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근육을 갖고 싶다
인생 첫 운동 결혼한 후 살이 좀 쪘었다. 남편과 같이 할 운동을 찾다가 멋있어 보여서 클라이밍을 시작했다. 난생처음 시작한 운동인데, 푹 빠져 9년째 계속 하는 중이다. 운동신경이 발달하지 않은 편이라 오래 한 데 비해 잘하지는 못하지만, 그래서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을 동력으로 삼고 있다.
클라이밍의 매력 일단 하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매력은 성취감이 크다는 것. 클라이밍은 사람마다 발달한 근육도, 체형도 달라서 오르는 방법이 각기 다른 운동이다. 그래서 내가 생각해낸 방식, 내 몸에 잘 맞는 방식으로 과제를 완수하고 정상에 도달했을 때 느끼는 성취감이 특별하다. 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짜릿함이 있다.
운동을 위한 운동 클라이밍은 하면 할수록 더 어려운 과제가 나타나고, 그래서 늘 더 잘하고 싶은 운동이다. 특히 나는 고관절과 팔근육이 약한 편이라 안 되는 특정한 동작들이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라톤이나 요가도 하고, 지금은 근육 발달을 위해 웨이트레이닝도 하고 있다. 클라이밍이 내게 새로운 운동의 장을 열어줬다.
기본 매너 초보자가 하는 실수 중 하나가 먼저 올라간 사람 바로 옆의 코스를 타는 거다. 서핑을 할 때 같은 파도를 두 사람이 동시에 타면 안 되는 것처럼, 클라이밍도 다른 사람과 몸이 부딪칠 정도로 가까운 코스는 피해야 한다. 또 매트에 물건을 올려놓거나 클라이밍 월 바로 아래에 앉아 있어도 안 된다. 간혹 떨어지다 다치는 사고가 생기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훈수를 두지 않는 거다. 이 운동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재미가 있는데, 누가 뒤에서 미리 답을 알려주면 허무하기도 하고 불쾌할 때도 있다.
일상의 변화 주변 친구들이 모두 운동과 관련된 사람들로 바뀌었다. 만나면 새로 생긴 암벽장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어떤 코스를 누가 완주했다는 소식을 주고 받는다. 클라이밍이 삶의 반 이상을 차지한다. 근육량을 늘리고 싶어 식단도 단백질 위주로 바꿨다.
모두의 운동 남성의 비율이 70% 정도이긴 하지만, 요즘은 여성의 비율이 높아지는 추세다. 남자들이 더 잘한다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클라이밍은 성별에 구애받지 않는 운동이다. 남자들이 여자보다 비교적 키가 크고 근육이 발달해서 유리한 점이 있긴 하지만, 유연성이나 탄력, 밸런스를 요구하는 문제는 여자가 더 잘한다.
활배근 발달한 여자 클라이밍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등 근육이 발달한다. 그런데 안 쓰던 근육을 써보려고 헬스클럽에서 웨이트트레이닝을 등록했더니, 트레이너가 근육이 안 예쁘게 발달해서 정리해야 한다는 식으로 말하더라. 나는 내 근육이 좋고, 심지어 활배근이 발달한 여자들을 보면 멋있고 부러운데 말이다. 앞으로 나도 그 여자들처럼 멋진 활배근을 갖는 것이 목표다.
내 안의 호전성을 발견하다
몸을 쓰는 행위의 즐거움 타격하는 순간 손끝에서부터 몸으로 전해지는 생생한 느낌이 있다. 일상에서는 공격성을 발휘하면 부정적으로 보지만, 검도에서는 예절과 규칙에 따라 누구나 자기 안에 있는 원초적인 욕구를 순수하게 표현할 수 있다. 사람에게 착한 마음만 있는 건 아니니까. 검도를 배우며 내성적인 내게도 누군가를 이기고 싶은 마음과 호전성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또 몸으로 익히는 운동 기술은 성취가 눈에 보이기 때문에 내 노력이 보상받을 때 희열을 느낀다.
감정의 파고 운동을 꾸준히 할 때와 안 할 때를 비교해보면 심리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반응하는 정도가 다르다. 운동할 때는 도장에서 있는 힘껏 몸을 던지고 기합을 내질러서 그런지 감정의 파고가 완만하고 얕다. 코로나19 상황으로 운동을 통해 에너지를 분출할 일이 없는 지금은 조금 극단적인 편이다. 일할 때 받는 스트레스가 다룰 만한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몸을 움직이지 않으니 감정을 다스리기가 쉽지 않다.
