으로 어떤 건가요?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고 소리 지르며 환호해주는 건 자동으로 얻어지는 게 아니잖아요. 보이지 않는 힘이 있어야 해요. 노래나 춤은 누구나 할 수 있어요. 요즘은 다 잘하니까요. 그런데 깊이는 디테일에서 나와요. 원칙, 기초, 디테일이 쌓여야 하죠. 톤 하나, 밴딩 하나, 발음 하나, 강약 하나. 그걸 얼마나 연구하고 이해했는지, 감과 노력까지요. 돈 내고 시간 내서 공연장에 온 관객을 책임져야 해요. 15분이면 15분, 2시간이면 2시간. 추억을 만들어주고, 감동을 주고, 노래로 뭔가를 남겨야죠. 그건 특별함과 노력에서 나온다고 봐요.
박재범의 지난 행보를 보면 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모으고 이끌었어요. 이번에도 인기를 얻는 방법보다 좋은 사람이 되는 방법을 먼저 말해주고요. 아닙니다. 다만 계속 노력하고 있어요. 인기는 본인들이 알아서 얻는 거라 제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고요. 다만 아이돌을 하든, 인기를 얻든 결국 사람으로 살아야 하잖아요. 제가 겪은 경험이 그 과정에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죠.
사랑을 많이 받아서 사랑을 베푸는 일이 삶의 동력이 되는 것처럼 보여요. 그렇게 해야 의미와 가치를 느껴요. 의미나 가치가 없으면 힘들잖아요. 저는 그렇게 해야 원동력이 생겨요. 의미가 저보다 커야 해요. 그림이 커야 한다는 거죠. 제가 항상 주인공일 필요는 없어요. 오히려 내려놓고 싶어요. 애들을 통해 그게 가능하지 않을까 싶고요. 그러면 저도 제 인생을 좀 더 즐길 수 있지 않을까 해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뭔가요? 행복, 사랑. 결국 사랑해야 행복을 느끼고, 행복을 느끼려면 사랑해야 하니까요.
박재범은 아티스트, 사업가, 제작자로서 목표를 다 이뤘다. 동의하나요? 도전에는 확실히 거침없는 편이에요. 자신 있고, 실패했을 때 책임질 자신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궁극적인 목표는 없어요. 진짜로 행복하고 자유롭길 바라고, 사랑하는 것만 하고 싶어요. 다만 그런 것도 결국 얻어야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아직 얻는 중이고요. 회사 세우기, 앨범 내기, 콘서트 하기, 아이돌 만들기 같은 작은 목표들은 될 때까지 밀어붙여요. 포기하지 않고 답이 보일 때까지 버티는 거죠. 제가 대단해서라기보다 그 방식이 저랑 맞는 거예요.
통찰력이 있기 때문에 시의적절하게 성공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사람들이 뭘 좋아하는지 잘 캐치하는 능력이 있는 거죠. 저는 제 마음을 움직이는 걸 하려고 해요. 저도 사람이니까요. 제 기준이 까다롭긴 한데, 또 단순해요. 내 마음이 움직일 정도면 100%는 아니어도 누군가의 마음도 움직일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감을 믿고 가요. 그 감은 돈으로 살 수 없고 설명하기도 어려워요. 저는 그 감 하나로 여기까지 왔어요.
결국 감이 좋다는 얘기네요. 겁내지 않고, 리스크를 감수하고, 자기 자신과 과정을 믿고 밀어붙이는 것. 저는 그게 감이라고 생각해요.
지난해에는 오랜만에 월드 투어를 했어요. 아시아 · 오세아니아 투어에서 인상적인 순간을 꼽는다면요? 저는 원래 투어를 자주 하는 편이 아니에요. 6년 만이었어요. 보통 아티스트에게 투어는 큰 축인데, 저는 회사 운영과 여러 활동 때문에 콘서트와 투어를 소홀히 한 부분이 있죠. 게다가 공연장을 잡을 때는 이전 공연 데이터가 필요한데, 6년간 공백이었으니 데이터가 없잖아요. 그게 어렵더라고요. 한국 공연은 핸드볼 경기장에서 했는데, 솔직히 표가 팔리지 않을까 봐 많이 걱정했어요. 그런데 빨리 매진돼서 놀랐죠. 한국에서도 내 음악을 인정해주는 것 같아서 감사했어요. 호주 공연은 2019년에 비해 규모가 3배 정도 커졌고요. 솔직히 저도 왜 갑자기 이렇게 커졌는지 신기했어요. 제 모든 곡이 다 히트한 것도 아닌데, 제 음악을 찾아 듣는 분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이 큰 힘을 주고 위로가 됐어요.
지난 2025 멜론 뮤직 어워드에서 반응이 어마어마했어요. 팬들은 계속 그런 무대를 원하고 있어요. 감사하게도 무대 위에 선 저를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스타일이에요. 그 간절함 덕분에 불리한 상황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팬들이 원하는 건 꾸준함이죠. 팬들이 원하는 건 ‘좋아’, ‘몸매’ 같은 곡이죠.(웃음)
그 곡들이 한 세대를 대표하니까요. 세대를 대표한다기보다 세대를 초월하는 곡에 가깝다고 봐요. 대학교 행사에 가면 저보다 스무 살 어린 친구들이 떼창을 해요. ‘좋아’는 그 친구들이 네다섯 살 때 나온 곡인데도요. ‘몸매’도 그렇고요. 다 같이 불러주면 정말 기쁘고 감사하죠.
먼 훗날 대중이 박재범을 어떻게 기억하길 바라나요? 누군가는 롤모델로, 누군가는 <SNL 코리아>로, 누군가는 <쇼미더머니>나 롱샷 소속사 대표로 기억할 수 있겠죠. 저는 크게 연연하지 않아요. 대중이 잊는다고 서운하지도 않고요. 이 업계가 워낙 변화가 빠르니까요. 다만 저를 실제 로 아는 사람들, 가까운 사람들이 저를 좋은 사람, 멋있는 사람으로 기억 해주면 그걸로 충분히 감사해요.
아티스트로서 활동은 변함없이 계속되겠죠? 활동은 마음가짐인 것 같아요. 제이팍이라는 이름에 붙는 기준과 기대를 조금은 내려놓고 싶어요. 음악도 1명이 듣든 10명이 듣든, 내가 좋으면 되는 지점이 있거든요. 이제는 조금 더 나를 위해 살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그동안은 책임감과 서비스 중심으로 달려왔는데, 그게 제가 중요하게 여기는 진정성과 자주 부딪치면서 피로가 컸던 것 같아요. 나중에는 롱샷이 더 잘되고, 저는 점점 재미를 위해 음악 하며 활동하고 싶어요.
감이 좋으네요. 진정성은 AI 시대의 덕목이죠. 맞아요.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