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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20년도 채 지나지 않은 가까운 미래, 6명으로 구성된 나사(NASA) 탐사 팀이 화성으로 향한다. 안전하게 착륙해 표면을 탐사하던 이들은 예상치 못한 기후변화로 죽음을 맞은 한 명의 시신을 남겨둔 채 다른 대원들은 서둘러 지구로 귀환한다. 그리고 얼마 뒤 죽은 줄 알았던 비행사 마크 와트니가 정신을 차린다. 눈을 떠보니 이곳은 화성. 산소가 희박해 생물이 살아남을 수 없는 행성이다. 게다가 혼자다. 마크는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수학과 과학 지식을 총동원해 탐험 기지에 있는 도구들로 산소 변환기를 만들고 그 산소를 활용해 물을 만든다. 어느 정도 산소와 물을 자체 생산할 수 있게 되었고, 탐험 기지에는 아껴 먹으면 1년은 버틸 식량이 저장되어 있다. 문제는 지구나 우주정거장과 교신할 방법이 없다는 것. 나사의 계획대로라면 다음 화성 탐사선이 도착하는 건 3~4년 뒤다. 그때까지 굶어 죽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 불행 중 다행인 건 마크가 기계공학자이자 식물학자란 점이다. 그의 임무는 지구의 토양과 화성의 토양을 배합해 식물의 생장 가능성을 연구하는 것이었다. 이제 그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 배설물이 섞인 흙을 덮은 탐험 기지 내부는 말 그대로 ‘텃밭’이 된다. 출중한 유머 감각과 낙관적인 자신감을 타고난 그는 어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인간으로서 의지를 잃지 않는다. 상황은 ‘화성의 로빈슨 크루소’쯤으로 보이지만 마크는 진지하기 짝이 없던 로빈슨 크루소와 완전히 다르다. 배우 맷 데이먼이 주인공 마크에게 가장 끌린 이유도 그의 유머 감각 때문이라고 한다. 마크는 <굿 윌 헌팅>의 상처에 연연하는 수학 천재나 <인터스텔라>의 욕망에 휘둘리는 우주비행사와도 다른 캐릭터다. 유쾌하지만 경박하지 않고 과학을 향한 열정이 넘치는 이 주인공 캐릭터는 <마션>을 흥미롭게 만드는 핵심 요소라 할 수 있다.

<마션>의 이야기만큼이나 원작 관련 뒷이야기도 흥미롭다. 소설 <마션>은 25년 차 컴퓨터 프로그래머였던 작가가 틈틈이 포스팅하던 인터넷 소설이었다. 그 소설에 담긴 과학적 지식의 내공이 만만치 않아 곧 SF소설 마니아들 사이에서 소문이 났다. 그 인기를 눈여겨본 아마존 인터넷 서점은 전자책 판권을 사들였고, 그 전자책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아마존의 베스트셀러가 됐다. 식지 않는 인기에 힘입어 결국 종이책으로 출판되어 SF소설계에서도 한 획을 그은 작품이 됐다. 전자책 시절에 가치를 알아본 영화사는 바로 판권을 사들이고 시나리오 각색에 나섰고, <마션>의 각본을 본 리들리 스콧 감독이 연출을 맡고 싶다고 영화사 쪽에 제의했다. SF 거장이 참여하면서 프로덕션은 더 원대해졌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현실적인 재현을 위해 최신 과학 정보를 적극적으로 반영했고, 헝가리와 요르단에 대규모 세트를 만들어 화성 장면을 촬영했다. 사실 <마션>의 무대가 100% 화성은 아니다. 영화 초반이 마크의 ‘우주 농장’에 초점을 맞춘다면 후반은 마크를 구하려는 전 세계적 협력 과정이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지리학적으로 정치적 라이벌인 국가들이 공동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연대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토론토 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되기도 전에 아카데미 영화상 막강 후보로 언급되고 있는 올 하반기 최고 화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