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현 킬트 그리고 퀼트 여성 시인 시집 추천

주민현 <킬트 그리고 퀼트> 문학동네

주민현의 첫 번째 시집은 색이 다른 실들로 퀼트를 짜듯, 아기자기한 이미지와 페미니즘을 일상 속에서 직조해낸다. 한 편의 시에 여성들의 일상에 드리운 공포, 차별에 관한 은유가 파란 실로 서늘하게 엮이며 지금껏 알고 있었던 것이 정말 맞는지 계속해서 묻는다. 무해한 얼굴로, 가장 유해한 것은 무해하다고 말하거나 여겨지는 것들이라 지적한다. 재치 있고 아름다운 문장을 무기로 통념과 싸우는 용감한 시편들이 가득하다.

 

 

이수명 새로운 오독이 거리를 메웠다 여성 시인 시집 추천

이수명 <새로운 오독이 거리를 메웠다> 문학동네

이수명의 첫 시집으로, 1995년에 출간됐으나 근래의 시집들과 견주어도 탁월하게 세련된 명작이다. 시적 화자 내면으로의 한없는 침잠이 아닌 세계와 생활 안에서 (불화하는) 자신을 담백하게 그린다. 복잡하게 비약하거나 과한 감정적 몰입 없이 현실적이고 간결한 문장들은 현대시가 어렵게 느껴지는 이들에게 즐거운 위안이 될 것이다. 순서를 바꾸고 조금의 수정을 더해 문학동네 포에지 시리즈로 2020년 재출간 되었다.

 

 

김행숙 사춘기 여성 시인 시집 추천

김행숙 <사춘기> 문학과지성사

가볍고 산뜻하고 날아갈 것 같은 시편들로 채워진 김행숙의 첫 번째 시집이다. 어찌할 수 없는 젊은 피가, 모든 것이 지겹고 미칠 것 같은 젊은 피가 과감하고 때론 경쾌하게 다양한 여성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묵직한 완결성과는 무관한 ‘날려버림’, 혹은 ‘흐트러뜨림’이 시에 관한 고정관념을 무너트리며 김행숙만의 감각적인 시를 완성한다. 오직 첫 시집에서만 느낄 수 있는 싱그러움과 징그러움이 공존한다.

 

 

김미령 우리가 동시에 여기 있다는 소문 여성 시인 시집 추천

김미령 <우리가 동시에 여기 있다는 소문> 민음사

코로나 시대의 우리가 공통적으로 느끼는 감각은 진짜 세상과 격리되어 있다는 불안일 것이다. 김미령의 두 번째 시집은 마치 물속에 있는 듯 막막한 현실에서도 보이는 대로 보지 않으려는 시도와, 어떠한 필터 없이 있는 그대로를 보려는 용기가 있다. 이러한 태도가 무의미해 보일지라도 시인은 세상과 진리를 향하여 끝없는 모래 위를 걷는 사람이다. 김미령은 모래 위에 찍힌 나의 발자국에서 무수한 타인들의 발자국을 발견한다. 잊고 지내던 ‘우리’의 연결감을 다시금 상기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