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혜미

자기소개 유혜미. 직업은 목수, 밤에는 DJ, 때때로 드래그 퀸 분장을 한다. 역할 놀이를 하듯 여러 가지 직업을 갖고 있는 걸 즐긴다.

마이 클리토리스 어릴 때부터 화장하는 걸 이해하지 못했다. 왜 여자만 화장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를 설득시키지 못했기에 화장을 거부하고 눈썹도 다 밀고 다녔으며 여성스러운 옷을 입지 않았다. 하지만 이 사회는 그런 나를 사랑할 수 없게 만들었다. 이성을 만나지 못하거나 주목받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자유로운 외모 때문에 내가 평가절하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우울감과 좌절감이 심했다. 그러다 우연히 퀴어 행사 중에 드래그 퀸을 접했다. 남성인데 여성을 따라 하는 드래그 퀸들이, 여성임에도 여성적인걸 거부하며 뭔가 다른 것을 찾고 있는 내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화장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는데 드래그 퀸을 보면서 저렇게 괴기스러운 얼굴로 꾸며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같이 시작해볼 사람을 찾아 우리 집에 모여 유튜브를 수백 번씩 돌려 보며 드래그 퀸 메이크업을 하기 시작했다. 두세 시간씩 메이크업을 하다 보면 ‘눈썹 너무 잘됐다’며 서로 격려하기도 하고, 시답잖은 이야기부터 심각한 주제까지 별별 이야기를 다 나누게 된다. 작은 집에 모여 분장을 하는 그 시간이 이상하게 큰 위로가 됐다. 메이크업을 완성하고 세상에 나가서 느낀 해방감은 상상 이상이었다. 보통 여성이 이태원에 나가면 남성들에게 캣 콜링을 당하기 일쑤인데 드래그 퀸 분장을 하고 나가니 평소엔 나를 힐끔거리며 쳐다보던 남자들이 지레 겁을 먹고 뒷걸음질 쳤다. 그럴 땐 마치 내게 새로운 자아가 생긴 듯 걸음걸이부터 그들을 쳐다보는 눈빛까지 달라진다. 일종의 권력이 생긴 것이다. ‘이 얼굴로 디제이를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성 DJ로 일하면서 ‘여자가 왜 디제이를 해?’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고 나를 프로페셔널한 아티스트가 아닌, 남자들 세계의 홍일점으로 여긴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드래그 퀸 분장을 하고 디제잉을 하면서 파괴된 자신감을 많이 되찾았다. 드래그 퀸은 취미 그 이상의, 내 인생을 뒤바꿔놓은 사건이다. ‘마이 클리토리스’는 내 드래그 퀸 이름이다. 정확히 말하면 ‘마이크 리토리스’다. 초등학교 때 미국인 아저씨 이름이 마이크 리토리스인 것을 보고 웃겨서 쓰던 닉네임인데 그때부터 성의 전복에 관심이 많았던 것같다.

SEESEA 시시(Seesea)는 DJ명이다. 나는 한국 사람이니까 한국에서만 틀 수 있는 음악을 들려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트로트와 유행한 적 없는 가요를 많이 튼다. 작년에는 8크노(8echno)라는 레이블을 만들었다. 8크노는 내가 만든 장르인데, 박자를 네 번 튕기는 보통의 테크노와 달리 여덟 번 튕겨 굉장히 빠른 박자를 갖는 것이 특징이다. 작년에 8크노 음악을 처음 발매했고 올해 8월에 또 발매할 계획이다.

지금 가장 관심 있는 사회 이슈 전 세계 어디를 가도 을지로처럼 소상공인들이 모여서 장사를 하면서 직접 만들어주기도 하는 곳이 없다. 이 중요한 문화유산을 없애고 아파트를 짓는다니, 우리나라의 다음 단계가 안 보이는 결정이다.

룰 브레이킹이란 아무도 안 하는 걸 시도해보고 개발 하는 것. 누구나 새로운 것을 시도할 땐 두려움을 느낀다. ‘이걸 하면 사람들이 이상하다고, 구리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그런데 그것 때문에 우리 사회 자체가 재미없어진다. 실패할지언정 용기를 내 계속 시도해서 결국 하나의 가치로 만드는 사람이 멋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잘하지 못하면 룰을 깨지 못한 채 특이한 사람으로 남겠지.

이 사회에 반(反)하고자 하는 것 편견과 고정관념을 끝까지 깨나가고 싶다. 그것이 다양한 사람들이 공존하면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이라고 믿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