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과의 현명한 공존 강릉 버드나무 브루어리

LOCAL’S FAVORITE

“전통주를 공부한 때문인지 전 처음부터 지금까지 줄곧 미노리 세션을 좋아해요. 막걸리 만드는 방식으로 만들거든요. 막걸리를 만들 때 쌀로 고두밥을 찌는데 미노리 세션을 만들 때도 고두밥을 쪄서 만들어요. 쌀 맥주가 흔하지 않잖아요. 만드는 과정이 복잡한 만큼 노력도 많이 들어가서 더 좋아해요. 하슬라 IPA도 열대 과일과 솔 향이 향긋해서 마실수록 더 맛있는 맥주예요.” 조희동 매니저 (버드나무 브루어리)

2015년 9월에 문을 연 버드나무 브루어리는 강릉 시민들과 적극적으로 상생하며 일찍이 강릉의 대표적인 브루어리로 자리 잡았다.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취미로 홈 브루잉을 하는 작은 모임에서 시작된 이곳은 강릉 시민인 멤버의 제안으로 이전에 수십 년간 막걸리를 만들던 강릉의 낡은 탁주 공장에 터를 잡았다. “한국적인 맥주를 만들려던 저희 취지와 딱 맞아떨어지는 공간이었죠. 단오제에 쓰는 신주를 빚던 곳인데 없어져서 강릉 시민들이 많이 아쉬워했어요. 그곳을 강릉 사람들이 다시 사랑방처럼 편하게 찾아올 수 있는 곳으로 만들면 어떨까 했죠.” 창립 멤버인 조희동 매니저의 말대로 넓은 브루어리 구석구석에는 혼자 책을 보는 사람, 각자 편안한 시간을 보내는 가족, 모임을 위해 이곳을 찾은 중년층 등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저마다 맥주 한 잔씩 옆에 두고 자유로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버드나무 브루어리의 맥주는 창립 취지에 걸맞게 한국적인 재료가 많이 들어가는 것이 특징이다. 크래프트 맥주는 지역과 상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잘 아는 이들은 강릉 지역에서 나는 재료를 사용해 강릉의 느낌을 최대한 담아내려고 노력한다. 대표 맥주인 ‘미노리 세션’은 강릉시 사천면 미노리 작목반과 업무협약(MOU)를 맺어 미노리에서 나는 쌀을 전량 구매해 만드는 맥주다. 솔의 도시 강릉의 특징을 살린 맥주 ‘파인 시티 세종’에는 솔 발효액을 넣었고, 단오제를 할 때는 창포 뿌리를 넣은 창포 맥주를 만들기도 한다. 계절 한정판 맥주도 선보이는데 시트러스 계열의 여름 맥주 ‘순긋 시트라 사워’, 딸기와 히비스커스로 맛을 낸 ‘딸기 사워’ 등이 현재 맛볼 수 있는 맥주다. 맥주에 곁들이는 음식도 다른 곳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메뉴다. 마당에서 직접 키운 허브로 만드는 이곳의 음식들은 기본적으로 이국적이면서도 한국의 맛을 가미한 것이 특징. 그리스식 치킨 구이인 ‘그릭 로스트 치킨’에 풋마늘을 넣는 식이다. 무엇보다 맥주와의 페어링이 중요하기 때문에 맥주에 들어가는 곡물의 향별로 페어링한 메뉴를 선보인다.

지역과 협업하고 상생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버드나무 브루어리는 정동진독립영화제, 강릉문화재야행등 강릉시에서 주관하는 다양한 행사에 참여하는데, 최근 자체적으로 만든 ‘우리 동네 히어로’는 꽤 흥미롭다. 매년 지역사회에 공헌한 사람을 선정해 헌정 맥주를 만드는 이벤트로 수익금은 히어로가 지목하는 곳에 히어로의 이름으로 기부한다. 올해는 홍제동 통장님을 히어로로 선정했는데 곶감을 좋아하는 통장님의 취향에 맞춰 곶감 맥주 ‘박영순 에일’을 만들었다. 독서 캠페인의 일환으로 강릉의 오래된 서점 ‘말글터’와 협업해 ‘책맥’이라는 프로그램 또한 진행하고 있는데, 한 달에 한 번씩 주제를 정해 서점에서 추천하는 책을 받아 버드나무 브루어리에서 판매한다.

