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P TO MINIMAL LIFE

자주 쓰지 않는 물건은 수납 바구니에 넣어두기.
음식은 한 끼 먹을 만큼만 만들기.
쓰레기 분리배출 철저히 하기.
한눈에 들어오게 정리하고 나머지는 처분하기.
자신의 소비 패턴을 냉정하게 파악해 필요한 것만을 남기기.

가진 것만으로 생활하기

눈에 거슬리는 것 하나 없이 깨끗한 집에서 전민정은 남편과 고요하고 충만한 매일을 산다. 5년 넘게 미니멀 라이프를 지속하고 있는 그녀의 집은 갓 이사 온 듯 단출한데, 유지하기 결코 쉽지 않아 보이는 이 간소함을 전민정은 어려울 게 없다는 듯 말한다. “남편과 저의 힘으로 신혼집을 꾸며야 해서 물건을 구입할 때 생각을 많이 하게 되더군요. 일단 안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필요한 것만 사고 그 외에는 살면서 필요하면 채우자고요.” 원래도 물건을 쌓아두는 타입은 아니었다지만 책과 컨버스만은 컬렉터처럼 수집했다고 한다. 벽 한 면을 채울 정도의 책과 포장을 뜯지도 않은 채 모셔두었던 색색의 컨버스는 이 집으로 이사 오던 2년 전 모두 정리했다. 계기라면 이사다. 그리고 우연히 접한 다큐멘터리. “미니멀 라이프에 관한 다큐멘터리였어요. 아이 방이 나왔는데 작은 바구니에 장난감 몇 개만 있을 뿐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아이 엄마는 ‘바구니에 담을 수 있을 만큼의 장난감만 사준다’고 했어요. 그걸 보니 제 책과 신발이 쓸데없이 너무 많게 느껴지더군요. 다신을 것도 읽을 것도 아니면 정리하는 게 옳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책은 중고 서점과 국립도서관에, 신발과 불필요하다고 판단한 옷은 아름다운가게에 기증했다.

미니멀 라이프는 단순히 소비 패턴을 바꾸는 게 아니라 삶에 대한 가치관을 변화시키는 일이기에 남편을 설득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끊임없이 대화로 조율해나가고 있어요. 요즘 환경에도 관심이 생기면서 쓰레기 분리배출을 열심히 하는데 이 과정이 꽤 복잡다단해요. 남편이 귀찮아하면 그냥 제가 해요. 미니멀 라이프도, 환경을 생각하는 것도, 본인이 직접 느끼지 못한 채 남이 얘기하면 그냥 잔소리고 강요거든요. 엄마가 물건을 많이 쟁여두는 스타일인데 가끔 친정집에 가면 잔소리하면서 제가 정리해요. 그런데 문득 이게 엄마의 라이프스타일이고 내가 스트레스를 줌으로써 엄마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더군요. 미니멀 라이프는 그냥 내 삶인거고 다른 이의 취향과 삶의 방식도 존중하려 해요.”

전민정은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을 때’ 무언가를 산다. “버릴 때보다 집으로 뭔가를 들일 때 더 고민해요. 그러니까, 잘 안 사요. 원래 성향이 그런 편이긴 한데 조금씩 더 이런 삶의 방식에 확신이 생기고 있는 거죠.” 사지 않는 것에서 비롯되는 미니멀 라이프는 자연스레 환경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물건을 구입할 때 어떻게 버릴 것인지를 먼저 생각해요. 플라스틱이나 비닐도 재활용이 잘 될 것인가도 늘 고민하고요. 망가져서 사용하지 못하게 되면 그나마 처분하기 쉬운데, 사용하지 않으면 집에 쌓아뒀다가 누군가에게 주거나 그냥 버려야 해요. 근데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고, 그 물건을 누군가가 쉽게 가져간다고 치면 또 쉽게 버릴 가능성이 높아요. 결국은 쓰레기가 되는거예요. 쓰레기가 되면 환경에도 문제가 되겠죠. 화학물질과 썩지 않는 쓰레기가 매립된 땅에서 나고 자란 것을 먹게 되고요. 장바구니를 사용하고 분리배출을 열심히 하고 포장 음식은 용기를 가져가서 받아오는 등 환경보호를 위한 몇 가지 행동을 실천하고 있지만 저는 완벽 주의자도 아니고 그렇게 될 수도 없으니 살면서 조율해가야 해요. 얼마만큼 실천하고 지속할 수 있는지를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전민정의 냉장고는 빈 공간이 대부분이다. 음식은 한 끼 먹을 만큼만 하고, 반찬은 다 먹을 때까지 다른 반찬을 만들지 않는다. 다 먹지 못해서 버려지는 음식과 식재료는 생각만 해도 스트레스다. “얼마 전 아파트 전체에 전기가 나갔어요. 정전이 길어지면서 다른 집들은 난리가 났죠. 냉장고 안에 있는 것들을 다 버리게 생겼으니까요. 그런데 우리 집 냉장고에는 아이스크림 3개밖에 없었어요. 그때 이렇게 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치열한 하루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 때 현관문을 열면 평온하고 여유로운 여백이 그를 반긴다. 집안일이라는 또 다른 일거리에 매몰될 필요 없이 이 풍경과 하나가 되면 그만이다.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 전민정은 우선 사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미니멀 라이프를 하겠다고 다짐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단 버리면서 시작해요. 버리는 건 정말 쉬워요. 그리고 또 사죠. 이런 누를 범하지 않으려면 내가 뭘 자주 사용하는지부터 알아야 해요. 저 역시 이 방법을 따르는데, 수납공간에 빈 박스를 두고 사용하지 않는 것들을 넣어둬요. 그럼 어떤 것들을 잘 사용하는지 혹은 사용하지 않는지 파악할 수 있고, 그렇게 소비 패턴을 알고 나면 뭔가를 재구매할 때도 도움이 돼요. 또 하나,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정리하세요. 한 예로 뒤편에 수납해둔 옷은 다시 꺼내지 않을 확률이 높아요. 꺼내기 쉬운 곳에, 한눈에 들어올 만큼만 두고 살아도 충분해요. 한 번에 되지 않을 거예요. 조금씩 습관으로 만드는 게 중요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