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라는 용어는 패션 업계에서 시작되었다. 실물을 제작하기 전 구조나 형태를 계획하고 기획 의도에 따라 유형물 혹은 무형물이 될 수 있는 창조적인 무언가를 구현하는 것. 그 역할이 디자이너이듯, 한국어로는 설계사라 칭하는데요.

이어 국내외 수많은 디자이너 중 한국 디자이너 김영선. 그는 살아 움직이는 듯한 생동감을 보여주는 인쇄 매체, 브랜딩, 일러스트로 매력적인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영선 님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함께 공유하며, 그의 작업에 관한 열정, 작은 목표, 소소한 순간에 관해 물었어요. 원색 컬러를 가장 좋아하지만 저와 비슷하게 특히 파란색을 좋아한다는 영선 님이 써주신 문장을 발견하며 기사를 다듬기 전 예열을 마쳤습니다.

또 다른 인연이 닿길 바라며 모두가 궁금해할 영선 님의 DM 인터뷰 첫 번째 질문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20230213_SNS_01 (@kimyoungsun.kr)

젊음을 연상시키는 집합을 청춘이라고 부르듯, 영선 님의 청춘은 언제였나요? 혹은 무엇이었나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고, 어떤 일을 해야 할지에 대한 앞으로의 고민 속에서 골몰하던 시기가 아닐까 싶어요.
저에게 주어진 것에 기대를 받는 것조차 잘 해낼 수 있을지를 우선 걱정하고 염려하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현재 주변에서 ‘욕심이 많다’ 하고 내뱉는 이야기가 전혀 기분 나쁘지 않게 들리는 것 같아요. 처음엔 ‘어떤 것을 잘한다’는 칭찬을 들으면 오히려, 그 말에 대한 가치를 반대로 해석하거나 스스로를 낮추는 사람이었거든요. 그런데 그게 전혀 제가 일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구나 하고, 오히려 욕심이 없어 보이거나 자신 없어 보이는 사람처럼 보이진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어요.

칭찬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혼자만의 훈련을 하다 보니 내가 뱉은 말을 지켜야 하니까 더 열심히 하게 되고, 잘하고 싶어 하다 보니 지금의 제가 있는 것 같아요. 비록 자기만족을 할 수 있지만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혹은 적어도 다른 사람에게 이런 사람으로는 비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이러한 감정이 불안과 걱정이었지만 지금으로서는 순작용이었지 않았나라고 생각합니다.


정해진 사회적 요건 속에서 무언가에 몰입하고 결실을 맺었던 순간이 있나요? 그 순간이 있다면 자유롭게 이야기해 주세요.

꼭, 한순간을 고르기보단 주어진 상황에 몰입하고 더 나아지기 위해 노력하는 힘은 늘 필요하다고 느껴요.

저는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쉬는 동안에도 프로젝트에 대해 고민하고 다른 방법이 없을지 또 생각하는데요. 정말 기획에 맞게 결과물이 잘 나오고 있는지 염려하면서, 일과 나의 삶을 온전하게 분리하기가 어렵다고 느낍니다.
그래서 지금의 나라는 사람의 알맹이가 일과, 또 그 일과 관련된 사람들, 그 일을 통해 알게 된 친구들과 동료들에게 많은 영향을 받기도 하고요.
주변 환경과 사회적 요건, 그리고 상황들이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으니 그에 맞춰서 나도 바뀌고, 또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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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로 일하는 것보다 회사에서 일하는 것을 원했던 가장 큰 이유가, 내가 잘하는 것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다양한 직무의 사람들과 협업을 잘하는 방법, 주어진 요청에 서로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산출하는 것. 비록 아주 작은 디자인일지라도 끊임없이 유저와 고객의 입장에서 편의성을 고려하면서 브랜드를 잘 표현할 수 있는지, 이런 크고 작은 다양한 챌린지를 해가며 내가 할 수 있었던 영역이 넓어지고 겪어온 경험치가 모이고, 또 달라지면서 할 수 있는 것들도 조금씩 늘어나기도 하고요. 그 경험치가 쌓여 결과적으로 내가 잘하는 것 + a가 되더라고요.

이 모든 일들이 정말 의외의 계기로 전시나 프로젝트로 이어지는 경험을 하면서 ‘꾸준히 잘 해내려고 하는’ 노력을 이로울 수밖에 없다고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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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선 님의 작업을 보면 레터링, 인쇄 편집물 등 실제 살아 움직이는 듯한 생동감을 보여주는데요.
이렇듯 시각적으로 흥미로운 뿐만 아니라 인상 깊은 무언가를 창조하는 그 힘은 주로 어디서 나오나요.