여자치고 ‘여자치고 잘한다’는 말이 싫다. 잘하면 잘한다고 얘기하면 되는데 ‘여자치고’라는 말이 붙는 건, 여자의 운동 실력이 낮다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 아닐까. 여자가 운동을 못하게 된 데는 물론 개인의 의지도 있지만 그 의지 역시 사회적인 여건 안에서 만들어진 거라고 생각한다. 애초에 운동하는 여자가 많으면 여자는 운동을 잘 안 하고 못한다는 인식이 생길
지 의문이다. 그리고 남자는 머리치기 같은 기술을 쓰는 게 유리하고, 여자는 손목치기 같은 기술에서 유리하다는 말도 납득할 수 없다. 머리치기에는 힘이나 스피드가 필요한 반면, 손목치기는 상대적으로 힘이 약하고 속도가 느려도 상대의 힘을 역이용하는 기술이기 때문에 나온 말인 것 같은데 체급이 같은 사람끼리 시합하면 이런 구분은 무의미하다. 이런 말을 듣다 보면 무의식적으로 여자는 이 정도만 해도 된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내가 받은 불필요한 시선이 내게도 영향을 주는구나 싶어 놀란다.
운동의 목적 “검도를 하면 살이 빠지나요?” 검도를 한다고 하면 여자들이 가장 많이 물어보는 질문이다. 훈련 강도가 세서 살은 당연히 빠진다. 하지만 검도는 몸을 예쁘게 만들려는 운동과 기능적으로 추구하는 면이 다르다. 예전에는 인터넷에서 운동하는 여자를 검색하면 가슴과 엉덩이의 굴곡을 강조한 모습만 있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몸을 움직이는 게 즐거워서 운동한다고
말하기가 어색했는데, 요즘은 맛있는 음식을 더 잘 먹기 위해 운동을 하는 모습을 담은 TV 프로그램이나 아마추어 여자 축구 선수의 에세이가 나오기도 한다. 여자가 운동하는 이유는 예쁜 몸일 수도 있지만, 체력이 강해지거나 근육 부자가 되는 것일 수도 있다. 나는 몸을 움직이는 행위 자체로 몸과 마음의 밸런스가 맞춰지는 부분이 크다. 자신의 몸에 대한 여자들의 욕구가 다양해지고 점점 더 많은 여자들이 그런 목소리를 내는 분위기가 좋다.
소심 진지 검도 생활 건강해지기 위해 혹은 그냥 즐거우니까 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 웹툰을 그리고 글을 쓴다. 오랜 시간 하나의 운동을 취미로 삼다 보니 하고 싶은 이야깃거리가 쌓이고 좋아하는 운동으로 맺은 사회 관계망이 생겼다. 시작한 지는 2년 정도 됐다. 수련하면서 느낀 감정이나 도장의 일상을 그리는데 성별에 관계없이 공감하는 분이 많아지는 변화가 분명히 보인다.
구방심 앉아서 일하거나 타인을 만나거나 하는 일상적인 일을 우리는 모두 몸으로 한다. 운동하며 몸이 단단해지면 자연스럽게 감정선이 간결해질뿐더러 땀을 흘린 뒤의 상쾌한 기분은 편안한 마음으로 이어진다. 이 자체가 좋은 라이프 사이클이자 활력소다. ‘구방심’이라는 표현이 있다. 흩어진 마음을 다잡는다는 뜻이다. 지치고 힘들어도 어떻게든 몸을 움직이고 나면 흩어진 마음을 되찾는 힘이 생긴다.
느슨한 운동 공동체 지도자급으로 성장하기 위해 생활체육지도자 자격증을 따려고 한다. 은연중에 여자들은 여기까지만 해도 된다는 분위기가 있지만, 어쨌거나 4단의 다음 단계인 5단도 성취하고 싶다. 그리고 이런 욕심을 내는 걸 쑥스러워하고 싶지 않다. 훗날의 목표는 여성이든 남성이든 성별에 상관없이 운동하기 편한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여성들만 모여 운동하는 프로그램도 많다고 들었다. 거기서부터 시작하는 것도 좋지만 궁극적으로는 서로 다른 부분을 배우면서 함께 규범을 만들어갈 수 있는 운동의 장이 있으면 어떨까. 새로운 도장의 형태가 아니라 작은 소모임 형태라도 괜찮을 것 같다.
