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연애 연인 비혼주의 연애상담

비관에 대처하는 법

‘회사 가기 싫다.’ 매일 아침 A에게 오는 카톡 메시지는 이렇게 시작한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닌데 지금 다니는 직장으로 이직하면서 부쩍 더 힘들어한다. ‘힘내라’는 이모티콘을 보냈더니 자기 말에 성의 없이 대꾸한다고 야단한다. 그 다음부터는 나도 콩나물시루 같은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어떻게 해야 A를 다독여 좋은 기분으로 회사에 보낼지 고민 하는 게 일이 되었다. 한번은 야근이 부쩍 많은 주간이었다.  새벽 2시에 들어와 4시간 정도 눈을 붙이고 평소와 같은 시간에 눈을 뜨려니 죽을 지경이었다. 겨우 양치질만 하고 집을 나서는데 A에게 카톡이 왔다. ‘아침부터 팀장한테 카톡 옴. 짜증나.’ 피곤하고 졸리다는 생각 말고 아무 생각도 할 수 가 없었는데 그 메시지를 보자마자 나도 모르게 ‘회사 가기 싫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다음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어떻게 차린 회사인데 내가 이런 생각을 다 하지? 나는 긍정적으로 살고 싶다. 힘든 일이 있어도 ‘아자아자!’ 하며 북돋우는 힘을 믿는 사람이다. 가기 싫다는 생각을 하기보다 회사에 가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며 사는 게 훨씬 도움이 되지 않나. 그게 아니면 회사를 그만두거나. 그날 저녁 A를 만나서 나는 차근차근 이야기했다. 매일 아침 부정적인 메시지를 보는 게 힘들다고, 어떻게 헤쳐나갈지 같이 고민해보자고. A는 큰 고민 없이 습관처럼 한 말이 내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지 몰랐다고 그런 건 본인도 싫다고 했다. 이후 우리는 지금까지 별문제 없이 사랑하며 지내고 있다. K( 스타트업 대표, 남, 33세)

비혼주의라니까

한 살 어린 B와 7년째 연애 중이다. 사귄 기간이 길다 보니 서로의 부모님은 진작 만났고 B의 집안에서는 결혼 이야기가 나오는 모양이었다. B 역시 지난해부터 조금씩 결혼하고 싶은 기색을 보이더니 올해 들어서는 아예 대놓고 어필하고있다. 하지만 나는 결혼할 마음이 없다. 내 나이 서른둘, 결혼한 친구도 많고 그게 어색하지도 않을 나이지만 ‘굳이 결혼을? 왜?’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혼자 살기 좋은 오피스텔이 있고 심심하지 않게 함께 보낼 단짝 남자 친구가 있고 몇 달에 한 번 모이는 여자 친구들이 있다. 결혼한 친구들이 불행해 보이는 건 아니지만 지금의 평화와 행복을 부러 깨뜨리고 싶지가 않다. B는 결혼도 생각하지 않는 내가 답답했는지 얼마 전 내게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최근에 차를 바꿨는데 돈을 펑펑 쓰다가 우리 결혼 자금은 언제 모으냐는 것이 요지였다. “나 결혼 안 할 건데?”라는 대답에 “아직도 그 소리야? 이제 네 나이도 서른둘인데 철 좀 들어라” B가 말했다. B는 결혼 생각 없다는 내 말은 신경도 쓰지 않고 몇 년 전부터 혼자 결혼 자금을 저축하고 있다. 그러곤 자기 친구들이 사귀던 여자와 올해 거의 결혼을 할 것 같다고 했다.  늘 같은 레퍼토리라 익숙하게 흘려 듣는다. B가 결혼하기 싫다는 나의 말을 흘려들은 것처럼. 하지만 언제까지 서로의 인생에서 중요한 계획을 모른 척하고 지낼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S( 약사, 여, 32세)

너는 좋겠다…

사귄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C는 불쑥 자신의 불우한 가정 환경에 대해 털어놨다. 엄마, 아빠가 닭살 돋게 사랑하는 모습만 보고 자란 나는 당황스러웠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 힘들게 살아왔구나, 내가 그만큼 사랑해줘야겠다 하는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그 환경 때문인지 C는 인간관계에서 사람들이 자신을 무시하는 것 같다는 말을 자주 했다. 나는 다 필요 없고 너만 있으면 된다는 말과 함께. 그럴 때마다 다독이는 것 말곤 할 말이 없었다. 오빠는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니까 그렇게 비관적으로 생각하지 말라고. 둘이 같이 있을때 내 휴대폰으로 다른 사람에게 연락이라도 오면 ‘너는 좋겠다, 사람들이 널 좋아한다, 부럽다’ 하는 식의 말을 늘어놓기도 했다. 그게 아닌데. 점점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옆에서 보니 C는 자신에게 잘해주는 사람이 생기면 그가 떠 날 새라 자신의 본모습을 감추며 어떻게든 전부 맞추려고 했고 그 사람이 돌아서면 나에게 달려와 죽일 듯이 그 사람에 대해 안 좋게 이야기했다. 들어보면 C가 잘못한 적도 있고 상대방이 잘못한 적도 있는데 (모든 관계가 그렇듯이) 행여 내가 상대방 편에서 공감하는 모습이라도 보이면 ‘너는항상 내 편을 들어줘야지, 왜 다른 사람 편을 드냐’며 화살이 내게 날아왔다. C를 만날수록 나는 점점 안색이 나빠졌다. 친구들이 어디 아프냐고 물어볼 정도였다. 끝도 없는 신세한탄을 들어주기도, 무조건 용기를 주는 데도 지쳤다. 결국 나는 C와 헤어졌다. 자신의 삶을 잘 꾸릴 줄 아는 사람이 연애도 잘하는 거더라. B( 대학원생, 남, 27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