그렇게 느끼셨다니 정말 몹시 너무 대단히 엄청 감격스러운데요..
디자인은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보는 예술작품과는 다르게 그 작업의 의도와 의미를 작업자만 알고 매체를 통해 작업을 보는 사람들이 그걸 알아채지 못하고 공감하지 못하면 실패한 거나 마찬가지거든요. 매 프로젝트의 최초의 기획부터 설계까지 디자이너가 아예 제로부터 시작할 수도 있지만, 대체로 모든 일들이 남이 정한 기획과 컨셉에서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저는 그 기획과 컨셉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기획 의도에 맞게 잘 구현하고 창조해 내는가가 제일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작업에서 시각적인 흥미로움만 남아서는 절대 안 되고 그것을 잘 전달하기 위한 물성, 질감, 재질에서부터 인쇄 방식, 제작 방식까지. 컨셉과 의도가 분명해야 하기에 여러 방면으로 그 방법을 늘 고민하고 있어요.

매거진 툴즈 기획지면


그래픽 디자인과 브랜드 디자인을 주로 이어오고 계신 거 같아요. 영선 님이 가장 선호하는 컬러와 비주얼적인 형태 혹은 매체를 러프하게 이야기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저 스스로는 원색의 컬러를 가장 좋아하지만 (특히 파란색을 좋아해요.) 디자인에서 많이 사용하는 컬러는 그 브랜드나 프로젝트에 맞는 컬러를 선정해야겠죠! 다만 제 스스로 레터링이 제 작업의 강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프로젝트마다의 맞는 인상의 글자를 그리는 경우가 많아요. 또, 지금 이 순간까지 깊이 공감하는 이야기가 있다면, 제가 직접 글자를 그리는 점에 대해 브랜딩 측면에서 글자를 디자인함으로써 너무 많은 그래픽적, 이미지적 공수를 들이지 않고, 문장 자체에 브랜드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면 그거야말로 ‘가장 효율적이고 확실한 경제적인 방식이다’라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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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선 님은 본인의 예술적 발전, 삶에 대한 충실함을 갖고 움직이고 있는 거 같아요.
그렇다면 현시점에서 영선 님만의 명확하진 않지만 작은 목표가 있나요? 

앞으로 새로운 회사에서 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할 생각이 있지만, 무엇보다 최종적으로는 제 브랜드를 운영하는 것을 막연하게 꿈꿔왔어요.
그런데 전에는 의류나 잡화 쪽으로 브랜드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늘 있었는데 오히려 다양한 회사의 커리어를 거쳐오면서 정말 내가 하고 싶고 잘할 수 있는 것이 뭘까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어요. 오히려 원래도 막연했던 꿈들이 더 막연하고, 손에 잡히지 않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먼 미래가 아닌 근 미래로 짧은 계획을 몇 가지 세워봤는데, 첫 번째로는 한국을 떠나서 잠시라도 있어볼 것, 두 번째로는 적어도 두 가지 취미를 가져볼 것이에요. 앞서 질문에서도 칭찬받는 것에 너무 위축되지 말자는 점에서 아주 작은 태도의 변화로 많은 순작용을 얻었듯이, 늘 해보고 싶었지만 언제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까지도 해내지 못한 이 두 가지의 목표를 이루다 보면 또 뚜렷한 미래의 내 모습을 그릴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상상에 우선은 이 작은 목표를 실현해 보고 싶어요.  

파릇한 청춘과 (영선 님) 본인에게 해주고 싶은 한마디는 무엇인가요.

요즘 제 관심사는 지금의 제 상태를 돌아보는 것이었는데,
이 인터뷰를 계기로 앞으로는 어떤 삶을 가꾸어갈 것인지를 가장 관심 있게 상상해보자! 입니다.


단순히 사물, 공간, 시각물을 만드는 사람이 아닌 사람들의 감정과 경험을 디자인하는 것. 영선 님만의 감각이 돋보이는 이야기에 집중하며 세련되고 참된 고민을 발견했어요. 색과 선, 텍스처와 공간 속에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감성을 불어넣는 일을 통해 그의 손끝에서 세상의 언어로 번역됨을 느꼈습니다. 주고받은 대화를 통해 잠시나마 머릿속에 그려볼 수 있는 사람, 김영선. 디자이너였습니다.