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연구소 팀장으로 재직 중인 P는 언제 보아도 기분이 좋아지고 편안한 선배다. 그런데 P는 누구에게도 선뜻 말하지 못하는 고민을 가지고 있다. 바로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이다. 거절하지 못해서 다른 사람의 뒤치다꺼리를 도맡고, 밤을 새워 일을 하는데 본인 일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본인의 업무가 뒷전이니 야근하는 날이 하루이틀이 아니다. 거절하지 못하는 건 사적인 부분에서도 마찬가지다. 할 일이 많은 날에도 동료들과 커피 브레이크 때 빠져나오지 못해 시간이 훅 지나가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P는 그 순간이 행복하다고 하지만 본인의 업무 시간을 빼앗기고 정신적으로 피곤하니 ‘착한 선배’라는 평판도 무의미해졌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문제는 주변인들의 반응이었다. “이거 팀장님 아니면 못 하는 일이에요.” “팀장님 요즘 무슨 일 있으세요? 왜 맨날 일만 하세요?” 이런 말을 듣게 되니 마음이 보통 불편한 게 아니다.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을 가진 사람들은 바로 이런 말을 듣기 싫어서 힘들게 남의 부탁을 들어주는데 이때 잘 참고 견뎌야 한다. 그 상태로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다면 동료의 부탁에 대한 자신만의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 기준을 동료들과 공유하라. 그러면 동료들은 무리한 부탁을 하지 않을 것이며 한 번 거절한다 해도 ‘나쁜 사람’이라고 평가하기보다는 ‘맺고 끊는 게 확실한 동료’로 보게 될 것이다. 물론 내가 정한 기준에 합당한 부탁이라면 열일을 제쳐놓고 들어줘야 한다. 중요도와 우선순위를 따져서 팀의 목표에 부합하는 것일 때라면 말이다.

“나 지금 이거 당장 처리해야 하거든.” “지금 이야기 나누기 조금 어려워. 1시간 뒤에 볼까?”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아무도 당신을 나쁜 사람이라고 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