주소 강원도 강릉시 경강로 1961
문의 033-920-9380

LOCAL’S RECOMMEND

그리운 바다 성산포

“편하게 술 한잔하고 싶을 때 찾는 곳이에요. 정해진 메뉴도 없고 그날그날 다른 안주가 나와요. 아무에게도 알려주고 싶지 않은 제 아지트 같은 곳이랍니다.” 조희동 매니저 (버드나무 브루어리)

주소 강원도 강릉시 임영로 230-2
문의 033-646-0349

속초 수제 맥주 선발주자 속초 크래프트 루트

BREW MASTER’S FAVORITE

“우리 맥주 중에 가장 상을 많이 탄 동명항 페일에일을 가장 좋아해요. 자몽과 오렌지 향이 나서 지금처럼 날씨 좋을 때 마시면 산뜻하고 좋습니다.” 최훈진 브루마스터

대표를 비롯해 3명의 비어 소믈리에가 깐깐한 기준으로 맥주를 만드는 크래프트 루트는 속초의 랜드마크를 그려 넣은 캔맥주로 유명하다. ‘동명항 페일에일’, ‘아바이 바이젠’ 등 속초 랜드마크의 이름과 풍경을 넣고 디자인한 맥주들은 속초 시민의 일상에 파고든 지 이미 오래다. 대표의 고향이기도 한 속초에 둥지를 틀고 맥주를 사랑하는 이들이 모여 사철 눈이 녹지 않는 설악산 울산바위를 바라보며 여유로운 마음으로 속초의 수제 맥주 문화를 이끌어가고 있다.

크래프트 루트의 맥주는 향을 내기 위해서 인공 재료를 쓰지 않고 물, 맥아, 홉, 효모 순수한 천연 재료만을 사용한다. “최종적으로 생산된 맥주가 저희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출고하지 않고 과감히 버립니다. 2년 전만 해도 10톤가량 되는 맥주를 다 버렸어요.”(최훈진 브루마스터) 그 덕분인지 크래프트 루트의 ‘속초 IPA’는 2018 일본 인터내셔널 비어컵 대회에서 중국의 칭다오 IPA를 누르고 은메달을 받았고, ‘설 IPA’는 대한민국 주류대상에서 수상했으며, ‘동명항 페일에일’은 일본 대회와 우리나라 대회에서 모두 수상했다. 브루마스터는 그 비결로 맥주가 잘못 만들어졌을 때 나는 이취(off-flavor)가 없는 점을 꼽는다. “이취가 생기면 바로 버립니다. 맥주의 특성에 따라 맥아 성향의 맥주, 홉 성향의 맥주, 효모 성향의 맥주가 있는데 신선한 홉과 재료를 아낌없이 풍부하게 넣는 것도 비결이라 할 수 있어요. 매번 만들 때마다 맛을 비교해보면서 조율하는데, 맛이 항상 일정하게 나오는 대기업의 맥주와 달리 수제 맥주는 조금씩 편차가 있어요. 항상 쓰던 재료가 세계적으로 단종돼 그걸 대체할 더 좋은 걸 찾기도 하고, 새로운 맛의 맥주를 만들기도 하죠. 설 IPA의 경우 설‘ + IPA’라는 것을 만들어 기존 설 맥주에 재료나 홉의 성향을 바꿔 시즈널 맥주로 만들기도 하고요.”

맥주에 곁들이는 음식은 매일 아침 속초 시장에서 가져온 싱싱한 해산물이 주를 이룬다. 이왕이면 로컬 푸드를 활용하자는 셰프의 가치관을 바탕으로 노년층 인구가 많은 속초의 특성을 고려해 소화가 잘되는 음식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모든 음식은 풍미가 중요한 수제 맥주에 어우러지도록 소금과 후추를 최소한만 넣고, 맥주가 음식의 허브가 되도록 하기 위해 레시피에서 허브는 전부 뺐다. 이곳 해산물 파스타에 들어가는 동해안에서 나는 비단조개는 파스타에 흔히 쓰는 서해안의 바지락과 달리 깔끔한 맛으로 수제 맥주와 훌륭한 조화를 이룬다.

주소 강원 속초시 관광로408번길 1
문의 070-8872-1001

LOCAL’S RECOMMEND

카페 옥남

“메뉴도 몇 가지 없고 커피에 집중하는 곳이에요. 재료를 직접 배합해서 만드는 수제 크림을 올린 ‘크림라떼’는 꼭 먹어봐야 할 메뉴죠. 구석구석 소품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고요.” _탁도형 크래프트 루트 총주방장

주소 강원도 속초시 번영로105번길 18
문의 010-6430-75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