더 강인한 몸과 마음을 위해
호기심으로 시작한 운동 정성은 트레바리라는 독서 모임에 참여했는데, 멤버 중 한 분이 본인의 친구가 팀버라는 운동 스튜디오를 운영한다고 말해줬다. 그분의 말에 따르면 트레이너인 친구는 금융업에 종사하다가 운동에 빠져 스튜디오를 열었고, 그곳은 여성들만 이용 가능한데 가면 ‘악’ 소리가 나며, 그래서 놀랄 만큼 체력이 길러진다고 했다. 그 정보에 호기심이 생겨 시작했다. 이주연 우리 둘 다 프리랜서라 시간을 유동적으로 쓸 수 있어 같이 시작하게 되었다. 사실 처음에는 체험 세션 한 번만 할 생각으로 갔는데, 끝나자마자 성은이가 다음에 또 하자고 했다. 선생님이 앞에 있는데 싫다고 할 수 없어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다.
함께 하는 즐거움 이주연 둘이라 더 좋을 때가 있다. 다른 운동은 주로 혼자 했는데, 그땐 집을 나서는 일부터 스트레스가 됐다. 그런데 둘이 하니까 친구를 만나러 가는 느낌이라 운동하러 가는 발걸음이 가볍고 즐겁다. 또 같이 정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강제성도 큰 동력이 된다. 정성은 프리랜서라 일이 한꺼번에 몰릴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취소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친구, 선생님과 약속한 터라 꾸역꾸역 갈 때도 있다. 그렇게라도 일단 가면 무조건 즐겁다. 진심으로 즐겁긴 한데, 솔직히 제일 행복한 순간은 운동을 마칠 때다. 운동이 다 그렇지 않나.(웃음)
심신이 건강해지다 정성은 백종원이 ‘사업가나 프리랜서들은 운동 말고는 (스트레스를) 풀 데가 없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운동을 해보니까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운동하는 순간만큼은 확실히 다른 걸 잊고 몰입하게 되고, 그 덕분에 스트레스가 풀리기도 한다. 체력이 좋아지는 건 덤이다. 이주연 쇼핑몰이나 백화점에 어마어마하게 큰 미닫이문이 있지 않나. 언젠가 누가 세게
열고 들어간 그 문이 뒤따라 들어가던 나를 덮치는 것 같아 놀라서 피한 적이 있다. 그때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나는 늘 피하고 도망치는구나’, ‘내 몸은 나를 지켜주지 못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팀버에서 운동을 한 이후로 체력이 강해지고 마음가짐도 바뀌었다. 그 전엔 늘 체력이 약하다고 생각해서 무거운 건 애초에 들 생각도 안 했는데, 여기서 아령도 들고 하다 보니까 다 되더라. 이제야 내 몸을 제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만족감이 든다.
팀버에서 근육 만들기 정성은 운동의 목적이 다이어트가 아니었는데도 가끔씩 소위 예쁜 몸에 대한 욕구가 생겨서 선생님에게 얘기하면 그런 운동은 안 가르친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가학적으로 몸을 만드는 방식은 알려주고 싶지 않다고 한다. 이주연 근육을 키울 목적만으로 운동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야기도 해줬다. 그 역시 몸을 혹사하는 행위라고 한다. 식단도 샐러드만 먹으라고 하는 게 아니라, 건강에 이로우며 든든하게 먹는 방식을 알려준다.
내 몸이 좋아지다 이주연 그 전에는 팔에 살집이 있는 게 콤플렉스여서 민소매 옷을 입지 않았다. 그런데 운동을 해보니까 그 덕분에 하체보다 상체 운동을 더 잘한다는 걸 깨달았다. 잘하니까 좋고,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운동하며 내 몸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됐다. 정성은 나도 운동하기 전에는 스스로 ‘하체 비만이고, 가슴도 작다’며 불만스러워했다. 그런데 지금은 탄탄해서 좋다고 생각한다. 몸을 바라볼 때 중점을 두는 부분이 완전히 달라졌다.
