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풍스러운 저택 마당에서 백년가약을 한 두사람.

강물이 흐르는 서정적인 결혼식

박정하ㆍ김민호

박정하와 김민호 두 사람은 신부의 부모님이 계신 뉴질랜드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예식 장소는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시에 있는 모나베일이라는 저택. 고풍스러운 건물과 정원을 따라 흐르는 강이 어우러진 그곳은 그 자체로 아름다웠기 때문에 식장은 장식을 최대한 덜어내고 아늑하게 꾸미기로 했다. 매거진의 패션 디렉터로 활동하며 단련해온 신부의 감각은 공간 곳곳에 묻어났다. 저택 전면에 드리운 흰 커튼은 현지 이벤트 회사에서 단돈 70달러에 빌린 것이었고, 리본과 액자, 촛대는 한국에서 직접 공수 해갔다. 세세한 부분까지 신부의 손길이 닿자 예식 공간은 흠잡을 데 없이 포근하고 서정적인 분위기로 완성됐다.

신부가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가장 공들인 부분은 드레스였다. 앞으로 좋은 일만 가득하길 기도하는 마음으로 한 땀 한 땀 바느질하며 수제 드레스를 직접 지었다. 능력껏 만들다 보니 속도는 느렸지만, 2개월 만에 자신만의 드레스를 마주했을 땐 뿌듯했다. 결혼식 이후 이어진 피로연에서는 편안한 분위기를 즐기기 위해 신부는 호주 디자이너 앨리스 맥콜의 도트 무늬 드레스로 갈아입었고, 신랑은 본식에서 입었던 휴고 보스 정장에 보타이에서 포켓치프로 디테일만 바꿨다.

지인들의 도움도 컸다. 부케와 부토니에는 솜씨 좋은 친구가 직접 만들어 선물해주었고, 테이블에 놓인 센터피스는 꽃꽂이에 능한 신부의 어머니와 삼촌의 작품이다. 본식 스냅사진과 웨딩 화보는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동료들이 두 팔 걷고 나서줘 수준 높은 결과물로 완성됐다. 외국에서 올리는 결혼식이라 소중한 지인 30명만을 뉴질랜드로 초대했고, 긴 시간 비행기를 타고 날아와준 지인들을 위해 신부는 작은 이벤트를 준비했다. 식장 앞으로 흐르는 강을 따라 뱃사공이 노를 젓는 곤돌라 배를 타고 등장한 것. 조금 쑥스러웠지만 먼 곳까지 시간을 내어 참석해준 지인들을 위해 이 정도 이벤트는 눈 딱 감고 감수할 만했다.

박정하와 김민호는 부부는 꼭 외국에서 결혼하라 권하지는 않는다. 각자 상황에 맞게 가족과 충분히 상의해 결혼식을 기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만 직접 기획하게 된다면 자신들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최대한 하고 싶은 대로 해보기를 권한다. 어떤 결혼식도 완벽하거나 100% 만족할 수는 없으니, 그래야 한 번뿐인 결혼식에 아쉬움도 없고 그날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즐겁고 행복할 수 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