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 감성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는 건, 그 시절이 가진 독특한 매력이 있기 때문에 아닐까요?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공존하는 시기이자 푸르른 하늘의 색깔만큼이나 찬란한 낭만이 만개했던 시절. 2000년대 감성이 묻어 있는 영화를 통해 잠시나마 여러분들의 추억을 자극해 봅니다.
기담(2007)
2007년 개봉한 정범식, 정식, 감독이 공동 연출한 영화 <기담>은 기이하면서도 우아한 미장센이 가미된 영화로 당시 한국 영화계에서 보기 드문 분위기를 자아냈습니다. 흔히 우리가 아는 극강의 무서움만 일으키는 공포 장르가 아닌 독특하면서도 매혹적인 영상 기법을 통해 시각적으로도 매우 세련된 감각을 선보였습니다.
영화 <기담>은 1940년대 일제강점기 시대를 배경으로 한 미스터리와 초현실적인 공포가 어우러진 작품인데요. 2000년대 초반 한국 영화계에 없었던 처연하고도 매혹적인 공포 장르로 인상을 남겨, 우리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아 있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지구를 지켜라!(2003)
당시에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이루지 못해 저주받은 걸작이라고 칭하지만, 한국 영화계에서 센세이셔널을 일으킨 작품이 있습니다. SF, 범죄, 블랙 코미디, 피카레스크 등의 장르를 뒤섞은 독특한 영화인데요. 배우 신하균(주인공 병구)과 백윤식(강사장)의 코믹하고도 키치한 연기력을 엿 볼 수 있어 매 장면마다 눈을 뗼 수 없게 만들죠. 현실과 비현실, 코미디와 스릴러가 혼재된 이 영화는 2000년대 초반 감성을 잘 담고 있어 그때 그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킵니다.
장화, 홍련(2003)
김지운 감독의 <장화, 홍련>은 2000년대 초반 한국 공포영화계에 있어 한 획을 그은 작품이죠. 이뿐만 아니라, 섬세한 미장센과 서사로 관객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영화 속 대표적인 OST “돌이킬 수 없는 걸음”제목처럼 상황의 무게감과 비극성이 음악 속에 잘 녹여져 있어 엔딩의 여운은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고 있습니다.
복수는 나의 것(2002)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중 첫 번째 작품으로 알려져 있는 영화, <복수는 나의 것>을 소개합니다. 극 중 주인공 류(신하균)의 초록 머리는 독특한 스타일을 넘어 캐릭터의 내면과 영화의 분위기를 시각적으로 압도합니다. 찝찝하고 비극적인 요소마저 예술로 만드는 박찬욱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이는 영화로 2000년대 한국 영화의 개성 넘치는 스타일과 감성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기도합니다. 특히, 아나키즘적 테마를 통해 그 시절 사회적, 철학적 문제의식이 잘 담겨있는데요. 주인공 류의 청초한 머리색과 대비되는 쓸쓸하고 비극적인 결말 때문일까요? 우리들의 기억 속에 짙고도 긴 여운이 아직까지 남아 있는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