단단한 몸 이주연 지금까지 물렁물렁한 몸으로 살아와서 선생님처럼 단단하고 건강해 보이는 몸을 만드는 게 목표다. 오래 걸리겠지만 계속 하다 보면 언젠간 되지 않을까 싶다.
좋아서 하는 축구
축구의 매력 축구는 혼자 잘해서 되는 운동이 아니다. 반대로 못한다고 누굴 탓할 수도 없다. 같이하는 운동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두 합심해서 골을 넣었을 때 얻는 희열이 크다. 개인적으로는 장기인 빠른 스피드로 상대를 제칠 때 느끼는 쾌감도 축구 하는 재미 중 하나다.
발달하는 근육 발목 힘이 좋아야 슈팅을 잘할 수 있다. 그리고 계속 달려야 하는 운동이라 허벅지 근육도 발달한다. 몸싸움을 할 때는 상체 근육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는 하체가 버텨줘야 하는 운동이다.
남자 팀의 유일한 여자 멤버 지금은 꽤 많아졌지만,예전에는 같이 축구를 할 여자들이 없었다. 그래서 주로 남자 팀의 유일한 여자 멤버로 들어갔는데, 그럴 때마다 “진짜 하는 거예요?”, “왜 여성분이?” 하는 말이나 시선과 맞닥뜨렸다. 다칠까 봐 배려한다는 이유로 출전을 거의 안 시키기도 하고 몸싸움을 약하게 걸어오는 상대도 있다. 배려는 고맙지만, 성별에 관계없이 똑같이 운동하러 나온 사람으로 봐줬으면 한다. 그만두라는 말도 들었는데, 그런 시선 때문에 포기했을 거라면 애초에 시작하지도 않았을 거다.
여자도 축구를 할 수 있다 고등학교 때 대회를 나가고 싶었는데, 여자 팀은 인원이 부족해서 매번 못 나갔다. 여자 친구들한테 같이 축구 하자고 하면 공이 무섭다거나 잘 못한다는 이유로 거절당하기 일쑤였다. 해보지도 않고 고정관념을 가지는 거다. 그게 싫었다. 체육시간에 남자는 축구나 농구를 하고, 여자는 피구를 해야 한다는 인식이. 사실 축구는 전술 이해도가 높고, 팀
원 간 호흡만 잘 맞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운동이다. 생각해보면 노인들도 조기 축구회 같은 데서 공을 차지 않나. 그런데 젊은 여성이 못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안 된다는 생각을 버리고 연습만 하면 된다.
서울여대 축구 동아리 SWU 처음으로 여자들만으로 이뤄진 축구 동아리에서 뛰고 있다. 우리 팀은 축구를 좋아하는 서울여대 재학생이라면 누구나 들어와서 즐길 수 있는 동아리다. 좋아서 모인 사람들이라 그런지 다들 열정이 대단하다. 내가 주장인데 팀원들한테 맨날 ‘못해도 된다. 우리는 선수가 아니다. 같이 재미있게 하고 싶은 거니까 부담 갖지 말자’고 한다. 그래서 못해도
즐기려는 분위기다. 한번은 대회에서 13 대 0으로 지고 있었는데, 다들 포기하는 게 아니라 ‘우리 한 골만 넣자’는 거다. 그래서 진짜 딱 한 골 넣고 우승한 팀처럼 좋아했다. 그게 우리 팀의 분위기다. 비록 감독도 코치도 없고, 운동장 귀퉁이 잔디에는 버섯이 자라 있지만 다들 즐겁게 축구를 하는 중이다.
축구를 하며 세운 목표 축구로 생활체육지도자와 심판 자격증을 따고 싶다. 그리고 친한 친구와 함께 젠더리스 스포츠 의류를 만들어보려 한다. 둘 다 나이키를 엄청 좋아하는데, 여성용품 카테고리에 축구와 야구가 생긴 지 얼마 안 됐다. 그런데 그나마도 사이즈가 작다. 여자 운동복은 왠지 다 그런 것 같다. 작고 타이트한 데다 불편해 보인다. 우리는 몸에 꼭 끼는 크롭트 톱에 레깅스가 아니라 기능에 충실하고 편한 운동복을 만들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